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세얼간이 등 그녀 거쳐간 영화만 100편…이탈리아 영화 ‘안개 속 소녀’로 새 도전
진서경 미디어 마그나 대표. 임준선 기자
[일요신문] 17년만에 국내에서 재개봉한 ‘매트릭스’, 가장 성공한 인도 영화 중 하나인 ‘세 얼간이’,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 알폰소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
이들 모두 영화사 ‘미디어 마그나’를 운영중인 진서경 대표의 손을 거친 영화들이다. 그가 수입이나 배급을 맡은 영화만 지난 17년간 100편이 넘는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매트릭스나 세 얼간이 이외에도 불교 다큐멘터리 ‘무문관’, 독립영화 ‘그림자 먹는 개’ 등으로도 관객과 호흡했다. 영화사 대표로서 영화를 즐기는 이들로부터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는 진서경 대표를 ‘일요신문’이 직접 만나봤다.
지금껏 100편이 넘는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해온 진 대표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는 “영화를 단순 흥미거리만으로만 여기고 선뜻 선택을하지는 못하겠더라”라며 “감독이 주려는 뚜렷한 메시지도 있고 영화를 보고 생각해볼만한 부분이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 세 얼간이도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웃었다. 세 얼간이는 경쟁이 심화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 개봉을 전후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그는 “더욱 다양한 영화가 펼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화일을 한다는 것이 단순히 비지니스 적으로 돈을 버는 부분으로만 대하고 싶지 않다. 각 개인이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에 영화를 통해 힐링을 받거나 인생의 새로운 지침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로서 ‘다양성’과 ‘대중의 관심’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 진 대표는 “그동안 ‘좋은 영화를 보여드리겠다’는 일념으로 많은 일을 해왔다. 하지만 가끔은 현실에 눈을 떠야한다는 생각도 한다”며 웃었다.
영화 ‘안개 속 소녀’ 포스터. 사진=미디어 마그나
영화는 안개 속으로 사라진 소녀를 다룬다. 소녀는 죽음을 맞이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은 오로지 사건의 자극적인 부분에만 쏠린다. 사건을 맡은 형사는 시선을 끌기 위해 미디어를 활용해 범인을 잡는 ‘쇼’를 벌인다. 이 같은 형사의 속성을 알고 있는 범인 또한 그를 이용한다. 진 대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스릴러물이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상도 잘 담아내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잘 담겼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에게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에는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과거 그는 한 공중파 방송국 시사 교양국에서 작가로 일했던 적이 있다.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며 사회 정의를 세우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방송국은 자극적이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부분만을 원했다. 결국 한 방송이 나간 이후 관련된 인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며 진 대표는 방송국을 떠나게 됐다. 그는 “영화를 보며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개봉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 그는 영화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사동 소재 소규모 상영관에서는 지난 3~4주간 매일 같이 시사회가 열렸다. 상영이 끝나면 진 대표는 다과를 준비해 관객들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그는 “보신 분들은 다들 좋아하셔서 마음이 뿌듯하다”며 웃었다.
진서경 대표. 임준선 기자
그는 문화적 획일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시간이 갈수록 획일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만의 사명감과 책임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획일화가 진행될수록 영화를 보는 대중들에게 손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문화와 콘텐츠가 생산되나. 그게 저 같은 사람들의 손에 걸러져 국내로 들어온다. 제가 힘이 있다면 더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을텐데 아쉬운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균형감있게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