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재명의 시간, 통합 위해 조국 포용해야…영수회담은 정례화만 해도 성공적”
―5선 고지에 올랐다. 정치 10단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도 9단이었는데, 내가 10단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10단은 신의 경지고 9단은 입신의 경지다.”
―국회의장에 출마하나.
“박지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의장직에 대해서는 아직 ‘하겠다 안 하겠다’ 결정이 안 돼 있다. 민주당이 당직 개편을 했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나온 다음 그 이후의 흐름을 보고 결정하겠다.”
―출마 의사 밝힌 정성호 의원, 조정식 의원, 추미애 당선인 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180석을 못 넘긴 175석을 주고, 범민주개혁 세력에 200석을 못 넘긴 192석을 준 것은 협치하라는 명령이다. 저는 처음부터 협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성공하려면 탈당하고, 거국내각을 꾸리고, 영수회담을 해서 국회와의 관계를 풀어라’라고 했다. 민주당도 과거처럼 하면 안 된다. 민주당은 180석을 가지고 정권 재창출을 못 하고, 개혁 입법과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 먼산만 쳐다봤다. 이러면 정권교체 못 한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되기 어렵다. 그래서 협상력 투쟁력 정치력을 가진 삼박자의 국회의장이 필요하다. 다만 제가 그 분들을 평가할 위치는 아니다.”
―만약 박 당선인이 안 나온다면, 나머지 세 사람 중 누가 국회의장에 적합하다고 보는가.
“세 사람 다 잘할 사람들이다.”
―박지원의 역할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정치력 협상력 투쟁력을 가지고 나라와 국민들이 잘 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유임을 언급했다.
“총선 승리 후 국민의 기대를 흡수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하면 당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진다. 혼란이 생기면 기대를 흡수할 수 없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가 유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연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니까 당이 조용해졌다.”
―‘명심’ 논란이 있다.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이다. 나도 절대적으로 이 대표를 신임하고, 국민도 신임하고 있다. 그렇지만 친명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당직 인사와 친명 위주의 원내대표를 뽑는 식으로 간다고 하면 이후 이 대표가 수권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나올 거다. 그리고 원내대표 경선을 5월 3일에 하는데, 당선인 대회도 안 하고 연찬회도 안 하고 코가 앞에 붙었는지 뒤에 붙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원내대표 경선을 해야 하는가. 이건 문제가 있다. 그런 문제를 박지원 말고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장 후보군에 ‘명심’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서로 명심이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느끼는 바는 있지만, 이야기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의 최근 쇄신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본인과 김건희 여사가 살고, 나라도 살고, 국민도 산다. 진정한 변화의 바로미터는 영수회담이다.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내가 볼 때는 안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영수회담 준비 태도만 봐도 아는 사람은 안다. 자기가 필요하면 90도 폴더 인사하고, 아쉬운 소리도 하는데…(그렇지 않다).”
―영수회담이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나.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자. 이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의제에 상관없이 이 대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야 한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라고 해야 한다. 쉬운 것은 먼저 합의하고, 어려운 것은 뒤로 빼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정례화 해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영수회담을 한다고 하니 국민이 안심한다. 지역구에서도 (영수회담을 한다고 하니) 양곡관리법, 쌀값 안정, 부채탕감, 금리인하까지 이야기한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거다. 그러나 남북관계나 이런 (어려운 의제는) 합의가 안 될 거다. 그것에 대한 의사만 전달해야 한다.”
―최근 방송에서 ‘제2의 최순실’을 밝히라고 했다. 최순실에 준하는 인물이 있다고 보고 있는 건가.
“대통령의 인사는 비선 라인이든 공식 라인이든 누구든 추천할 수 있다. 그러나 검토는 공식 라인에서 해야 한다. 박영선 양정철의 경우처럼 흘려놓고 ‘아니다, 맞다’고 하는 것은 비선 라인이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제2의 최순실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누군지 나도 이야기할 수 없고, 기자분도 이야기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안다. 그런 것을 하지 말라는 거다.”
―박영선 전 장관과는 연락했나.
“연락을 취했다. 굉장히 애석하다. 내가 이야기했던 대로 윤 대통령이 탈당 후 거국내각을 만들고, 영수회담을 통해서 박영선 같은 인물이 추천됐다고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인준될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잘할 능력을 갖춘 사람을 준비도 없이 흘려서 사람만 바보 만들었다. 바보들이다.”
