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있는 직업은 ‘원시인 식단’, 접대 많은 직업은 ‘간헐적 단식’ 좋아
중년 남성의 뱃살은 인격이 아닌 건강의 적신호다. 내장지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식습관이 직업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다이어트 방법도 직업 별로 달라야 한다. 일요신문DB
영국에서 45~54세 사이의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정상 체중으로 간주된 사람들은 22%에 불과했다. 이 연령대의 남성들 가운데 3분의 1은 비만인 것으로, 그리고 46%는 과체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전 연령대를 통틀어서 과체중이거나 비만일 확률이 가장 높은 것 역시 이 연령대였다.
미국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국립건강 및 영양검사’의 조사에 따르면, 중년 남성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3.7%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과체중이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다시 말해 과체중인 경우 여성보다 남성이 심각한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리버사이드의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들은 남성들이 과체중으로 더 많은 건강 문제를 겪는 이유는 지방을 축적하는 방법이 여성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엉덩이, 둔부, 허벅지에 지방을 많이 축적하는 것과 달리 남성들은 복부에 지방을 더 많이 축적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내장 지방의 축적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내장 지방은 주요 장기 주위에 축적되는 지방으로, 특히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과체중은 심장질환 외에 성욕과 생식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수명도 단축시킬 수 있다. 의학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과체중은 평균 수명을 4년 단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중년 남성들의 경우 모든 연령대 가운데 삶의 만족도는 가장 낮고 불안감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불안감이 높을 경우 나쁜 식습관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나쁜 식습관은 결국 체중 증가와 건강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중년 남성들이 살이 찌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하면 바로 직장 환경을 꼽을 수 있다. 체중 감량에 직장이 방해가 되거나 혹은 체중 증가가 직장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가령 매일 처리해야 하는 업무 속에서 허기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간식을 먹는다거나 어쩔 수 없이 불규칙한 식사 패턴을 갖게 되는 것 등이 그렇다. 아니면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어울려 식사를 해야 한다거나, 퇴근 후에 회식 자리가 많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직장 내 스트레스와 압박감 또한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과 식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직장 동료들의 눈치로 인해 체중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다. 가령 감자칩 한 봉지 대신 샐러드를 선택하거나, 혹은 근처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모든 장벽들은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살을 빼기로 마음 먹었다면 어떤 직업이든 그 환경에 맞는 방법으로 체중 조절을 시도해볼 수 있다. 다음은 다양한 직업 유형에 따른 식습관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다.
#사무직 종사자
▲문제점=사무직 종사자의 경우에는 체중 감량에 장애물이 되는 잠재적인 요소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이를테면 동료들의 책상 위에 있는 군것질거리들, 동료 생일 선물로 사온 케이크, 금요일 밤의 술자리 등이 그렇다. 때문에 방심했다가는 허리둘레가 지속적으로 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년인 경우 신진대사가 느리기 때문에 신체 활동이 적을 경우에는 금세 과체중이 되거나 비만이 될 수 있다.
▲해결방법=사무직 종사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눈에 띄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음식 바꾸기’가 있다. 이 방법은 체중 감량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매우 유익한 방법이다.
일례로 사무실에서 습관적으로 먹는 간식을 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탕이나 과자를 책상 위에 올려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옆자리의 동료가 책상 위에 간식을 올려두길 고집한다면 간식을 불투명 용기에 담아 보관해줄 것을 요청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할 경우 군것질을 먹는 양이 줄어들었다.
이밖에 첫 번째 주 금요일에는 무조건 술을 마시지 않기로 정하는 방법이 있다. 부득이하게 술자리에 참석할 경우에는 다른 음료수를 마시도록 한다.
이런 간단한 방법들은 당장은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체중 감소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금씩 지속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먹는 음식들부터 시작하면 좋다. 가령 저지방 우유, 지방이 적은 육류 또는 통곡물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먹는 음식을 조금씩 바꾸면 된다.
