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번호 하나로 여러 사이트 운영…불법 영상물로 부 쌓아 부동산·숙박업 등 문어발식 사업 확장
불법촬영물로 손 쉽게 돈을 벌어들인 웹하드 업체를 경찰이 전방위로 조사하고 있다. 위디스크 캡처
웹하드 회사는 인터넷 세대가 본격적으로 태동한 1990년 대 후반부터 속속 생겨났다. 초창기 웹하드 창업자들은 지난 20년간 IT 벤처나 부동산, 숙박업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재계 큰손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불법 콘텐츠 유통으로 웹하드 업계가 비난을 사긴 했으나 전국민적 공분을 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불법 콘텐츠 중에서도 몰래 찍은 영상, 성관계 영상 등은 주된 수입원으로 웹하드 업계를 일으켜 세웠다.
웹하드 업체는 과기방통부에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 등록사업자’로 등록된다. 이렇게 등록된 웹하드는 지난 9월 기준 53개 사이트가 존재하며 이를 46개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웹하드 운영자는 통신판매업 등록번호를 하나만 발급 받아도 사이트 도메인을 복제해 문어발 식으로 신규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다. 46개 업체 가운데 1개 업체를 제외한 모든 업체는 주식회사로 설립됐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웹하드 순위는 예스파일, 위디스크, 파일조 순이다. 심명섭 대표와 양진호 대표가 운영하던 웹하드가 1, 2위에 있다. 이들은 여러 회사를 세우고 합병, 분할하며 웹하드 업체를 운영해왔다. 심 대표의 핵심 회사는 지주격인 위드웹이고 그 지배 아래 웹하드 운영사인 뱅크미디어가 있다. 뱅크미디어는 웹하드 예스파일과 애플파일을 운영해왔다. 지난 9월 심 대표는 뱅크미디어를 매각했다고 밝혔으나 실구매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업력이 오랜 업체로 제타미디어가 있다. 이 회사는 과거 피디박스를 운영하던 나우콤이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나우콤 문용식 전 대표는 1980년대 학생운동 핵심인물로 웹하드로 성장해 아프리카tv를 성공시킨 벤처계 거장이다. 문 전 대표는 2008년 디지털콘텐츠 무단배포를 통한 부당이익 취득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문 대표는 자신에 대한 제재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했으나 대법원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문 전 대표는 정치계로 보폭을 넓혔다. 2015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 노무현재단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문 전 대표는 올해 4월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으로 선임됐다.
나우콤에서 문 전 대표와 함께 일했던 김욱 전 상무가 현재 제타미디어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와 제타미디어와의 연관성에 대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시민단체를 통해 이와 관련한 제보도 나왔다. 현재까지 제타미디어의 주주 구성은 알려진 바 없다.
제타미디어와 MOU를 맺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회사 토토로사도 업력이 길다. 토토로사는 웹하드 토토디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토토로사의 지배회사는 소프트라인이다. 황규혁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라인은 웹하드 1세대부터 지금까지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황 대표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스카보로 호텔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으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 다수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다. 현재 아웃도어 의류 사업까지 진출해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웹하드 온디스크, 케이디스크, 파일구리를 운영하는 업체 비엔씨피와 아이콘큐브는 SK텔레콤이 운영해왔다. 두 회사는 SK텔레콤이 조성한 오픈이노베이션펀드 지분이 100%였으나 2015년 김장수 대표로 손바뀜이 이뤄졌다. SK 지배 아래에서는 적자가 지속되고 오픈이노베이션펀드가 비자금 창구로 지목되며 매각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웹하드 빅파일을 운영하는 블루트리도 주목받고 있다. 블루트리는 최근 엡하드 엠파일을 인수했다. 엠파일은 심명섭 여기어때 대표가 만든 웹하드로 최초 매각가가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었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엠파일을 인수한 블루트리를 두고 그 자원 마련에 이목이 쏠렸다.
눈여겨 볼 대목은 블루트리와 윤일오 블루트리 대표이사 사이의 자금거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3년 블루트리의 매출은 110억 원, 영업이익은 19억 원 상당이다. 같은 시기 블루트리는 윤 대표에게 총 17억 원을 장기로 대여해줬다.
윤일오 블루트리 대표는 “엠파일 인수는 사실이지만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고 규모가 큰 웹하드가 아니어서, 수십억 원은커녕 매각가가 높지 않은 회사”라고 강조했다.
특색 있는 게이전문 웹하드 파일맨도 있다. 파일맨은 I.C.C라는 회사가 운영 중에 있는데 엘지비티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있다. 엘지비티코리아는 성소수자그룹을 대표하는 회사로 동성애 커뮤니티 이반시티와 게이전문 쇼핑몰을 운영한다. I.C.C는 제휴를 통해 커뮤니티 이용자를 웹하드 파일맨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노린다.
웹하드 업체 중 불법 영상물에서 자유로운 곳은 사실상 단 한 곳도 없다. 웹하드 1세대 창업자들은 불법 콘텐츠로 벌어들인 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정계로 진출하는 등 신분을 세탁했다. 하지만 그 잔재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전방위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