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소녀시대’ 이어 ‘트와이스’ ‘여자친구’ 맹활약…최근엔 ‘우주소녀’ 등 바통 이어받아…10대 팬층과 함께 성장하는 ‘친구’ 의미 강해
# 포스트 소녀시대는 누구?
소녀시대를 잇는 차세대 걸그룹으로 현재 가장 각광받는 주인공은 단연 트와이스다. 2016년 ‘OOH-AHH하게’로 혜성처럼 등장한 뒤 ‘치어 업’에 이어 ‘TT’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린 그들의 데뷔 당시 평균 나이는 19세, 파릇파릇한 10대였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들은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멤버 중 막내인 쯔위와 채영은 19세로 여전히 10대다. 그들은 한국 시장을 넘어 일본 시장까지 섭렵하며 소녀시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포스트 소녀시대라 불릴 만한 또 다른 걸그룹은 여자친구였다. 2015년 ‘유리구슬’로 데뷔한 뒤 ‘오늘부터 우리는’과 ‘시간을 거슬러’ 등을 부르며 교복 콘셉트까지 무난히 소화한 그들의 데뷔 당시 평균나이는 약 18세. 현재도 20대 초반인 그들은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SM-JYP-YG와 같은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 중소 기획사에서 발굴한 걸그룹으로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며 ‘흙수저 걸그룹’ 성공시대를 열기도 했다.
2016∼2017년에는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 출신 11인조 걸그룹 아이오아이(I.O.I)가 각광 받았다. 시한부 활동을 끝내고 이제는 각자의 소속사로 흩어졌지만 한창 때 그들은 트와이스의 아성을 위협할 만큼 강력한 팬덤을 자랑했다. 아이오아이가 결성될 무렵 팀의 막내는 ‘프로듀스 101’의 우승자이기도 한 전소미로, 고작 15세였다. 11명 평균나이 역시 18세 정도로 ‘소녀’라는 수식어에 더없이 어울리는 그룹이었다.
사진 출처 = 우주소녀 인스타그램
# 이름부터 OO소녀!
소녀시대 이후 그룹명에 ‘소녀’라는 단어를 넣은 걸그룹이 부쩍 늘었다. 아직 소녀시대와 비할 수는 없지만, ‘소녀’라는 수식어가 딱 부합하는 연령대의 그들은 각각 ‘우주소녀’ ‘공원소녀’ ‘이달의소녀’다.
우주소녀는 ‘여름 걸그룹’으로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씨스타를 배출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2016년 선보인 걸그룹이다. 중국인 멤버 성소, 미기, 선의를 포함한 13인조이며 최근에는 이 3명을 제외한 10인조로 활동을 재개했다. 우주소녀는 ‘마법학교’라는 동화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앨범마다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발표한 새 앨범 ‘WJ PLEASE?’(우주 플리즈)는 기존 우주소녀의 발랄한 이미지에 한발 나아가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공식 데뷔 무대를 선보인 12인조 이달의소녀는 무려 2년의 담금질 끝에 대중 앞에 섰다. ‘매달 새로운 소녀를 만난다’는 콘셉트로 2016년 10월 멤버 희진부터 총 12명의 멤버를 순차적으로 공개했고 완전체를 공개하기까지 무려 99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그룹이 완전체 활동을 하다가 몇몇 멤버로 나뉘어 유닛 활동을 하던 것과 달리 이달의소녀는 12명이 3개의 소규모 유닛 그룹으로 각기 다른 방식의 활동을 하는 신개념 걸그룹이다.
사진 출처 = 이달의소녀 인스타그램
후발주자인 공원소녀 역시 동시기에 데뷔한 타 걸그룹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그들은 데뷔 전 길거리 버스킹을 하며 직접 팬들을 만나고, 케이블채널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갓차! 공원소녀’를 통해 팬층을 넓혔다. 그 결과 지난 5일 첫 번째 앨범 ‘밤의 공원 part one’을 발매한 뒤 음반 판매량 1위에 오르고, 타이틀곡 ‘퍼즐문’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공개 2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 왜 가요계는 ‘소녀’를 고집하나?
가요계에서 중견 여성 댄스 그룹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파릇파릇한 신인으로 시작된 걸그룹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개별 활동에 매진하거나 그룹을 해체한 후 각자의 길을 택한다. 이는 ‘소녀’를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걸그룹의 주된 팬층은 여전히 10대에서 20대 초반 정도다. 그들에게 소녀들은 ‘또래’나 다름없다. 오빠팬이나 아저씨팬들의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지만 어린 팬들의 조직력을 따라가긴 어렵다.
그런 팬들에게 소녀들은 함께 성장해가는 동료이자 친구와 같은 존재다. 자신이 지지하는 걸그룹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셈이다. 결국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20대 중반만 넘어가도 꿈과 희망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성숙한 나이다.
사진 출처 = 공원소녀 인스타그램
또한 ‘7년차 징크스’ 역시 가요계가 소녀들에 집착하는 이유다. 현재 표준계약서상 소속사와 연예인이 맺을 수 있는 최대 계약 기간은 7년이다. 최소 2∼3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치고 20세 때 데뷔한다고 해도 7년이 지나면 27세가 된다. 결국 ‘소녀’라 불리는 10대 때부터 발굴해 데뷔시키지 않으면 활동 적령기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