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1등 만들어라” 압박하며 폭행까지
조재범 코치의 편지
# 전명규 교수, “한체대 심석희가 연세대 최민정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압박
조재범 코치의 편지에 따르면 2017년 초 전명규 교수는 고교 시절 한체대 빙상장에서 사설강사에게 운동을 배웠던 최민정이 연세대 진학을 결정하고 성남시청 소속 선수가 되자 심석희의 성적이 최민정 성적보다 좋아야 한다며 조 코치를 매우 옭아맸다. 전 교수는 한체대 빙상장 2층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로 조 코치를 불러 분이 풀릴 때까지 몇 시간이고 세워놓고 “개새X”, “이번에 심석희 1등 못하면 각오해라”, “너는 대표팀에서 집 싸서 나가 개새X야. 대표팀에 있을 자격이 없다. 너 같은 놈은 안 돼”라고 자주 압박했다.
조재범 코치는 “심석희가 국제시합 성적이 좋지 않을 때면 난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체대 빙상장의 전명규 교수 연구실로 불려가 욕을 먹었다. ‘작전이 그게 뭐냐’는 식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괴롭힘 당했다”고 적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목격했던 한 한체대 옛 관계자는 “전 교수는 보통 화가 나면 사람을 연구실에 세워 두고 욕을 하며 소리를 지른 뒤 또 한참 혼자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만지다 또 윽박을 지르는 식으로 사람을 가만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명규 교수는 조재범 코치를 압박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았다. 조 코치를 시켜 최민정의 국제경기 출전도 막았다. 조 코치는 “2016년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2016/17 시즌 4차 월드컵 때 전 교수는 ‘한국에서 하는 경기인 만큼 한체대 심석희가 금메달을 따야 한다’며 ‘최민정이 금메달을 양보하게 하라’고 날 압박했다. 최민정에게 그 말을 전했다. 최민정은 ‘1500m에서 금메달 양보할 거면 차라리 다른 종목을 출전하겠다’고 한 뒤 심석희와 다른 종목인 500m 출전했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조금 예민한 문제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제빙상연맹 2016/17 시즌 4차 월드컵 성적
당시 출전 기록을 살펴 보면 최민정은 1500m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1500m는 최민정의 주 종목 가운데 하나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민정은 1500m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명규 교수는 심석희의 경기 출전도 자신이 막아 섰다. 조재범 코치는 “2014/15 시즌 4차 목동 월드컵 때 심석희는 상태가 괜찮았지만 시합이 다소 안 풀렸다. 그런데 전 교수가 이미지 떨어진다며 날 시켜 강제로 시합을 기권 시키고 심석희를 잠적 시켰다”고 말했다. 심석희 측근은 “심석희가 당시 경기를 못 나가 매우 실망해서 위로해 주느라 메시지를 주고 받은 적 있었다”고 했다.
# 전명규 교수의 특정 선수 영입 지시와 문체부 감사 불출석 강요, 그리고 폭행
조재범 코치는 “2017년 10월쯤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OOO이 한체대 입학을 거부하자 전명규 교수는 내게 ‘그런 것도 제대로 못하냐. 대표팀에 왜 있냐. 대표팀에서 네가 하는 일이 뭐냐. 사표 쓰고 짐 싸서 나오라’며 욕하고 압박했다. 결국 OOO이 한체대에 입학했다. 이때 조건으로 전 교수가 OOO을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브라보앤뉴와 계약시켜줬다. 전 교수는 브라보앤뉴에 전화해 OOO을 받으라고 통화하는 것을 들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압박은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전명규 교수의 폭행도 폭로됐다. 조재범 코치는 “2015년쯤 남자 쇼트 트랙 국가대표 코치였던 조항민이 한체대 조교로 있던 시절 강습 받던 중고생이 다른 팀으로 많이 빠져나간 적 있었다. 전 교수는 나와 조항민을 매우 압박했다. 난 그만 둘 생각으로 조항민과 함께 전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가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전 교수는 욕을 하기 시작했다. 곧 내 머리를 3대 정도 내려쳤고 뺨도 때렸다. 주변에 있던 유리 같은 것도 깨트리며 화를 냈다. 빙상장을 나가면서 골프연습채로 빙상장 난간을 내리쳐 골프연습채가 부숴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전명규 교수는 이런 사실이 알려질까 조재범 코치가 문체부 감사에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 섰다. 조 코치는 “문체부 감사 때 전 교수가 감사에 나가지도 말고 연락도 받지 말라고 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문체부 감사가 끝나기 일주일 전쯤 후배 코치 OOO에게 연락을 받았다. 전 교수와 자기가 내가 사는 경기도 광주 곤지암 집 근처로 오고 있다는 연락이었다. 전 교수를 만나도 할 말이 없어서 만나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뒤 전 교수가 ‘급한 일이 있어 꼭 만나야 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전 교수 집으로 찾아갔다. 전 교수는 ‘이제 네가 감사에 나가야 할 것 같다. 네가 다 한 것으로 해라. 넌 더 잃을 것도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 전명규 교수, 국가대표팀 훈련 일정부터 개인훈련까지 지시
전명규 교수는 한체대 재학생 임효준과 황대헌이 국가대표팀 들어간 뒤 대표팀 훈련 스케줄에 적극 관여했다. 조재범 코치는 “매주 한체대 빙상장 사설강사 백 아무개 씨가 국가대표팀으로 훈련 스케줄 보내고 그 스케줄대로 따르게 했다. 백 씨가 카카오톡으로 김선태 쇼트 트랙 국가대표 감독에게 스케줄 보내면 김 감독이 조항민 코치에게 전송했다. 조 코치가 스케줄을 정리해서 내게 전송했다”고 밝혔다.
