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익 관한 때는 처벌 안해…‘악의적 공격’ 평가되면 명예훼손 피하기 어려워
경찰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가 ‘혜경궁김씨’의 계정주로 보인다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여기에 이재명 지사는 “문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정은 ‘문준용 의혹’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훈 기자
물론 정치권과 여론은 이 지사의 이런 주장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문재인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지만, 김혜경 씨 측은 자신이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가 아니며, 문준용 씨의 특혜의혹 글을 쓰지 않았고,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상황은 세 가지로 나뉜다.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 씨이며 문준용 씨의 의혹이 사실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 씨이며 문준용 씨의 의혹이 허위 △문준용 씨의 의혹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판가름할 수 없는 경우.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 씨라는 전제 하에서 문준용 씨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야만 명예훼손에 해당되더라도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다. 유병익 변호사와 양제상 변호사(법무법인 우리)의 자문을 통해 명예훼손 여부를 따지기 위한 법리적 해석을 살펴봤다.
# 계정주가 김 씨이고 의혹이 허위라면
김 씨에게 최악의 상황으로 처벌을 피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공공성, 공익목적을 내세워 항변한다면 감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진실성에 대한 착오를 했다는 것을 내세우면 된다. ‘적시한 내용이 진실한 것으로 오인하고 공익을 위해 적시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상당성’이다.
이 상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김 씨가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검토과정을 거쳤는지 따지게 된다. 김 씨는 이를 인증받기 위해 정보의 입수 경위와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검토와 노력을 했다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저는 제 아내는 물론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한 점과 ‘진실성에 대한 착오’를 주장하는 것이 모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계정주가 김 씨이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씨가 적시한 내용이 허위가 아닌 진실한 사실이라 할지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이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 때문에 김 씨 측은 공익을 위해 적시했다는 동기와 목적을 재판부에 호소하면 처벌을 피할 수도 있다. 대통령은 공직이라는 점, 그리고 그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공익을 위한 폭로라고 인정되면 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도 정치인 등의 공적인물에 관한 것은 대체로 공공성과 공익목적을 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공공성의 기준에 대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며 “사익의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더라도 무방하다”라고 여지를 열어뒀다. 더 나아가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고 기준을 세웠다. 문 대통령이 공직자인 점. 또한 그의 아들 취업 특혜는 그의 도덕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아무리 공적인물에 대한 감시‧비판‧견제의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악의적이거나 경솔한 공격으로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을 피하기 어렵다.
# 문준용 씨의 채용 특혜 의혹 여부 판명 자체가 어려울 땐
‘혜경궁 김씨’ 계정주가 쓴 글이 ‘진실한 사실’인지, ‘허위 사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경우 무죄 입증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김 씨 측은 이를 진실이냐 허위냐를 증명하기보다는 “사실이 아닌 의견이었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김 씨 측의 주장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그 내용이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구별하는 데에는 언어의 통상적인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인 정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김 씨의 표현이 ‘특혜사실의 적시’인지 ‘특혜가능성에 대한 의혹제기’인지 심도 있게 따져봐야 한다.
사진 출처= 혜경궁김씨 트위터 캡쳐
사진=혜경궁김씨 트위터 캡처
혜경궁 김씨의 표현은 다음과 같다. “최순실이 정유라 이대 입학시킨 게 뭐 문제겠어요. 문재인 아들은 아직 고용정보원에 다니나요? 그만두셨겠지? 금수저들 좋겠네”, “아들 취직시킨 문재인은?”, “문재인은 품격 있게 가화만사성 이루고 아들 취업시키고! 청와대 민정수석에 있을 때지?”, “문재인이 민정수석할 때 아들 취직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아들 어디 취직시켰는지 이거나 해명해”
법원은 이러한 표현을 두고 ‘의견’인지 ‘사실’인지 판단해야 한다. 유병익 변호사는 “특혜라는 것은 다소 주관적으로 볼 수도 있는 가치판단의 문제 아니겠냐. ‘1차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는데 합격시켰다’, ‘문재인이 고용정보원 사람과 밥을 먹었다’라면 이건 사실이냐 허위냐의 문제지만, 지금 트위터에 올라온 이 정도 수준은 ‘의견’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수위가 센 편도 아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제상 변호사는 “사실인지 허위사실인지에 대한 여부를 밝히는 것이 피고인에게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처벌 수위도 그렇지만 위법성조각 여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아마 법정싸움으로 가면 이 부분을 쟁점화해서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대통령 발목잡는 그 의혹은… 문제의 그 의혹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고용정보원 일반직 5급 공채에 외부 응시자 2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은 동영상 분야의 문준용 씨였고, 다른 한 명은 마케팅 분야의 김 아무개 씨였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응시번호가 각각 138, 139번이었고 채용공고에는 ‘동영상‧마케팅’을 모집한다는 언급이 없었다. 이외에도 원서접수 날짜가 2006년 12월 11일이었는데, 마감 기한이 늦은 문준용 씨가 숫자 11에 가로로 줄을 하나 그어 4일로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남아 있다.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문준용 씨 특혜 채용 관련 증거를 조작하다가 징역형을 받았고, 문준용 씨는 자신의 채용 의혹을 제기한 이 전 최고위원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렇게 의혹은 묻혀져가는 듯했지만, 이 지사는 아내의 무죄 입증을 위해 다시 의혹에 불을 지핀 것이다. 여기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몇 년 동안 그게 (허위라는 것이) 입증됐다. 지금 이 시점에서 만약 그런 문제를 제기했다면 정말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의아함을 드러냈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