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듣지 않으면 복수가 시작됐다
손혜원 의원은 14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제보를 받고 만난 한 선수와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놨다. 손 의원은 “(이 선수는) 한체대에 스카우트 돼 고등학교 때부터 연습을 했던 사람”이라며 “(이 선수가 말하길 한 사설 강사가) 자꾸 끌어안고 볼에다 몸을 비볐다. 전화를 걸어서 자꾸 밥을 먹자고 하고 극장에 가자고 했다. 그 사람이 너무 싫었다. 싫어서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랬더니 왕따를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말을 안 들으니까 (사설 강사가) 내 선수 생명이 끝나도록 스케이트의 날을 가지고 기록이 나오지 못하게 한 것 아닌가 의심이 된다. 국가대표 선발 며칠 전에 (사설 강사가) 몰래 지금까지 타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날을 갈아놨다. 날이 이러면 ‘어떻게 기록을 냅니까?’라고 했더니 ‘못하면 네 잘못이야’ 하면서 욕을 했다. 날이 갈리면서 형편없는 점수가 나왔다. 그 뒤에는 다시 날이 스케이트 부츠와 날이 붙어 있는 위치 부분이 또 좌우가 바뀌어서 제대로 타지 못했다”며 “2주 전 캐나다 훈련 때만 해도 최고 점수를 냈다. ‘내가 이렇게만 가면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제보자의 이야기를 대신 전했다.
한체대 관계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한체대는 한체대 소속 대학생 선수반 외 70여 명쯤 되는 초중고교생 쇼트 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반을 따로 구성해 사설 강습을 해 왔다. 문제는 초중고교생 선수반을 담당했던 사설 강사가 다수가 성폭력 가해자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쇼트 트랙을 담당했던 조재범 씨는 심석희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쇼트 트랙을 담당했던 또 다른 사설 강사 A 씨 역시 2012년 한 선수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성추행 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번에 손혜원 의원이 제기한 또 다른 사설 강사 역시 이번 폭로로 성추행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련 기사: 성추행 의혹 쇼트 트랙 전 국대 코치, 한체대에서 초중고생 지도)
한체대 빙상장을 총괄하는 건 전명규 한체대 교수다. 한체대 빙상장에서 근무했던 사설 강사는 단순 사설 강사가 아니었다. A 씨는 지난해 쇼트 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때 전 교수를 대신해 한체대 선수반 전체를 지휘하기도 했다.
2018년 4월 쇼트 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체대를 감독하는 A 씨
한편, 한체대 관계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한체대 빙상장에서 강습을 받은 초중고교 선수반 학생은 1인당 월 70여만 원을 강습비로 냈다. 달마다 약 5000만 원, 1년 6억 원 정도의 규모로 걷혔다. 대부분 현금 거래만 이뤄졌다. 사설 강사 다수는 과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차명계좌로 돈을 나눠서 받는 등 세금을 포탈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조재범 씨 역시 사설 강습비 세금 문제로 전과가 있다. 현재 그 돈이 모두 어디 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한체대 빙상장은 2003년쯤 생겨 강습을 시작했다. 연 6억 원 규모의 현금 매출을 따져 보면 이제껏 세금을 내지 않고 어딘가로 흐른 돈은 약 100억 원에 이른다. 동부지검이 한체대 빙상장 관련 문제를 들여다 보고 있다고 알려졌다. (관련 기사: “한체대 빙상장 강습비, 전명규 오른팔 백 씨가 가져가”)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추후보도] 빙상 선수 A 씨에 대한 B 코치의 성추행 의혹은 검찰 조사 결과 기각 본지는 2019년 1월 15일 특종/단독면에 ‘손혜원, “한체대 사설 강사가 여고생 끌어안고 볼에 몸 비벼”…성추행 의혹 제기’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도에 언급된 빙상 코치(강사)가 “2019년 4월 검찰로부터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청취할 수 없고, 피의사실을 인정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일 이유로 각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혀와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