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초기엔 여러 정황에도 동생 공모 의혹 일축…경찰 “폭행 가능성은 열어뒀었다”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 김성수 동생의 공동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동생의 공모 의혹을 일축한 초기 수사결과를 번복한 셈이다. 최준필 기자
지난 11월 21일 강서경찰서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의 공범 논란을 일으킨 피의자 김성수(29)의 동생 김 아무개 씨(27)에게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경찰은 초기 수사 과정에서 동생의 공모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은 김성수에게 살인 혐의를, 동생에겐 공동폭행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만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은 지난 10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피시방에서 발생했다. 김성수와 그의 동생 김 씨는 자리가 더럽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직원인 신 아무개 씨(21)에게 시비를 걸었다. 신 씨는 김성수의 요청으로 두 차례나 자리를 청소해줬으나 김성수는 신 씨가 불친절하다며 피시방 이용료 1000원을 환불해줄 것을 요구, 말다툼을 벌였다. 당시 김성수의 동생은 형의 편을 들며 “누가 지금 손님한테 인상을 찌푸리고 욕을 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처음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이들의 다툼을 말린 뒤 김성수와 동생을 피시방에서 내보냈다.
하지만 김성수는 경찰 지시에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경찰이 현장을 떠나자 집으로 달려가 7cm 길이의 등산용 칼을 챙겨들고 다시 피시방으로 향했다. 김성수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 들어가는 신 씨를 약 10초간 주먹으로 폭행했다. 이후 김성수는 곧바로 바지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고 신 씨를 수차례 찔렀다. 당시 동생 김 씨는 신 씨 뒤에서 신 씨의 양팔을 붙잡고 있었다. 경찰의 1차 출동 직후 30분도 안 돼 발생한 사건이었다. 경찰은 시민 두 명의 연이은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신 씨가 이미 안면부 등을 30여 차례 찔린 뒤였다. 당시 경찰은 김성수를 현장에서 체포했지만 동생은 참고인 조사 후 돌려보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김성수는 상해 2범 전과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을 향한 비난은 거셌다. 1차 출동 당시 경찰이 김성수의 신원을 조회, 이들을 제대로 분리 조치했다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군다나 공모 가담 의혹이 있는 동생을 현장에서 그대로 돌려보낸 것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피해자 신 씨에 대한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오히려 동생이 싸움을 말린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당시 한성현 강서경찰서 강력계장은 “보통 싸움이 나면 가해자를 말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생은 급한 대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붙잡은 것”이라며 “동생은 오히려 싸움을 말렸고 목격자들도 비슷한 진술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측은 현장 CCTV가 동작을 감지해 촬영하는 기기이다 보니, 신 씨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장면과 동생 김 씨가 김성수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3분 간격을 두고 촬영됐다고 밝혔다. 즉 동생이 신 씨의 위치를 김 씨에게 알려주기 위해 뛰어갔다고 보기엔 시간적 간극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모든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다. 동생이 실제로 말렸다면 김성수와 신 씨의 거리가 멀어져야 하지만, 영상에선 그렇지 못했다. 더군다나 피해자인 신 씨는 키가 193cm이며 검도 유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히 김성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체격이지만, 동생이 범행에 가담하면서 그대로 당한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제기됐다.
당시 피시방 상가 관계자들도 동생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상가 직원 A 씨는 “당시 여자 직원들은 무서워서 안 봤고 남자 직원들 대다수가 CCTV를 같이 봤다. 그때 직원들은 동생이 개입했으며 공범으로 보였다고 말했다”며 “근데 윗선에서 선 그으며 아니라고 하니까 가만히 있는 거다”라고 귀띔했다. 신 씨가 근무했던 피시방의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인 B 씨는 “현 점장님과 이전 점장님을 포함한 몇몇 분들이 CCTV를 같이 봤는데, 모두 동생이 공범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이 사건 발생 초기 자신들의 과실을 축소하기 위해 동생을 감쌌다가 비난·의심이 지속되자 그의 혐의를 재수사, 최근 이를 번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경찰은 위급한 상황에 경찰관이 두 명밖에 출동하지 않은 점, 동생을 진술만 믿고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낸 점, 1차 출동 당시 초동 대응이 미흡했던 점 등에 대한 적절성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한성현 강서경찰서 강력계장은 “입장을 번복한 것은 아니고 그때도 폭행 논란 등의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봤다”며 “거짓말탐지기, 법률전문가들의 조언 CCTV영상 정밀감식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