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석 송승헌 장혁 ‘재신검’ 싸이·강성훈 ‘재입대’ 이재진 재입대 뒤 ‘탈영’…윤두준 드라마 출연중 입대
#‘스티브 유의 탄생’ 이중국적 연예인 대상 ‘병역법 개정’
연예인의 병역 문제가 엄청난 사회적인 관심사가 된 시발점은 2001년 3월 병역법 개정이었다. 이중국적자인 연예인에 대해 ‘국내에 60일 이상 체류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는 연예인 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병역법이 개정된 것. 이에 따라 이중국적 연예인의 경우 한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 국적을 선택하거나 외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의 의무를 져야만 했다. 물론 이중국적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 국내 연예계 활동 기간이 1년에 60일로 제한된다.
연합뉴스TV 화면 캡쳐
당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이 ‘H.O.T.’의 토니안과 유승준이었다. 토니안은 한국 국적을 선택했고 결국 몇 년 뒤 군 복무를 했지만 유승준은 반대로 한국 국적을 버려 아직까지 국내 복귀는커녕 입국조차 금지돼 있다. 한국명 ‘유승준’이 아닌 미국명 ‘스티브 유’로 그를 부르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여론은 매정하기만 하다. 이들 외에도 수십 명의 이중국적 연예인이 선택의 기로에 섰고 결국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 연예인 면제사유 논란
유승준 파동 이후 연예인의 병역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바로 이 즈음은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 전까지 연예계 정보는 스포츠신문을 비롯한 몇몇 연예전문 매체를 통해서만 보도됐다. 그러다 보니 연예계 정보는 대부분 술자리 등에서 구전으로 전파될 뿐이었다. ‘카더라 통신’이라는 단어 역시 이처럼 구전으로 연예계 정보가 전파되던 시기에 생겨났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연예 정보가 구전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2000년대 초반 이런 흐름을 주도한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연예인 면제사유’다. 연예 매체를 통해 단편적으로 보도된 연예인 개개인의 면제사유가 모아져 ‘정보의 형태’로 인터넷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 연예인 데뷔 전 학창시절 사진과 졸업 사진이 대거 온라인에 공개되며 정보를 바탕으로 연예인 성형 의혹이 제기되던 때와 같은 시기다.
성격장애, 조기흥분증후군, 정신분열증, 학력미달, 기흉, 좌견관절 습관성 탈구, 사구체신염, 좌슬관절 불안정성, 십자인대 파열 등이 대표적인 연예인의 면제 사유다.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스타들 가운데 각종 정신 질환을 앓아 군 면제를 받은 이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는 것은 당시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런 면제 사유를 믿지 못하는 대중들의 의혹 제기도 끊이지 않았다. 병역 면제 스타들의 평소 행보가 면제 사유 질환의 환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미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을 통해 병역비리와 관련 병역 브로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국민들이 유승준 파동을 계기로 연예인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병역비리 사건으로 서울시경에서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 앞에 선 탤런트 장혁과 한재석. 사진 제공 = 스포츠투데이
#‘사구체신염’으로 시작된 연예계 병역비리
비로소 2004년에 연예계에 대대적인 병역비리 사건이 터졌다. 이미 연예인 병역 면제 사유 리스트에 언급됐던 ‘사구체신염’이 문제가 됐다. 경찰이 관련 브로커를 검거하면서 시작된 수사는 사구체신염과 신우신염 등으로 병역 면제 또는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람 1783명에 대한 병무청의 자료 제공으로 이어지며 대대적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한재석 송승헌 장혁 등 톱스타급 연예인의 병역비리가 드러났다. 결국 재검을 통해 송승헌과 장혁의 현역 입대가 결정됐고 당시 31세던 한재석은 만 30세를 넘겨 공익근무요원 복무가 결정됐다. 이들 외에도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 등 연예관계자 다수의 병역비리도 드러났다.
