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가 하는 일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회의 부조리를 지적하고 악랄한 범죄를 고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참혹한 범죄, 잔혹한 범죄자와 관련된 취재를 많이 하게 됩니다. 차마 기사에 모두 쓰지 못할 만큼 참담한 내용을 취재할 때도 많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인천 중학생 추락사’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피해자, 그러니까 추락사로 사망한 이가 어린 중학생이라는 부분이 안타깝고 가해자 4명도 모두 중학생이라는 부분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또 다시 소년법 관련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바로 가해 학생들의 진술입니다.
‘인천 중학생 추락사’ 가해학생 4명이 11월 1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월 13일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서 A 군이 추락해서 사망했습니다. A 군은 사건 당일 아파트 옥상서 가해자들에게 1시간 넘게 폭행을 당한 뒤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사건 초기 가해 학생들은 “A 군이 갑자기 자살을 하고 싶다고 옥상 난간을 붙잡아 말리려고 했지만 그대로 떨어졌다”고 진술했었습니다. 그대로 A 군의 자살 사건이 될 뻔 했지만 A 군이 아파트 옥상으로 끌려가는 장면이 CCTV에서 발견되면서 비로소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CCTV가 학생들의 거짓말을 잡아낸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들은 피해 학생을 폭행한 것일까요. A 군이 가해학생 가운데 한 명 아버지의 외모를 두고 험담을 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버지를 험담한 것에 분노해서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폭행했고 그 과정에서 실수로 추락이 이뤄졌다는 논리가 형성된다면 법정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A 군이 러시아인 모친을 둔 다문화가정 아이로 평소에도 꾸준히 놀림과 폭행을 당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이 이들로부터 평소에도 놀림과 폭행 등을 당해왔다면 ‘동급생 아버지 험담’ 진술의 논리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가해학생 가운데 한 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갈 때 입은 패딩 점퍼가 사망한 피해학생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당시 모습을 보고 놀란 A 군의 모친이 온라인을 통해 “저 패딩은 내 아들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고 경찰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가해학생들은 “11일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A 군을 만나 서로 입고 있던 점퍼를 바꿔 입었다”고 진술했는데 또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선 그날 공원에선 사이좋게 옷을 바꿔 입는 분위기가 아닌 A 군이 폭행을 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서로 동의해서 바꿔 입었다고 보기에는 A 군의 점퍼가 더 고가의 제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망 당시 A 군은 바꿨다는 가해학생의 점퍼를 입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피해학생의 패딩점퍼를 입고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는 가해학생. 연합뉴스
사회부 기자도 사람인만큼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잔혹한 범죄자를 접할 때마다 분노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선배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배웠고 후배 기자들에게 똑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최대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취재해야 하는 기자가 먼저 분노한다면 가장 중요한 객관성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객관성을 유지하며 최대한 많은 이들을 만나고 다리품을 팔아서 취재를 하고 난 뒤에도 분노해선 안됩니다.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마감한 뒤 소주를 벗 삼아 쌓였던 분노를 삭이는 게 기자의 삶이라고 배웠습니다.
이번 ‘인천 중학생 추락사’ 역시 아직 가해학생들을 미워하거나 분노하기에는 빠릅니다. 그과연 가해학생들의 진술이 어디까지 거짓이며 또 진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회부 기자가 인천으로 출발합니다. 이번에는 인턴 기간을 잘 끝내고 수습기자로 발탁된 사회부 막내 기자가 인천으로 떠납니다. 나름 혹독한 신고식이 될 것 같은데 막내 기자가 이번 취재로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을 누빌 담당 기자를 위해 ‘인천 중학생 추락사’ 관련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일요신문’ 사회부로 직접 전화 주셔도 되고 ‘일요신문’ 홈페이지 기사제보 코너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데스크수첩’ 코너를 통해 소개한 ‘논산 여교사’ 사건은 ‘협박·갈취 놓고 엇갈린 주장 논산 여교사 성추문 파문 전말’이라는 기사로 마감돼 온라인과 지면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지금까지 일요신문 사회부 데스크였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