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회 기부금·택시 서포트 모금액 횡령 의혹…강성훈 “최종 책임자는 나” 면피 어려울 듯
정확한 고소 대상은 강성훈의 팬클럽이자 그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개인 소속사 ‘후니월드(회사명 포에버2228)’다. 그러나 실제로 강성훈이 후니월드의 모든 운영에 관여한 만큼 그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강성훈은 이전에도 팬덤 내부에서 이와 관련한 지적을 받았을 때 “후니월드는 최종 결정권자는 나”라고 주장하면서 비판을 잠재우려 했던 바 있다. 그런 만큼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온 지 두 달 넘게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팬 기부금 횡령 등 논란이 불거진 지 2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강성훈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강성훈 인스타그램
앞서 후니월드 측은 이와 관련해 “미숙한 진행으로 인해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났다. 이 때문에 예정대로 기부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 ‘마이너스’의 가장 큰 책임은 과도한 대관료에 돌려졌다. 영상회 진행 당시 후니월드 측은 전국 3곳의 CGV를 대관했는데, 이 가운데 청담 CGV의 대관료가 6000만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체 3곳의 대관료를 합치면 총액은 약 8000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대관료’와 관련한 정산 내역을 11월 현재까지도 뚜렷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31일을 공식 입장 ‘데드라인’으로 삼았던 후니월드 측은 CGV 대관료 정산 내역을 밝히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한 달 전부터 자료를 요청했으나 CGV 내부에서 지체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청담 CGV 관계자의 자필 확인서를 동봉하기도 했다. 해당 확인서에는 후니월드 측의 말대로 “자료 요청을 받았으나 실무진 업무 관련 지체와 내부 프로세스로 인해 자료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 관련 자료 공개 여부는 자료 확인 후 안내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여 있었다.
그런데 정작 청담 CGV 측은 “우리의 정식 공문에 해당하는 서류가 아니고 정확한 경위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방문한 고객(후니월드 관계자)의 강한 요구에 따라 현장 근무자가 부득이하게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사의 공식 입장도 아닐뿐더러, 실제로 청담 CGV 측이 후니월드로부터 정식으로 자료 요청을 받은 것도 이 ‘자필 확인서’가 작성된 당일인 10월 25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한 달 전에 CGV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받지 못했다”는 후니월드 측의 주장과 배치된다.
결국 팬덤은 영상회 전체 정산 내역을 놓고 후니월드에 대한 고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팬덤 관계자는 “영상회 횡령 관련해서 이미 지난 10월 20일 고소인단을 모아 최종 고소장 작성을 위해 준비 중이던 차에, 허술한 2차 정산 내역과 CGV 허위 자필 확인서 강요 등 의혹까지 합쳐져 좀 더 명확한 혐의를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원래 우리가 모금한 돈의 명목은 ‘기부’였기 때문에 그 외의 명목으로 지출됐을 경우 횡령죄를 물을 수 있다. 단순히 팬덤을 기만했다는 사실을 떠나서, 정확한 내역서만 공개하면 끝날 것을 1년 동안 끌어오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선 논란들에 대한 해명을 다음 카페 ‘후니월드’에만 게시해 오던 강성훈이 지난 11월 4일, 3개월 만에 인스타그램에 심경글을 올렸다. 사진=강성훈 인스타그램
다소 복잡하지만 이 경우에는 강성훈의 개인 팬덤과 팬클럽 후니월드의 분리가 필요하다. 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강성훈의 개인 팬덤은 후니월드와 별개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강성훈 갤러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후니월드 측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강성훈 서포터즈’가 지난 6월 열린 강성훈 솔로 콘서트 홍보를 위해 개인 팬들로부터 2000만 원의 모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콘서트 홍보용으로 택시에 광고를 부착, 서울 시내를 달리도록 하는 이른바 ‘택시 서포트’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콘서트 당일까지 길거리에서 ‘강성훈 솔로 콘서트’를 홍보하는 택시를 단 한 대도 보지 못했다는 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후 팬들이 직접 사안을 파헤치면서 실제 이들이 모금한 2000만 원이 택시 광고비로 지불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에도 정확한 해명이 없자, 팬들 가운데 택시 서포트에 모금했던 피해자들이 모여 고소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팬덤 진행으로 강성훈과 후니월드가 맞닥뜨릴 고소·고발 건은 ▲팬클럽 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영상회에 사용된 젝스키스 음원·영상의 저작권법 위반 ▲강성훈 개인 소속사로서 후니월드의 대중문화예술발전법 위반 혐의 등이 더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후니월드 내에서 발생한 팬 개인정보 유출 건이 문제가 됐다. 팬들은 특히 지난 10월 중순경 후니월드 운영자 교체가 이뤄지면서 팬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고 신임 운영자에게 팬들의 이름과 계좌 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겨줬다는 것을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팬들이 개별로 신고하고 있으나, 앞선 영상회 고소 건과 맞물려 함께 고소가 진행될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이어 대중문화예술발전법 위반은 강성훈의 개인 소속사로도 역할하고 있는 후니월드의 공동대표들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 2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없거나,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을 하지 않고 강성훈의 연예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적되면서 불거졌다.
앞선 젝스키스 팬덤 관계자는 “현재 팬덤에서 정확하게 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영상회 기부금 횡령과 택시 서포터즈 모금액 횡령으로 두 가지로, 다른 사안들은 일단 지켜보고 있다”라며 “앞으로 어떤 의혹이 더 불거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전에 앞선 사안들에 대해서만이라도 강성훈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길 바란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강성훈이 이와 무관한지를 정확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팬덤이 직접 나선 상황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강성훈이 이번에는 입을 열 수 있을까? 아무래도 요원해 보인다. 지난 7일 기자는 강성훈의 휴대전화를 대신 소지하고 있다는 측근과 간신히 통화할 수 있었다. 그는 “강성훈이 지금 가족 외에 매니저 등 아무하고도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는다. 강성훈도, 가족들도 일련의 사건에 너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서 그렇다”라며 “후니월드 관련 소송 문제는 그쪽 관계자를 통해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있게 해명에 나서겠다고 한 것과 달리, 며칠 뒤 강성훈은 기자의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강성훈은 11월 4일, 2개월여 만에 인스타그램을 업데이트해 현재 심경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부족한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마웠어”라며 “그래도 아직 나를 믿어주고 있는 고마운 너희들에게 (중략) 나에게 남는 건 너희뿐이었는데… 밝혀지겠지”라는 글을 남겨 공식 입장을 대신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