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별’ 박용진‧이해찬‧이낙연…‘진 별’ 안희정‧이명박‧홍준표
대한민국을 강타한 무수한 사건과 함께 여러 정치인들이 떴고, 졌다. 왼쪽부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 노회찬 전 의원,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병준 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일요신문DB
# 뜬 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현재 소속인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며 당내 입지가 견고한 편은 아니었다. ‘재벌 저격수’라는 이름표를 얻으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오던 그가 ‘아이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치원 비리’ 폭로 덕분이다. 박 의원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의 명단과 비리 행태를 폭로했고, 이에 한유총 등 대다수의 유치원 관계자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국민적 지지와 함께 쏟아지는 후원금을 덤으로 얻게 됐다.
국감이라는 한 해 농사는 끝났지만 박 의원은 ‘박용진 3법’이라는 이슈를 이어가고 있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이 법은 지난 10월부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멈춰 있다. 한유총이 3법 통과 반대를 주장하고 자유한국당이 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현재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 국회 관계자는 박 의원에 대해 “본의 아니게 올해 하반기 내내 뉴스 상단에 이름이 계속 걸리고 있지 않냐. 이걸 보고 질투하는 의원들이 많더라. 누구는 ‘내가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건데’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약 3000만 원을 수수한 의혹으로 흠집을 입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뒤늦게 부각되며 재평가 받았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의혹이었지만, 모순적으로 그의 청렴성은 더욱 강조됐다. 언론은 그의 검소하고 정의로운 면을 재조명했고, 그를 배웅하는 국민들의 추모열기가 한참 이어졌다. 정의당의 정당 지지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역구가 있는 경남에서만 정의당 당원이 500명 늘어났다.
‘청렴한 노회찬’과 ‘금품을 수수한 노회찬’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드루킹이 이후 노 의원의 유서에 대해 “돈을 받지도 않은 사람이 받았다고 하니 한동안 이해가 안 됐다”, “노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은 특검의 회유에 의한 허위 자백이었다” 등의 기존 특검의 주장과 반대되는 진술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그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여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총리가 나란히 정부여당의 양대 축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1만 5000여 명의 대의원과 71만여 명의 권리당원으로부터 압도적인 몰표를 받으며 입지를 굳혔다. 그는 ‘친노계’ 인사로 다소 ‘친문계’와 묘한 긴장감을 보이긴 했지만, 이재명 지사의 출당 논의 등에서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청와대와 균형을 맞춰갔다.
이 총리는 최근 여론조사(국민일보가 타임리서치에 의뢰, 12월 4~5일 실시.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진보진영에서 20.2%를 기록하며 1위를 나타냈다. 그 뒤를 따르는 박원순 서울시장(8.4%)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8.4%)과 큰 격차를 벌리며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 총리가 존재감 과시를 위해 전면에서 자기 정치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지 않음에도 이 같은 여론조사는 의미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야권에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방선거에 참패한 한국당을 수습하고 재건하기 위해 당 전면에 섰다. 아직 여론이 공감할 만큼의 개혁과 쇄신을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 인적쇄신 발표에도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고질적인 문제로 불리는 계파갈등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는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제1야당의 간판을 맡았다는 점에서 그를 둘러싼 대권도전설도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전체 투표수 103표 중 68표를 얻어 38표를 얻은 김학용 의원을 누르고 가볍게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그가 원내대표가 된 것을 두고 친박계의 지지, ‘3수’라는 동정표 등 여러 분석들이 나왔지만, 무엇보다 그가 보수정당 역사에서 첫 여성 원내대표라는 점에 눈길이 쏠렸다. 민주당보다 여성 의원 수가 적은 한국당에서, 보수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선출됐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명 경기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일요신문DB
# 진 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의혹은 수년 전부터 이미 제기돼 왔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갖 논란들이 그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를 대상으로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 온 ‘@08__hkkim’ 트위터 계정주가 이 지사와 오랜 기간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궁지에 몰렸다. 또, 배우 김부선 씨와의 불륜설에 휘말리며 홍역까지 치렀다. 현재는 김부선 씨가 고소를 취하하며 논란은 사그라지겠지만, 그의 도덕성은 이미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 지사는 한때 차기 대권주자에 오르며 인기를 증명한 만큼 그를 공격하는 적도 많았다. 같은 당 내에서도 그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명‧출당 요구도 나오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이 지사를 강하게 경계하는 이들은 야권이 아닌 민주당 내 당원들이라는 것이다.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하고 혜경궁 김씨 정체를 찾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또는 당원들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 내 미운오리새끼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이 지사를 징계하지 않기로 해 이 지사는 기사회생의 불씨를 살려놓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또한 강력한 대권주자였지만, 성폭행 혐의로 정치 생명 불씨가 꺼져 사실상 재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은 전 비서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차례 성폭행했다고 폭로했으며, 다른 피해자들이 추가로 등장하며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후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여성의 정조’ 등을 거론했다는 점, 김지은 씨가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비록 무죄를 받았지만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으며, 그의 정치적 생명 또한 사실상 다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에 서울시장, 제17대 대통령까지 거쳤다. 그가 근현대사에 남긴 정치적 족적이 크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퇴임 후 5년 뒤 뇌물수수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과 함께 한국당 내 ‘친이계’ 의원들은 한껏 몸을 숙인 분위기이긴 하지만, 지난 19일에도 그를 위한 송년모임이 진행됐다. 12월 19일은 이 전 대통령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이며 대통령 당선일로 정치권에선 이를 ‘트리플 크라운 데이’라고 부른다.
이 전 대통령은 올해 트리플 크라운 데이를 구치소에서 홀로 보냈지만, 친이계 인사들은 매년 그렇듯 올해도 수십 명이 모여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찬을 즐겼다. 이곳에서 한 참석자는 “앞으로 이 전 대통령 석방운동을 준비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한때 당 대표에 대통령 선거 후보까지 나온 거물이지만, 지금 이들이 설 곳은 없다. 두 사람은 지방선거 패배 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각자의 이유를 갖고 해외를 향했고, 두 당은 계파싸움 등의 내홍에 시달렸다. 이후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던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의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여의도 당사에 나타난 점이 드러나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홍 전 대표는 매번 지나치게 거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한국당 내에서도 이를 만류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홍카콜라’라는 그만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이곳에서마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해 첫방송 시작부터 논란에 휘말렸다. 심지어 당 내부에는 홍 전 대표에 대한 제명 논의가 시작됐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한때 국회의원과 도지사, 당 대표와 대권 후보였던 그의 존재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