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교도소 옮겨주면, 추가 범행 자백할게”…수십년 전 피해자들 신상 정확히 기억 ‘소름~’
미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 정체가 뒤늦게 밝혀져 온 미국이 공포에 떨고 있다. 그의 이름은 새뮤얼 리틀(78). 지난 2014년, 세 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텍사스주 교도소에 수감 중인 리틀이 최근 추가 범행을 잇따라 자백하면서 그가 살해한 희생자 수는 90명으로 급증한 상태다. 리틀이 “90명을 죽였다”고 자백하자 미 16개 주의 형사들이 텍사스 교도소로 급파돼 그동안 풀리지 않고 있던 미제 사건들을 재수사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지금까지 규명된 사건은 34건에 달하고 있다. 만일 나머지 사건들까지 모두 진실이 밝혀질 경우 리틀은 미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마로 기록될 전망이다. 1970년대부터 2005년까지 미 전역에서 살인을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진 리틀은 어떻게 40년 가까이 체포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걸까. 그리고 굳이 왜 이제 와서 자백을 쏟아내고 있는 걸까.
“90명을 죽였다”고 자백한 새뮤얼 리틀.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마로 기록될 전망이다. AP/연합뉴스
1982년에는 미시시피주 파스카굴라에서 22세 매춘여성인 멜린다 라프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당시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동시에 플로리다주에서는 26세 여성인 파트리샤 마운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지만, 이 역시 운좋게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석방된 후에도 그의 범죄 행위는 계속됐다.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리틀은 1984년, 매춘여성 두 명을 폭행한 혐의로 다시 체포됐다. 재판에서 2년 5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던 그는 LA로 거처를 옮겼고, 그곳에서도 무자비한 범죄 행각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2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목격자나 증거가 없어 수사망을 피해 다녔던 리틀은 결정적인 꼬리를 붙잡히고 말았다. LA 경찰국의 미제 사건 담당 형사인 팀 마르시아와 그의 파트너인 미치 로버츠 형사가 1986~1989년 LA에서 살해당한 피해 여성 세 명의 시신과 의복에서 그의 DNA를 검출해낸 것이다. 마르시아 형사는 끈질긴 추적 끝에 켄터키주 노숙자 보호소에서 리틀을 체포했으며, LA카운티 검찰인 베스 실버만은 리틀을 세 건의 살해 혐의로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리틀을 심문했던 실버만은 “그는 자신을 강간범이라고 부르는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라고 말했다. 발기 자체가 안되는 성불구자이기 때문에 성폭행을 저지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몇몇 희생자의 알몸 시신이나 의복에서는 분명히 그의 정자가 검출됐고, 따라서 그의 이런 주장은 신빙성이 낮아 보였다.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던 리틀과 달리 검찰은 DNA 외에 또다른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었다. 바로 목격자들의 증언이었다. 법정에 선 피해 여성들은 자신들이 가까스로 리틀의 폭행을 피해 목숨을 건졌다고 증언했다. 이에 지난 2014년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던 리틀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LA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올해 초 텍사스 순찰대인 제임스 홀랜드는 수십년 동안 미제 사건을 추적하던 중 살해당한 여성들의 시신에서 범인의 것으로 의심되는 DNA를 수집해왔고, 이에 따라 리틀을 조사하기 위해 LA 교도소를 방문했다. 그리고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홀랜드는 그가 범인임을 확신했다. 이 소식이 각 주의 경찰국에 퍼지면서 곧 미 전역에서 장기 미제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들이 LA 교도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리틀이 특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죄를 주장해도 모자랄 판에 바로 술술 자신의 범행 사실을 하나둘 자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이렇게 자진해서 범죄를 털어놓은 결정적인 이유는 교도소 이감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틀은 시끄럽고 혼잡한 LA 교도소보다 비교적 조용한 텍사스주 엑터 카운티의 교도소를 더 선호하고 있었다. 즉, 텍사스로 옮겨주는 조건으로 범행 사실을 자백하기로 한 것이다.