조재범 코치의 편지에 따르면 백 씨는 한체대 임효준과 황대헌이 평창 동계올림픽 시즌 국가대표팀 있을 때 야간에 태릉선수촌에 찾아와 아무도 모르게 두 선수만 야간 훈련을 시켰다. 보통 저녁 먹고 나서 7시 30분 전후로 시작했다. 모든 이에게 비밀로 했다. 김선태 감독에게만 보고됐다. 태릉선수촌에서는 실내체육관, 진천에서는 빙상장에서 훈련이 진행됐다.” 임효준은 “훈련이 끝나고 백 씨가 찾아온 적 있었다”고 말했다. 황대헌도 같은 대답이었다. 김 감독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선수의 경기 출전도 전명규 교수 뜻대로 정해졌다. 조재범 코치는 “전 교수는 2017/18 시즌 평창 동계올림픽 티켓 때문이라는 핑계로 김선태 감독에게 한체대 소속 임효준, 황대헌을 월드컵 시리즈 전종목에 출전시키라고 지시했다. 임효준과 황대헌의 국제대회 경험 부족도 이유였지만 사실 전 교수는 고양시청 소속 곽윤기가 개인전에 출전하는 걸 매우 싫어했다. 대표선발전 상위선수에겐 종목 선택 우선권이 있다. 남자 선수만 이렇게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여자 선수도 남자선수처럼 상위 선수 모두가 무조건 월드컵 시리즈 전 종목에 출전하라고 압박했다”고 했다.
# 휠라 경기복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국가대표팀 압박
현재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국가대표 경기복 관련 폭로도 나왔다. 현재 전명규 교수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조재범 코치는 “이전까지는 국가대표팀은 휠라 경기복을 착용했다. 허나 전명규 교수는 휠라 경기복을 공급해 온 자신의 제자 이준수 씨와 사이가 나빠졌다. 전 교수는 이 씨가 싫다는 이유로 목동빙상장에서 경기복 시험날 내게 ‘최민정과 심석희가 휠라가 아닌 다른 업체를 선택하게 하라’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조재범 코치는 전명규 교수의 지시를 따를 수가 없었다. 최민정이 고교 시절 자신에게 스케이팅을 배우긴 했지만 성남시청으로 소속을 옮긴 까닭이었다. 조 코치는 “전 교수에게 ‘최민정은 성남시청 선수라서 더 이상 강요할 수 없다’고 말하자 그는 내게 ‘최민정 하나 통제 못하냐?’며 ‘네가 대표팀에서 하는 일이 뭐냐. 그런 거 하나 통제 못 하냐. 그런 것도 못하면 대표팀에서 사표 쓰고 짐 싸서 나오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조재범 코치에 따르면 전명규 교수는 선수의 선택뿐만 아니라 다른 지도자에게도 휠라 경기복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시켰다. 조 코치는 “다른 지도자에게 휠라 보다 새 회사의 경기복이 더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라 했다. 전 교수는 국가대표와 동시에 화성시청도 맡고 있는 김선택 감독도 압박해 화성시청 소속 서이라도 다른 업체를 선택하도록 했다. 임효준과 황대헌 등 한체대 선수에게도 압박은 계속됐다. 그런 뒤 그 결과를 빙상연맹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빙상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휠라 경기복은 허벅지 부위에 방탄이 적용돼 있었지만 전 교수가 밀던 브랜드 경기복에는 되레 허벅지 부위 방탄이 적용돼 있지 않았다.
전명규 교수의 휠라 밀어내기는 계속됐다. 조재범 코치는 “태릉선수촌 챔피언 하우스에서 휠라 경기복 소개 시간에 전 교수는 당시 스피드 스케이팅 감독과 쇼트 트랙 감독에게 제품 소개에 참여 못하도록 지시했다. 두 감독이 ‘꼭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자 ‘훈련 시간을 핑계로 빠져 나오라’고 압박했다. 선수 대부분은 경기복을 한 번씩 입어보기만 하고 운동 시간이라며 다 빠져 나갔다. 대표팀 선수와 코치는 휠라 경기복 소개를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고 폭로했다.
경기복 불편사항 확인서
문체부는 감사 뒤 경기복 관련 전명규 교수의 업무 방해 등의 혐의를 수사해 달라고 경찰청에 수사의뢰한 바 있었다. 이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을 거쳐 현재 서울 송파경찰서로 이첩돼 있다. 이번 폭로로 경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