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홍석현 총재와 집행부 총사퇴 이틀 후에 개인방송 시작
새로 정해지는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임한 홍석현 총재를 대리해 한국기원을 대표한다. 이미 사퇴의사를 밝힌 유창혁 사무총장도 비대위원장 선출 후 총장 직무대행자가 결정되면 업무 인수인계 후 사임한다고 알려졌다. 집행부 총사퇴 후 수습으로 어수선한 바둑계에 다시 김성룡이 얼굴을 드러냈다.
디아나 미투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김성룡이 프로기사 제명 후 침묵을 지키다 돌연 유튜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기원에서 제명된 전 프로기사 김성룡이 느닷없이 유튜버로 변신해 바둑방송채널을 열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프로기사 임시총회에선 미투 운동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기원의 독단적 행정 등을 이유로 실무책임자인 송필호 부총재와 유창혁 사무총장 해임건의안을 가결했다. 이에 홍석현 총재는 11월 2일 ‘전격사퇴’를 발표했고, 한국기원 집행부 공백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디아나 코세기 미투 사건에 근본 원인을 제공한 김성룡은 지난 7월 10일 프로기사에서 제명되었다. 8월 김승준 9단이 윤리위보고서 재작성 서명운동을 벌이자 김성룡은 SNS를 통해 재조사 요구 의견을 밝히더니 다시 수개월 동안 침묵했다. 그런데 한국기원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돌연 유튜브에 얼굴을 공개하며 바둑해설을 시작했다. 묘한 타이밍이다.
유튜브 채널 이름은 ‘김성룡 바둑랩(LAB)’이다. 주로 주요 대국 실시간 해설과 바둑강좌를 내용으로 삼는다. 11월 4일 채널을 개설하고 김성룡은 카카오톡에 연결된 지인 대부분에게 구독신청 메시지를 보냈다. 일요신문과 가진 카카오톡 대화에서 김성룡은 “구독자 1000명 확보하는데, 며칠이 걸리는지 알아보려고 시작했다. 유튜브 구독자가 1000명이 넘으면 셀프 인터뷰를 찍을 생각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진실은 이 인터뷰에서 다 밝히겠다”라는 뜻을 전했다. 가족과 함께 제주도 또는 외국에 체류 중이라는 소문에 대해선 “다음에 보자”라며 답을 피했다.
유튜브 ‘김성룡 바둑랩’ 화면. 김성룡은 “구독자 1000명이 되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리즈를 방송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성룡은 ‘도전 13급’이란 초급 강좌물과 ‘중국 갑조리그 22R 이세돌 VS 천야오예 초반 5% 추락의 진실은’이란 제목을 단 4분 27초짜리 하이라이트 해설로 동영상 업로드를 시작했다. 이후 6일까지 올린 동영상은 댓글을 달 수 없는 동영상이었으나 7일자 동영상부터 댓글을 개방하고 있다. 이후 주요대국 실시간 해설과 바둑강좌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최근 열린 LG배 4강전과 KB리그 챔피언결정전 등을 해설하면서 ‘비하인드 썰’이라는 제목으로 한국바둑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
김성룡은 특히 한국바둑리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감독이나 팀은 누가 이겨도 1승이다. 박정환, 신진서가 없는 팀은 주장대국을 꺼릴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매칭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매년 바둑리그 개선을 논의하지만 팀과 선수들 이해관계로 개혁이 무산되어 왔다. 한마디로 프로기사 복지리그다. 팬들은 바둑리그에 무관심한데 프로기사들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만약 내년 바둑리그에 8개 팀 구성이 어려워지면 차라리 지역 연고 바둑팀을 네 개 정도 만들어 중국기원, 일본기원 등과 연합해 슈퍼리그를 만들자”라고 주장했다.
잠적했던 김성룡이 느닷없이 등장하자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바둑사이트 공개게시판에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보통사람 같으면 1년 정도의 자숙기간을 갖는 게 보통인데, 제명처분 사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활동을 시작한 것을 보면 얼굴이 두꺼운 것은 사실 같다. LG배 박정환-판팅위 대국 해설을 시청했는데, 유튜브 채널을 자식들이 만들어 줬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번 사건으로 가정불화가 없었던 모양이다. 또 디아나 미투 기사에서 중립 내지 김성룡 두둔 댓글이 70% 이상인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생각한다. (하략)”는 등의 글도 올라왔다. 반면 유튜브 채널 내 댓글에는 “인터넷 바둑 해설 방송으로 다시 재기하시길 바랍니다”나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언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라는 등 격려 댓글이 대부분이다.
김성룡은 스스로 실시간 스트리밍 최고 접속인원이 139명이라고 말했다. 최근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해설은 다시보기 조회수가 2000회 정도다. 신진서과 변상일 대국을 중계한 이 방송 중에서도 “구독자 1000명이 되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리즈를 방송하겠다”라고 공언했다. 현재 김성룡 바둑랩 채널 홈에 구독자 수는 비공개로 설정되어 있다. 김성룡은 “바둑강좌와 해설만으로 구독자수를 늘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앞으로 900명을 넘기면 구독자 수도 공개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