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 허위 진술 요구 주장, 류여해 “장난하냐?”
‘드루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허익범 특검과 드루킹 김 아무개 씨.
[일요신문]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드루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논란 등으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정작 드루킹 김 아무개 씨는 노 전 의원에게 돈이 아닌 느릅차를 건넸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또한 김 씨는 허익범 특검이 자신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29일 김 씨 등 4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사건 피고인이기도 한 김 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특검팀이 ‘노 전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 A 씨를 통해 부인에게 3000만 원을 전달한 것이냐’고 묻자 김씨는 “3000만 원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경찰서장을 지냈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이 이런 일은 법적으로 크게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해 돈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강연료) 2000만 원을 전달하고자 했을 당시 이미 노 전 의원과 관계가 애매해졌기 때문에 전날 준비한 느릅차를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팀은 당시 봉투를 전달한 파로스 김 아무개 씨와 A 씨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제시하며 실제로 돈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드루킹 김 씨는 “(그들은)내가 느릅차를 넣어서 전달한 사실을 모르니깐 돈인 줄 알고 그렇게 얘기했을 수 있다”면서 “그게 돈이었다면 노 전 의원이나 부인에게 문자나 전화 한 통이라도 와서 고맙다고 했을 거다. 그런데 느릅차였기 때문에 관계를 끊고 단 한 번도 전화하지 않은 거다”라고 증언했다.
김 씨는 강연료 2000만 원도 실제로 노 전 의원에게 전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노 전 의원에게 선거지원 관련 얘기를 꺼낼 때 2000만 원을 지원해주고 싶다고 했지만, 노 전 의원이 손사래치며 거절해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건네주지 못했다”면서 “이를 회원들에게 알리게 되면 몹시 실망할까 봐 주지 않고도 줬다고 한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씨가 경공모 회원들을 상대로 말한 텔레그램 채팅방 내용을 근거로 2000만 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검 조사에 따르면 김 씨 등은 노 전 의원에게 강연료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직접 주고, 3000만 원은 노 전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를 통해 노 전 의원 부인에게 전달했다.
‘드루킹’ 의혹 김경수 경남지사
하지만 김 씨는 기존에 알려졌던 5000만 원 전부에 대해서 전달 사실 자체를 부인한 셈이다.
김 씨는 특검 조사 당시 허익범 특별검사가 본인에게 희생을 요구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 씨는 “허 특검이 도와달라, 희생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 있다. 노 전 의원 부분만 진술해주면 예정된 날짜에 선고를 받게 해주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집행유예로 나갈 것이라고 해 원하는 대로 얘기해준 거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을 통해 “드루킹이 재판을 코미디로 만들고 고인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며 “그럼 노 의원이 차를 받고서도 돈 받은 걸로 알고 고민하다가 자살했다는 것이냐”고 격분했다.
이어 “나중에 저승에서 망인을 어떻게 보려고 그러냐”며 “고인과 국민을 상대로 장난 좀 치지 마라”고 지적했다.
드루킹 재판이 노회찬 전 의원 관련 등 각종 혐의에 대해 특검과 드루킹 김 씨간의 진실공방으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드루킹 측이 김경수 경남지사 수사와 재판에 맞춰진 초점을 이미 공소권이 소멸된 고 노회찬 의원 관련 재판으로 분산시키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지난 28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전 보좌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드루킹 측은 김 지사의 전 보좌관에게 인사 청탁 등 편의 대가로 5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내년 1월 4일 오후 2시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김 지사의 전 보좌관과 드루킹 측에 대한 뇌물수수혐의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