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불법음란물 국산 둔갑…헤비업로더들 수법 한층 전문화…처벌 강화 없인 공급 막을 수 없어
웹하드 업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시민단체들이 오히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 갑질 행각 폭로와 경찰 수사를 두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상황을 가장 반길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예상 밖 반응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4개 여성단체는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행 영상이 선정적으로 보도되며 시선을 끄는 것은 웹하드 카르텔을 흐리는 것”이라며 “수사가 직장 내 폭력 문제 등 양진호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제한돼서는 안 된다. 웹하드 카르텔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사회는 몰카와 리벤지포르노 등의 불법 음란물로 인해 상당한 진통을 겪어 왔다. 몰카와 리벤지포르노는 불법 음란물의 근본적 폐해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 노출에 따른 희생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 부분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관련 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결국 수사기관이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이면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 지난 몇 달 동안 웹하드 사이트에서 몰카와 리벤지포르노가 크게 줄어든 것.
이번 양 회장 사건이 웹하드 카르텔 전반의 수사로 확대되면 한국 사회에서 몰카와 리벤지포르노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많다. 주된 유통 경로인 웹하드에서의 유통이 막힐 수 있으며 검증된 필터링 업체가 제대로 그 기능을 수행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4개 여성단체가 기자회견을 개최해 “양진호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제한되지 말고 웹하드 카르텔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일요신문 DB
다만 몰카와 리벤지포르노만 사라진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형태의 다양한 불법 음란물이 존재하며 여전히 웹하드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최근 몇 달 새 유명 웹하드 사이트의 성인물 코너의 가장 큰 변화는 몰카와 리벤지포르노의 급감이다. 대신 일본 AV와 포르노, 그리고 서양 포르노 등이 건재한 가운데 중국 음란물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몰카와 리벤지포르노로 볼 수 있는 중국 음란물도 많다. 중국인이 나오는 중국 불법 음란물이지만 몰카나 리벤지포르노 형태를 띠어 마치 ‘국산’인 양 업로드된 것들도 많다.
아무래도 몰카와 리벤지포르노는 웹하드 사이트 성인물 코너에서 가장 수요가 몰렸던 장르다. 그러다 보니 중국 불법 음란물을 ‘국산’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짧은 분량의 에로비디오도 자주 눈에 띈다. 국내 업체에서 합법적으로 제작한 에로비디오는 웹하드 사이트에서 제휴콘텐츠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제휴콘텐츠가 아닌 형태로 올라오는 경우가 급증한 것. 그것도 애초 제작 당시의 제목이 아닌 국산 몰카나 리벤지포르노를 연상시키는 제목을 달아 업로드하고 있다. 행여 이를 다운받는 이들은 말 그대로 낚시를 당하는 셈이다.
성인콘텐츠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불법 음란물의 업로드가 전문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스토리가 분명한 일본 AV의 경우 화면을 캡처해 이미지 파일로 만든 뒤 초반부 줄거리를 설명해준다. 이런 이미지 파일을 통해 이야기의 재미에 빠진 이들이 다운로드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제휴콘텐츠의 경우 저작권자가 홍보를 위해 이런 정성을 기울일 수도 있지만 제휴가 아닌 무단 업로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로더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신이 올린 음란물의 다운로드 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요즘에는 정식 수입된 일본 AV가 아니지만 자막이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역시 업로더들이 자막을 자체 제작했거나 누군가에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성인 콘텐츠 전문가는 “헤비 업로더의 경우 게시판만 보고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러 개의 아이디를 활용하는 등 자신이 헤비 업로더임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요즘에는 다운로드 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전문적 기법까지 활용하는 업로더들이 많아지고 있다. 헤비 업로더들이 한층 프로화된 것일 수도 있고 아예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불법 업로드 업체의 소행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인 문제는 수요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수년 동안 웹하드 사이트 등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다운로드받았던 ‘수요’가 여전한 만큼 몰카와 리벤지포르노가 어느 정도 사라져 정화가 된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또 다시 웹하드 사이트를 통한 불법 음란물 유통이 활발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헤비 업로더와 불법 업로드 업체가 웹하드 업체와 거래하고 필터링 업체가 이를 방관하는 시스템이 다시 돌아가게 된다. 지금의 웹하드 카르텔에서 디지털장의사 업체만 빠질 뿐이다.
이번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돼 웹하드 사이트를 통한 유통이 어려워질 경우 P2P 사이트가 더욱 활개를 쳐 또 다른 형태의 유통 통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만큼 수요가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게 성인 콘텐츠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게다가 몰카와 리벤지포르노의 경우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단속 등으로 유통이 강력하게 통제될지라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꾸준히 생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 역시 수요는 여전하며 ‘공급’까지 지속되고 있어 유통을 막는 것만으로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몰카를 찍거나 리벤지포르노를 찍어서 유포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찍는 행위(공급)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