사업자 신청 땐 손잡자더니 막상 선정되자 “필요없어”
현대산업개발. 이종현 기자
현대산업개발이 엔터식스를 처음 찾은 것은 2016년 2월.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정시설(영등포교도소)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 공모를 위한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할 상가업체를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은 약 10만 5000㎡ 부지에 주택 2214가구와 판매시설의 주상복합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출자해 설립한 토지지원리츠가 부지를 매입한 뒤 민간사업자와 HUG가 출자해 설립한 뉴스테이 임대리츠에 부지를 임대하는 형식이다. 사업비는 1조 30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간건설사가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상가임차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LH 공모지침서 참가조건에 따르면 사업신청자는 판매시설 면적의 50% 이상에 대한 상가임차인 ‘입점확약서’를 제출해야 했다. 또 상가임차인은 ‘최근 3년 동안 연간 총매출액이 평균 1000억 원 이상’이라는 자격제한이 있었다. 평가배점도 1000점 만점에 350점으로 가장 높아 공모 신청에 상가임대 계획은 매우 중요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엔터식스 측에 사업참여를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엔터식스 측에 따르면 이 사업은 주상복합건물로 기둥이 많은 구조라 유명 백화점 업체들이 꺼려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엔터식스 외에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현대산업개발은 임대차 기간 20년, 중도해지 불가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협의 끝에 같은해 8월 엔터식스는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입점확약서를 제출하며 상가임차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2016년 9월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공모 입찰에 현대산업개발은 엔터식스와 손을 잡아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HUG 기금출자심사(1차)도 통과했다. 당시 LH는 “복합개발부지 상업시설에 엔터식스패션쇼핑몰, 코스트코코리아가 입점확약서를 제출해 상가임차에 대한 공실리스크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기금 심사에서도 같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사업 진행을 위한 행정절차가 마무리돼 가자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월부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엔터식스 관계자는 “어느 순간 개발 논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더니 ‘사업에서 빠져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더니 별다른 협의도 없이 엔터식스를 사업에서 배제했다.
구로구청 등의 사업승인이 늦어지면서 기금심사 유효기간이 지나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월 HUG에 기금투자심의를 다시 받았다. 이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수정된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해당 제안서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엔터식스가 입점 확약했으나 본사업이 장기사업인 점, 사업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엔터식스의 사업참여를 재검토하고자 한다”며 “엔터식스가 사업참여에 배제되는 경우 임차인 변경에 따른 모든 책임을 현대산업개발에서 부담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엔터식스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공모에 참여할 때 엔터식스의 입점확약서를 첨부해 제출했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서, 엔터식스에 상가임차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이번 사업의 진행에 필수적인 요건이다”라며 “엔터식스가 배제되면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자체가 취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조항에 따르면 “사업계획 협의 등 기간 동안 ‘신청자격 및 방법’, ‘사업계획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한다”고 적고 있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엔터식스를 배제한 상황에서 다른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 현장. 임준선 기자
이에 엔터식스는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 컨소시엄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임차인지위보전 및 사업약정체결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재판부는 “엔터식스가 상가임차인으로 되는 것이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필수적 요건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또 현대산업개발과 엔터식스는 임점확약서만 작성하였을 뿐 구체적 계약이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엔터식스 측은 “현대산업개발에서 엔터식스와 체결한 계약서가 없다고 하는데, 현대산업개발 역시 사업약정을 맺고 민간사업자 지위를 취득했을 뿐 HUG 등과 정식계약은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아직 개발사업 확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겠느냐. 그럼에도 현대산업개발과 엔터식스는 2년 넘게 구체적 계약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항변했다. 현재 엔터식스는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소송 중인 문제로 관련사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엔터식스와는 참여의사를 타진하는 수준에서 검토한 것이지, MOU 및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리츠사업은 재무안정성이 중요한데, 상가임차인의 재무안정성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 계약단계 진입을 앞두고 참여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왜 가만히 있나…“현대산업개발 측에서 해결해야”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을 둘러싼 현대산업개발과 엔터식스의 분쟁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출자해 해당 부지를 매입하고, 민간사업자에 기금 지원을 위한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HUG가 2차 기금투자심의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엔터식스를 상가임차인에서 배제해 공모 조건 유지에 문제가 있는 수정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음에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HUG 측은 분쟁에 대해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 HUG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수정 사업제안서를 HUG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며 법원에서도 가처분신청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린 터에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