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강제 조항에 허덕…“연예인 잡아서 탈출해야” 계약 해지 노하우처럼 공유되기도
19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걸그룹 아이시어 출신 선아와의 결혼을 알린 DJ DOC 정재용. 사진=앤씨아 공식 유튜브 캡처
결국 민감한 이야기들은 당사자인 선아를 제외하고 예비 남편 정재용과 그 소속사들 사이에서 종결됐다. 속사정이야 그들이 명확히 밝히지 않는 한 대중들이 알 길이 없지만, 연예계 한편에서는 “계약 해지와 채무 변제를 위해 정재용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작게나마 들려오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배경에는 일부 소규모 기획사 소속 아이돌들이 계약 해지의 탈출구를 ‘연예인과의 결혼’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어찌 보면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또래 인기 연예인이 아니라 ‘나이가 많은 연예인’이 대상이라는 게 다른 점이고, 또 현실적인 점이다.
8일 기자와 만난 전 걸그룹 출신 A 씨(29)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활동하다 보면 그런 말(결혼을 통한 계약 해지)들이 나오는 걸 종종 듣는다. 아주 말도 안 되거나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렇지만 비난에 앞서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 처한 환경을 먼저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먼저 그는 “나이가 좀 있는 연예인, 그래서 방송계 연차가 좀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게 좋고, 그 사람들과 사귀거나 결혼까지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연예계) 활동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란 남아있는 계약 기간이나 위약금, 그리고 멤버 앞으로 돌려진 ‘빚’ 청산까지 모두 정리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정재용과 선아는 성인 전문 케이블 방송 채널 ‘비키채널’의 아재쇼에서 2016년 처음 만났다. 사진=아재쇼 캡처
단적인 예로,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을 때 해지 의사를 밝힐 경우에는 위약금은 기본, 그룹 활동에서 지출된 비용의 일부 또는 전체를 토해낼 것을 요구하는 조항도 있었다. 이른바 ‘투자 회수’라는 명목이었다. 연예산업에서 표준계약서가 마련돼 적용되고는 있다고 하지만, 소규모 기획사에선 통용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쉽게 계약을 해지하고 싶으면 일단 나이가 많은 연예인을 잡아라”라는 말이 계약해지의 노하우처럼 언급돼 왔다는 것이다.
A 씨는 “아무래도 방송 업계를 잘 알기 때문에 소속사와의 분쟁 부분을 다른 업종 종사자들보다 쉽게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나왔던 게 아닌가 싶다”라며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런 민감한 문제들을 오래 끌고 싶어 하지 않고, 빠르게 위약금을 물어주고 계약 관계를 해소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H.O.T.의 멤버 문희준의 경우도 소규모 기획사 출신인 크레용팝의 멤버 소율과의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 ‘위약금 문제’와 맞닥뜨렸던 바 있다. 결혼까지 소율의 임신 사실을 숨긴 이유가, 소율의 임신으로 크레용팝 활동이 중단될 경우 위약금을 소율 또는 문희준이 물어줘야 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탓이었다.
크레용팝의 소속사인 크롬엔터테인먼트나 당시 문희준의 소속사인 코엔스타즈 측에서는 소율의 계약 해지와 관련해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연예가에서는 “멤버들의 건강 이상 등의 문제로 활동을 중단했거나하고 사실상 해체한 다른 그룹들과 달리 소율의 경우는 활발한 활동을 앞두고 결혼과 임신으로 일방적으로 중단된 것인 만큼 위약금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날 함께 만난 또 다른 걸그룹 출신 B 씨(31)는 “소규모 걸그룹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대중들이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막연히 ‘TV 음악 방송에 나오겠지’ 라고 여겨지는 걸그룹은 그나마 인기가 있는 거다. 잘 풀려 봐야 온갖 소규모 행사에 불려 나가고, 그것조차 못 되면 성인 취향의 케이블 방송이나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다가 봉변을 당하는 일도 많다”고 호소했다. 이어 “실제로 이런 활동이 주가 되면서 회의감을 느끼고 탈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위약금에 강제 조항들로 묶여 있으면 여의치가 않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해서라도 빠져나가고 싶은 상황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재용과 선아는 오는 12월 1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웨딩마치를 울린다. 선아는 현재 임신 9주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