그 이후에도 연예인이 브로커를 통해 병역 면제를 받은 병역비리 사건이 종종 불거졌지만 2004년 사구체신염 사건과 달리 스타급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사건은 없다. 그나마 유명한 사례는 2008년 뮤직비디오 감독 겸 모델 쿨케이와 허니패밀리의 디기리 등이 연루된 병역비리 사건이다. 면제 사유는 본태성 고혈압.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신체검사 직전 커피 많이 마신 뒤 항문 주변 괄약근에 힘을 줘 순간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본태성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장관 표창사병과 탈병병 만든 ‘병역특례 비리사건’
2007년에는 병역특례 비리 사건이 터졌다. 병역특례복무는 병역특례법에 의거, 국가 지정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군복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싸이와 젝스키스 멤버 강성훈 이재진 등이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특례 복무를 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부실 복무 사실이 드러난 것. 결국 이들은 재입대해서 군 복무를 마쳐야만 했다.
입대 이후 행보는 완전히 엇갈렸다. 싸이는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이로 인해 국방부 장관 표창 등 다양한 포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군대 두 번 다녀온 남자’라는 호칭까지 얻게 된 싸이는 이후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다.
반면 이재진은 군 복무 도중 탈영이라는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 2008년 10월 현역으로 재입대한 이재진이 2009년 3월에 탈영해 한 달여 만인 그해 4월 체포된 것. 이재진은 2006년과 2007년 연이어 부친과 모친이 세상을 떠난 데다 2007년 병역특례 비리사건에 휘말려 2008년 현역으로 재입대했다. 입대 이후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던 이재진은 결국 탈영을 하게 됐다. 어렵게 군 복무를 마친 이재진은 현재 재결성한 젝스키스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병역기피 혐의로 기소된 가수 MC몽이 11일 오후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병역법 위반 혐의에선 무죄를 받았지만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유죄를 판결 받았다.
가장 충격적인 연예인 면제 사유 의혹은 고의 발치다. 군 면제 판정을 받기 위해 고의로 치아를 뽑았다는 것. 바로 지난 2010년에 불거진 MC몽 고의발치 병역비리 사건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결국 무죄로 드러났다. MC몽의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발치를 했고 이로 인해 군 면제 판정을 받았을 뿐 군 면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발치를 하진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 그럼에도 MC몽은 병역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면제 판정을 받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불법적인 입대 연기가 문제가 된 것.
2년가량 지속된 재판은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로 모두 마무리됐다. 고의발치 의혹으로 불거진 병역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나왔지만 입대연기와 관련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죄가 확정돼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된 것. MC몽은 입대를 연기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과 해외출국 등의 편법을 활용했다.
2007년 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 비리 사건 이후 경찰은 병역비리와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2009년에는 ‘환자 바꿔치기’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경찰 수사는 병역 브로커를 중심으로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병역 연기 사이트까지 운영하며 입대를 연기해주는 브로커를 적발한다. 입대 연기는 새로운 수법의 병역 비리로 각종 자격증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 응시, 입대 연기가 가능한 관련 학원 등록 등의 편법이 활용됐다. 2009년 당시에도 이런 형태의 병역비리에 연루된 연예인이 여럿 있을 것이라는 추측과 루머가 난무했고 결국 MC몽이 이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MC몽 역시 브로커를 통해 산업디자인학원 허위 재원증명서 발급, 공무원 및 자격시험 응시, 출국 대기 등의 사유로 총 5회에 걸쳐 입대를 연기했다.
문제가 된 고의발치 혐의는 벗었지만 병역비리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MC몽은 아직까지 과거처럼 활발한 연예계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조기 종영까지 불러온 ‘병역법 개정’
최근 몇 년 새 연예인의 입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과거에 비해 군 면제 비율이 많이 낮아졌다. 20대 초반에 미리 군대를 다녀오는 스타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그렇지만 여전히 만 서른에 임박해 군에 입대하는 스타급 남자 연예인들이 많았다. MC몽이 브로커를 통해 입대를 연기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가급적 합법적인 방법을 활용해 입대를 미뤄왔다.
