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마지노선…그 이하로 가면 ‘차기’들이 일어설 것”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이낙연 총리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12월 셋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7%포인트 하락한 46.2%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49.8%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월 17~18일 전국 성인남녀 1021명(가중 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6.8%, 표본은 2018년 10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에 따른 성과 연령, 지역별 가중 값 부여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www.rnch.c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46.2%는 역대 집권 2년차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치는 아니다. 문제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이후 3개월간 꾸준히 하락세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지지율이 80%를 웃돌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어 보인다.
권순정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실장은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더라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렇게 장기간 하향세가 지속된 사례는 처음”이라며 “이례적이긴 하다”고 평가했다.
권 실장은 짧은 시간에 지지율이 회복되기도 어렵다고 봤다. 권 실장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이 경제 문제다. 문 대통령이 경제 행보에 적극 나서긴 했지만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지지율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청와대는 우선 내부 기강을 다잡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실장은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내부 악재들(특감반 폭로 사태, 청와대 비서관 음주운전, 청와대 경호원 음주폭행 등)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부분이 정리되면 예전처럼 높은 지지율은 어렵겠지만 50% 초반까지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권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첫 데드크로스를 이룬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한국당) 원내대표는 첫 데드크로스에 “동이 터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한 한국당 인사는 “당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율을 모니터링하며 언제 데드크로스가 일어날지 주시하고 있었다. 데드크로스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가 여러 설익은 정책들을 밀어붙였는데 데드크로스 이후로는 그런 정책을 추진할 때 공무원 조직에서 제동이 걸릴 거다. 지지율이 높을 때처럼 (공무원들이)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데드크로스가 레임덕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레임덕은 절름발이 오리를 뜻하는 단어다. 권력 누수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야권 인사들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수직하강하자 레임덕을 언급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문 대통령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거론한 것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 정부 반대 집회에 참석한 것이 레임덕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대통령의 형식적인 임기는 5년이지만 실질적인 임기는 2년”이라며 문재인 정부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레임덕 전조 증상으로 보통 ‘지지율 하락’ ‘내부 권력 다툼’ ‘공직자 기강해이 및 복지부동’ 등을 꼽는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차임에도 벌써 3가지 증상이 다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의 한국당 인사는 “공직자 기강해이는 임기 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지난 12월 14일 대규모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는데 조기 레임덕 현상을 우려한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영삼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이건영 한국당 아산을 위원장은 “레임덕이 오니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게 정부 부처들의 태도였다. 정부 부처에 자료를 요청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주더라. 정권 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레임덕이 이런 거구나’ 하고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증언처럼 레임덕이 시작되면 각 부처가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기 시작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친정부 인사를 각 부처에 배치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차관급 인사에는 청와대 참모진 출신 3명과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1명이 포함됐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임기가 많이 남았고 인사권을 쥐고 있지 않나. 한 자리 얻겠다는 마음으로 바짝 엎드려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회의원은 다르다. 2020년 총선이 있는데 내년 상반기쯤에도 지지율 회복이 안 된다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레임덕을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 갈수록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장 소장도 “총선을 앞둔 여당 의원들은 다를 수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앞두고는 의리가 없다”고 했다. 차기 총선 일정을 생각하면 레임덕 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지켜야 할 지지율 마지노선이 40%라고 보고 있다.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면 여권 내 차기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여당도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한다. 공무원들은 정권이 바뀐 후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국정교과서 정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았다.
사정기관의 공격이 시작될 수도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특감반원 폭로 사건을 “수사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검찰이 청와대를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기 레임덕 분수령은 당청 지지율이 역전되느냐다. 현재까지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보다 10%가량 높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당시 진박 논란으로 당청 지지율이 역전되자 레임덕 현상이 시작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현 정권에서 레임덕 1차 징후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과거에는 레임덕이 임기 말에나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임기 초반에도 나타날 수 있다”면서 “저는 레임덕 징후로 지지율 하락, 대통령 권위 추락, 권력 내부 분열, 측근 및 친인척 비리, 차기 대권주자의 차별화 등 5가지를 꼽는다. 현 정권에서 이미 3~4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여권 내에서 레임덕을 언급하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실을 직시해야 정확한 진단과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 “지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레임덕을 넘어 블러드덕(피흘리는 오리), 데드덕(죽은 오리)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