―대통령실 인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언론에서 물을 때마다 이재오 총리, 정진석 비서실장이라고 했다. 정진석 의원이 비서실장이 되니 우리 당에서 많이 비난했다. 그런데 어떤 힘든 일이 벌어졌을 때 왜 정진석 비서실장이 좋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총리 두고 이재오 전 의원도 추천했는데 그 말이 언론에 많이 나오더라. 그건 국민이 공감하니까 언론이 쓰는 거다. 좋은 사람이다.”
―국민의힘이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백서를 만들기로 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보나.
“백서를 백서답게 만들면 귀감이 될 것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도 가감 없이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윤-한 갈등이 심하고, 한 비대위원장과 김건희 여사의 사이가 아주 나쁜데 그런 것들이 다 기록될까. 백서 발간하다 전쟁 난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내가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기 때문에 그 향수가 나에게 온 것 같다. 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그런 사람(국민의힘 곽봉근 후보)을 공천했다.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윤석열 심판론이다.”
―지역구에서도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분위기가 있었나.
“많았다. 유권자들이 지역구는 박지원 찍고, 비례대표는 조국 찍는다고 했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번에 조국혁신당이 호남에서 43(43.97%), 광주에서 47(47.72%) 나왔다. 호남에서 1등이다. 조국 대표는 전주, 광주, 하의도에 갔다. 지역구 사람들은 나한테 ‘우리 조국 좀 잘 도와주세요’라고 한다.”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조국혁신당이 생긴다고 했을 때 더불어민주연합이 끌어안으라고 했다. 안 했다. 패착이다. 끌어안았으면 민주당이 조국혁신당 표를 다 받을 수 있었다. 조국혁신당은 호남에서 1등 했지만, 부산에서는 2등 했다. 수도권에서도 표를 많이 받았다. 같은 민주개혁 세력이니까 경쟁하지 말고 함께 가야 한다. 다행히 조국 대표가 인사 오니까 이 대표가 같이 가자고 했다.”
―조국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친문계와 친명계의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것은 분열을 의미한다. 분열로 가서는 안 된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복권 없이 사면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복권할 것으로 본다. 경쟁시키려고 하는 거다. 그러나 우리는 함께 가야 한다. 이 대표가 포용하고,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총선 때 전국 지원유세를 했다. 당선자들에 대한 지분이 있을 것 같은데.
“(도와준 사람들에게) 전화 한 번 안 했다. 만약 국회의장 생각이 있었다면 움직였을 거다.”
―하루에 600km를 이동하며 지원 유세를 했다. 체력에 부담이 됐을 것 같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걷고, 참지 않고 말한다. 하루 1만 3000보 정도 걷는다. 피곤하다. 피곤은 운동으로 푼다. 긍정적 사고를 한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이 그래서 좀 어둡다. 그래도 내 역할은 할 것이다. 국정원장에서 해임되고 지난 2년 동안 1000번 이상의 방송 인터뷰를 했다. 하루에 4~6번 했다. 2023년 2월부터 11월까지 52번 전국에서 강의했다. 계속 소통하는 거다.”
―방송에 필요한 정보를 취합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은 신문에 삼라만상이 있다고 했다. 지금도 11개 신문을 본다. 신문들이 뉴스 가치를 어떻게 편집하는지 보고,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한다. 칼럼과 사설에는 정책과 미래가 나온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1시간 동안 신문을 본 다음 10분 동안 YTN, 연합뉴스TV 자막 뉴스를 본다. 그리고 자문자답을 해본다. 김 대통령과 대화한다는 생각도 해본다. 재미있다.”
―지역구가 목포에서 해남·완도·진도로 변동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의원이 나온다고 했다. 어떻게 대통령 아들하고 비서실장이 경쟁할 수 있겠나.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2023년 5월에 한 3000명한테 전화를 해봤다. 반응이 좋았다. 그런 다음 1만 8000명에게 전화를 했다. 행사가 있으면 다 갔다. 지금도 하루에 30~40통 전화를 한다. 부재중 전화가 있으면 무조건 전화를 해준다. 전화를 받지도 않고, 걸지도 않으면 그게 정치인인가. 밤 12시 넘어서 전화가 울려서 받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술 먹다가 건 전화였다. 그런 어려움 정도는 있다. 김 대통령은 ‘혼을 바쳐야 유권자가 미동이라도 한다. 쇼를 하면 다 안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