올해 생일이 지나면 만 서른이 되는 88년생의 경우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 대성 등이 지난 2월과 3월에 연이어 입대했다. 동갑인 임시완은 지난해 8월, 김수현은 지난해 10월에 입대했다.
문제는 지난 5월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입대 연령이 만 30세에서 만 28세로 앞당겨져버렸다는 점이다. 병무청은 만 28세 이상 병역미필자에 대해 대학원 진학, 형제 동시 현역병 복무, 민간자격증 시험응시, 지역과 기관 홍보대사 활동 등을 이유로 입영연기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올해 만 28세인 90년생과 89년생은 더 이상의 입영 연기가 불가능해 영장이 나오면 바로 입대해야 한다. 아이돌의 경우 89년생 정용화 윤두준, 용준형, 온유, 조권, 장우영 등이 있고 90년생은 양요섭, 이기광 등이 해당된다. 최근 정용화, 윤두준, 조권 등이 군에 입대했다. 대표적인 89년 배우 이종석 역시 입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 tvN ‘식샤를 합시다 3’ 홈페이지
한 가지 입대 연기의 방법은 있다. 바로 의경에 지원하는 것이다. 의경 시험에 응시해 합격할 경우 5~7개월 이후 입소 날짜를 받게 돼 반년 가량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최근 하이라이트 양요섭, 비투비 이민혁, 한해 등이 의경에 지원해 합격했다. 반면 떨어지면 바로 입대다. 윤두준이 의경에 떨어져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3’ 출연 도중에 입대하게 되면서 드라마도 조기 종영했다.
스타급 연예인의 상당수가 만 서른이 임박할 때까지 입대를 미뤄 비슷한 시기에 입대가 이뤄져온 터라 지난해에는 87~88년생 연예인이 대거 입대했고 올해는 88년생과 89년생이 대거 입대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병역법 개정으로 90년생까지 대거 입대가 이뤄지게 돼 3년 동안 입대할 스타급 연예인이 동시에 군인이 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게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
‘특혜 받으러 왔다가 월남전에 갔지요~’ 해병대 연예대 아시나요? 잦은 포상 휴가와 외출·외박. 이를 활용한 몇몇 군인이 안마시술소를 찾았다가 매스컴에 발각되고 누군가는 연인과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바로 연예사병들의 이야기로 결국 이 제도는 폐지됐다. 그런데 만약 군 복무 중인 연예인에게 연예 활동을 허용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현역 군인인 연예인이 자유롭게 방송에 출연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을 여는 등 연예계 활동이 가능하다면…. 또 이를 위해 반드시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자택에서 기거해도 된다면…. 물론 군 복무 중인 군인인 만큼 해야 할 일은 있지만 그것은 각종 위문공연과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 아마 요즘 사회 분위기에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잦은 포상 휴가와 외출·외박만으로도 엄청난 비난 여론이 형성돼 연예사병 제도가 폐지됐을 정도다. 그렇지만 1960년대 대한민국에선 가능한 일이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해병대 연예대다. ‘군 복무 중 연예 활동 허용’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 스타급 연예인들의 입대로 이어졌고 남진, 진송남, 태원, 박일남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해병대원이 됐다. 그렇지만 결국 이들은 월남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베트남으로 떠나게 된다. 연예대원 10명 전원이 월남 청룡부대로 전속돼 파병된 것. 당시 해병대 연예대 소속 10명의 파병이 결정된 이유는 ‘근무 이탈’ ‘영리 행위’ 등이었다. 이에 해당 연예인들은 해병대 연예대에 지원 입대한 까닭이 연예활동 허용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월남전에 파병된 남진, 진송남, 박일남 등 해병대 연예대원들은 전쟁터에서 파병 군인들을 위해 각종 위문공연 무대에 섰다. 파병 당시 이들의 근무기한은 1년. 그렇지만 근무기한 만료 시점에 다다른 이들은 스스로 1년 연장근무를 선택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파병장병들을 위해 계속 위문공연 무대에 나서기 위함이었다. 자칫 연예인 특혜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뻔한 해병대 연예대는 이렇게 대표적인 연예인 우수 복무 사례로 남았다. [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