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 수준 높아져…온라인 중계에 전력 다할 것”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일요신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한창인 현재, 조별예선 36경기부터 토너먼트 16경기까지 총 52경기를 동시간대 열리는 경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생중계하는 축구 해설가가 있다. 하루 3경기 중계도 마다하지 않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이는 ‘막걸리 해설’로 잘 알려진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대회 대부분의 경기를 지켜보며 축구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이 위원을 경기도 성남 아프리카TV 스튜디오에서 만나 대한민국 대표팀의 대회 전망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상윤 위원이 바라본 아시안컵 “아시아 수준 높아졌다”
이상윤 위원은 아시안컵 개막부터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로 생중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전경기 중계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도 빠짐없이 챙겨봤다. 그는 대회를 지켜본 소감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과거 내가 현역 선수 시절에는 일부 아시아 팀을 상대로 쉽게 이긴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쉽게 볼 수 있는 팀이 없다”고 했다.
이 위원을 만난 시점은 대표팀의 조별리그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이 끝난 직후였다. 2승을 거뒀지만 일부에선 1-0 신승을 두고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그는 “긍정적 부분을 꼽자면 무실점을 했다는 점”이라며 “축구라는 것이 전력차가 있다고 해도 90분 내내 공격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점을 할 수도 있는데 무실점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득점이 나올 수도 있는 장면에서 그러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평했다. 그는 “특히 키르기스스탄전에서 2~3골은 넣을 수 있었다. 골이 더 터졌다면 팀 분위기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많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벤투 감독이 처음 온다고 했을 때 나도 그랬고 많은 분들이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물론 좋은 감독이지만. 이후 뚜껑을 열어보니 나쁘지 않았다. 선수들 동기부여도 좋았고 감독이 의도한 바를 선수들이 보여주기도 했다. 어쨌든 크게 봤을 때 최종 종착지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대표팀이 아시안컵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목표는 우승이다. 현재까지 결과를 내고 있기에 응원이 필요하다. 경기력에서 아쉬운 점이 나오는 것은 선수들 컨디션의 문제라고 본다. 동아시아리그(한·중·일 리그) 시즌이 끝난 시점에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또한 대회가 중동에서 열린다는 것도 우리에겐 마이너스다. 경기 중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선수도 있지 않았나. 그 외에 부상도 체력적인 부분, 컨디션 관리 측면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팀에 이 위원은 정신적 부분에서 조언을 전했다. 체력과 컨디션은 대회를 치르며 올라갈 수 있고 전술적 부분은 이미 준비를 해오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긴장감을 풀어줘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라며 “나도 선수시절 긴장을 풀려고 좋은 활약을 펼쳤던 순간을 되뇌곤 했었다. 편안한 기분이 들다가도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 내 리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팀이 잘 될 때는 가만히 둬도 잘 굴러간다. 좀 분위기가 처지는 순간 이끌어주는 리더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그런 역할이 조금은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기량은 좋지만 힘들 때 좀 더 힘을 내주는 리더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과거 홍명보 같은 존재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각 포지션별로 한 명씩 필요하다. 우리에겐 김영권, 기성용, 손흥민이라는 리더가 있다. 이미 잘하고 있는 이들에게 좀 더 바란다면 욕심일까”라며 웃었다.
이상윤 위원은 아프리카TV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이 위원을 만난 지난 11일 밤은 저녁 8시부터 12일 새벽으로 넘어가며 3경기가 연속으로 열리는 날이었다. 그는 쉼 없이 중계를 이어갔다. 아시안컵 개막과 동시에 시작한 강행군이었다. 틈나는 대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도 곁들였다. 12일 저녁에는 아시안컵부터 프리미어리그까지 4경기를 중계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강행군을 이어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위원의 대답은 “방송이 재밌다”는 것이었다. 그는 “방송을 하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웃었다. 이어 “현장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 방송이 나에게 큰 힘이 됐다. 공허하기도 하고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을 때 방송이 나를 채워주는 기분이 들었다. TV에서도 해설을 하지만 경기 중계가 많지 않기에 인터넷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에 대한 특별한 감정도 이야기했다. “나는 이제 ‘잊혀져가는 이상윤’이다. 우리 세대 축구선수들을 이제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른다”면서 “강의를 종종 나가기도 하는데 ‘1990년 이태리 월드컵,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한 이상윤이다’라고 소개하면 시큰둥하다. 그런데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한다’고 하면 반응이 다르다(웃음)”고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카메라와 마이크로 축구팬들을 만나며 즐거움을 얻고 있지만 현장 복귀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이 위원은 지도자 시절 팀이 해체되는 등 유독 불운을 겪었다.
“물론 내가 운동장에서 뛰었던 사람이기에 지금도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 기회가 한 번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는 방송만을 생각하고 있다. 방송에 집중하며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웃음).”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현장에서 이뤄진 ‘이상윤X일요신문 즉흥 합동방송’ 이상윤 해설위원의 즉흥적인 제안에 ‘일요신문’이 객원해설로 중계에 참여했다. ‘일요신문’이 이상윤 해설위원과의 인터뷰를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때는 필리핀과 중국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조별리그 필리핀과 중국의 경기 중계가 한창이었다. 이수열 축구칼럼리스트와 함께 카메라 앞에 앉은 이 위원은 마치 놀이를 하듯 즐거운 표정으로 온라인 중계에 임하고 있었다. ‘막걸리 한 통을 마시고 해설하는 것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막걸리 해설’이라는 별칭처럼 이 위원은 즐거운 방송을 모토로 하고 있었다. 이 위원은 “공중파 느낌으로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진지하게 경기 상황을 전하기도 했고 때론 철저하게 ‘인터넷 방송 문법’으로 방송에 임하기도 했다. 1969년 생으로 한국나이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인터넷 신조어를 사용하는데도 능숙했다. 일요신문이 현장에 도착하자 방송 중임에도 스스럼없이 반갑게 맞으며 기자를 ‘객원 해설’로 카메라 앞에 앉히기도 했다. 중계방송에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시청자들도 객원 해설을 반갑게 맞아줬다. 동석한 이수열 칼럼리스트도 즉흥적인 ‘합방(합동방송을 줄인 인터넷 방송 신조어)’이 대수롭지 않은 듯 했다. 배우 강은비 씨, 최용덕 교수와 함께한 대한민국과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 중계. 자신이 선호하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BJ·Broadcasting Jockey)를 선택해 방송국으로 입장하는 시스템이지만 이곳에서도 인터넷 문화의 문제인 악성 댓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시청자가 방송에 대해 비난조로 지적을 하자 이 위원은 침착하게 해명을 하기도 했다. 이날 이 위원과의 합방 대상은 일요신문만이 아니었다. 최다훈 캐스터, 박시하 아나운서가 호주와 팔레스타인 경기에 함께했고 이어진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키르기스스탄전)에는 BJ로 변신한 배우 강은비 씨, 최용덕 교수 등이 함께했다. 이 위원은 “유명 BJ부터 캐스터나 아나운서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도 함께한다. 내가 한번 도움을 받으면 나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 앞으로 갚아 나가야 할 사람들이다”라며 웃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