이밖에 그를 조사했던 한 수사관은 리틀이 관심받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자신만이 알고 있었던 비밀들을 털어놓으면서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감된 후에도 그가 계속해서 입을 열기 시작하자 새로운 범행 사실들과 이와 관련된 세부 사항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몇 주 동안 텍사스 교도소에는 리틀을 조사하러 온 각 지역의 형사들과 FBI 수사관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수사관들은 리틀이 범행을 자백을 하면서도 후회하는 기미가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사 결과 리틀의 범행 패턴은 일정했다. 술집, 나이트클럽, 또는 길거리에서 만난 무작위 여성들을 차에 태우고 으슥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 뒷좌석에서 구타한 후 목졸라 죽이는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피해 여성들은 모두 마약 중독자이거나 매춘부인 소외 계층들이었으며, 실버만 검사는 “리틀은 피해자의 목을 조르면서 동시에 자위를 하는 식으로 성적 쾌감을 얻곤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백한 범행 건수만 무려 90건에 달했다.
수사관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점은 또 있었다. 바로 리틀의 무서우리만치 정확한 기억력이었다. 30년이 지난 후에도 리틀은 범행 장소와 시신 유기 장소는 물론이요, 피해자의 얼굴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리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덤덤하게 범행 당시를 묘사했으며, 때로는 빙그레 웃기까지 했다.
가령 리틀을 심문했던 플로리다주 마리온 카운티의 형사인 마이클 몽겔루조는 36년 전에 저질렀던 범행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리틀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1982년 20세 여성인 로지 힐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리틀을 보고 놀란 몽겔루조 형사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가 특정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는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 FBI 수사관은 “리틀은 자신이 범행 당시 어디에 있었는지, 어떤 차를 몰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살해한 여성들의 그림도 그려냈다”고 말했다.
어떤 때는 흥분한 듯 너무 빨리 말을 했기 때문에 수사관들은 그의 말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마르시아 형사는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형사 생활을 하면서 그런 악마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 진짜 악마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몸서리쳤다.
이에 그를 취조한 형사들은 하나같이 리틀을 가리켜 ‘광기 넘치는 사이코패스’라고 말한다. 키 190cm의 거구이자 전직 복서였던 리틀은 힘이 무지막지하게 셌기 때문에 희생자들을 살해하기 전에 주먹으로 구타하곤 했으며, 때문에 이렇다 할 범행 도구 역시 따로 필요가 없었다. 부검 결과에 따르면, 한 피해 여성은 복부를 구타당하다가 그만 척추뼈까지 부러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살해 동기는 뭘까. 이쯤 되면 딱히 동기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리틀은 한 심문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혹시 종교가 있냐는 형사의 질문에 리틀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틀은 “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놨는데, 왜 내가 용서를 구해야 하는 거지?”라고 조롱하면서 “신은 내가 저지른 짓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어떻게 붙잡히지 않았나 아무도 안찾는 소외된 여성만 노렸다 또 한 가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리틀이 수십년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인을 지속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리틀은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에서는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마약 중독자들이나 매춘여성들처럼 소외받은 가난한 사람들 틈에 섞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피해 여성들은 마약이나 술, 혹은 둘 모두에 중독된 여성들이었으며, 이들은 설령 실종이 된다 하더라도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몇 주 동안 실종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다 하더라도 다른 사건들보다 수사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고, 대부분은 살인사건보다는 약물 과다복용, 사고, 혹은 자연사로 분류되곤 했었다. 또한 시신이 발견돼도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때문에 피해자들과 리틀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리틀이 그동안 체포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여러 도시와 주를 떠돌아다니면서 범행을 저지르는 광폭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현재 수사당국은 리틀이 적어도 14개 주에서 여성들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49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 미 역대 최악의 살인마로 불리고 있는 개리 리지웨이의 경우만 하더라도 주로 워싱턴주에서 살인을 저질렀었다. 이에 텍사스주 엑터 카운티의 지역 변호사인 보비 블랜드는 “모든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이면 아마 리틀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연쇄 살인범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확신했다. 그가 자백한 90건 가운데 현재까지 규명된 살인 사건은 34건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