또한 식습관의 기본부터 바꿔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식물성 음식(채소, 콩류)을 더 많이 먹고, 설탕과 포화 지방은 줄인다. 사교 모임에서도 피자를 먹을 때는 토핑을 추가하지 않거나, 음식을 나눠 먹거나, 술에 물을 타서 희석시켜 마시는 등 전략을 짜야 한다. 이렇게 하나씩 작은 변화를 만들 때마다 매일 섭취하는 칼로리량은 줄어들고, 마침내 체중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이런 규칙을 지키지 못해도 좋다. 이것을 실패라고 여기거나 혹은 노력을 중단하는 핑계로 삼지 말고, 다음 날 다시 시작하도록 한다.
#마감 기한이나 목표량이 있는 직업
▲문제점=마감일을 맞춰야 하거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등의 압박감은 결국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식습관,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 그리고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생리적인 영향 등이 그 원인이다. 만일 이런 유형의 직업을 갖고 있다면 술을 마시거나 단것을 먹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긴장을 푸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해결방법=집으로 일거리를 가지고 들어오지 말아라. 집과 직장 사이에는 분명히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 일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수록, 건강은 더욱 더 나빠질 것이다. 어쩌면 이미 이로 인해 고혈압, 속쓰림, 불면증 등 부작용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
퇴근 후에는 업무용 이메일 알림이 울리지 않도록 전화기를 설정하고, 가능하다면 회사 업무 단톡방은 무음 처리해둔다. 이렇게 하면 마음과 몸이 휴식할 시간을 갖게 되고, 다음날 더 생산적으로 될 수 있다. 운동선수들이 훈련 후에 일정한 휴식 시간을 갖듯이 직장인들도 그래야 한다.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유형의 직장인들은 식사를 통해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그렇다고 고칼로리 식단을 먹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건강에 좋으면서도 에너지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한때 유행했던 ‘팔레오 식단’이 한 예다. ‘원시인 식단’이라고도 하는 이 식단은 사냥과 어획(육류 및 해산물), 혹은 수확한 음식(계란, 견과류, 씨앗, 과일, 채소, 허브)만 먹는 것을 말한다. 정제된 곡물(밀가루), 가공 식품, 유제품, 그리고 설탕은 식단에서 제외한다.
‘원시인 식단’은 끼니 사이에 포만감을 유지하도록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도록 한다. 이는 근무 일정 때문에 규칙적인 식사 시간이 방해받는 경우에 특히 중요하다. 고단백 식단은 특히 남성들에게 유익하면서 동시에 많은 남성들에게 잘 맞는다. 일일이 칼로리를 계산하는 대신 음식 종류에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에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접대 많은 직업
▲문제점=영업이나 거래 성사를 위해 점심 혹은 저녁 약속이 끊이지 않는 경우, 어쩌면 이를 통해 경력은 쌓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뱃살도 쌓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식습관은 자연히 몸에 밴 습관이 될 수 있다. 푸짐한 식사와 늦은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이 방법이다.
▲해결방법=이를테면 5:2 또는 16:8과 같은 간헐적 단식을 한다. 5:2 단식은 일주일에 2일은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이고, 16:8 단식은 하루 24시간 중 8시간 동안은 간간히 음식을 섭취하고, 16시간 동안은 공복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음식을 섭취하고, 나머지 시간은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
2일 혹은 8시간 동안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 다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전날 금식을 했기 때문에 오늘은 ‘아무 거나 다 먹어도 된다’로 생각해선 안된다. 가장 좋은 것은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적은 칼로리만으로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가령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은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지 않고도 식사량을 늘리는 좋은 방법이며, 수프처럼 수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육체 노동자
▲문제점=육체 노동자들은 매일 몸을 쓰기 때문에 이런 경우 운동 부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설업에 종사하든 농업에 종사하든 아니면 유지 보수업을 하든, 이런 유형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하루 종일 열심히 몸을 써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동 중에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잦다는 데 있다. 이런 경우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햄버거, 샌드위치, 핫도그를 먹거나 낮에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콜라나 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마신다. 육체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이런 고정된 식사 패턴과 동료들의 시선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해결방법=점진적으로 하나씩 바꿔 나가라. 아마 많은 사람들은 채소를 맛보기 전까지는 실제로 자신이 채소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매주 다섯 종류의 새로운 과일과 채소를 먹어 보아라. 육체 노동은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음식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꾸준히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다 보면 점차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조롱하던 동료들도 결국에는 뱃살이 줄어든 당신을 보고 조언을 구해올 것이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식품에는 칼로리량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칼로리를 조절하는 데도 용이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