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확장성 의문 달리고 대의원들도 싸늘…황 측 “반대파서 퍼뜨리는 소문일 뿐” 일축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월 2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원 여성협의회 정기총회 및 발대식’에 참석했다. 박은숙 기자
“황교안도 하는데, 나도 한 번 해볼까.”
자유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황 전 총리의 전대 승리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 상수로 떠오르긴 했지만 경쟁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출마를 고심 중인 한 후보는 ‘황교안이라면 붙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면서 “‘황교안 바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황 전 총리 가세 후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반색하는 기류가 감지됐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의외의 반응이다. 하지만 이 재선 의원은 “대부분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 측근은 “당의 삼고초려로 황 전 총리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최소한의 예우는 갖춰주길 바란다”며 “당 일각에서 부정적 여론이 나오긴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황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황 전 총리를 정치판으로 부른 것은 지지율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는 보수진영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여야를 합친 조사에서도 황 전 총리는 이낙연 총리에 이어 2위권을 유지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월 2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보수야권 후보 중 22.5%로 1위였다. 2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14.4%)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 전 시장은 일찌감치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졌다. 오 전 시장은 복당파가 미는 후보로 전해진다. 오세훈-황교안 대결을 친박과 복당파 간 리턴매치로 보는 이유다. 양측은 박근혜 탄핵 과정, 그 이후 사사건건 부딪쳐왔다. 복당파와 친박은 전대 승리를 발판으로 총선, 그리고 다음 대선까지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친박 진영이 황 전 총리 영입에 공을 들였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읽힌다.
그러나 친박 내에서조차 황 전 총리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친박 의원은 “황 전 총리를 데려오려고 했던 것은 일부 의원들이다. 전직 친박 의원들도 도왔다고 들었다. 하지만 친박계 상당수는 여기에 동조하지 않는다. 도대체 황 전 총리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친박 의원 역시 “황 전 총리 출마로 전대는 흥행이 될 것 같다. 모처럼 자유한국당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황 전 총리 역할은 딱 거기까지”라고 했다.
다른 진영에선 더욱 날선 얘기들이 나온다. 한 복당파 의원 말이다. “황 전 총리 지지율을 언급하며 마치 천군만마라도 얻은 듯 들뜬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그럴 만한 수준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과거 반기문 안철수 등 소위 ‘신드롬’을 일으켰던 인사들이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 얻었던 지지율은 30~40%대였다. 새로운 인물에 대해선 반대 진영에서도 당분간은 찬반 여부를 보류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일단 정치권에 들어오면 지지율 까먹는 일만 남는다. 예외는 없었다. 검증이 이뤄지고, 피아가 구분되면서 지지율은 갈수록 떨어진다. 그런데 황 전 총리의 정치권 입성 전 지지율은 10% 중반에 불과했다. 여기에 진보 진영에선 황 전 총리를 극도로 기피했다. 표의 확장성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앞으로 황 전 총리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비박계 의원들은 황 전 총리 출마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 비박 중진 의원은 “당이 총선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박근혜 그림자를 벗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비대위도 만들고 그랬던 것 아니냐. 그런데 황 전 총리가 대표가 되면 모두 허사가 된다”면서 “황 전 총리와 그를 따르는 세력이 나가서 따로 당을 만들지 왜 여기서 이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비박 의원도 “황 전 총리는 들어오자마자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사람이 누구냐’며 공안 검사 출신다운 발언을 했다. 우파를 결집시키겠다는 의도 같지만 구시대적이다. 이런 ‘편가르기’ ‘색깔론’ 프레임으론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했다. 앞서의 비박 중진 의원도 “당이 그렇게 어려울 땐 간만 보더니 최근 여당 상황이 악화되고 자유한국당 기세가 오르자 숟가락을 얹었다. 지금까지 황 전 총리가 보여준 게 뭐가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황 전 총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특히 황 전 총리 지지율이 과연 상승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황 전 총리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표의 확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공을 들이는 20~40대에서 황 전 총리 지지율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월 2일 발표한 지지율 결과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50대(18.8%) 60대(18.6%)에선 전체 지지율 13.5%를 웃도는 수치가 나왔다. 반면, 20대(8.5%) 30대(9.3%) 40대(9.4%)에선 이에 못 미쳤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박 중진 의원은 “황 전 총리 지지층은 과거 박근혜 탄핵을 반대했던 세력과 겹친다. 태극기부대와 같은 충성도 높은 지지층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70~80%에 달했던 탄핵 찬성 지지자들과 등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에겐 당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리더가 절실하다. 집토끼보단 산토끼를 잡을 때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을 끌어와야 총선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 그런데 황 전 총리로는 불가능하다. 20~40대를 포기하자는 말이냐. 민주당이 황 전 총리가 대표로 뽑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국회의원들과 함께 전당대회 주요 선거인단에 포함되는 대의원들 속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대의원들 역시 국회의원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대의원은 “황 전 총리가 전대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대의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컷오프조차 힘들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의원 역시 “나도 친박계이고, 박근혜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황교안은 아닌 것 같다.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러한 기류에 대해 황 의원 측근은 “지지율 1위 황 전 총리와의 경쟁을 두려워하는 쪽에서 퍼트리는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후보 등록을 마치고, 유세가 시작되면 황 전 총리 진가가 드러날 것이다. 국회의원 경력은 없지만 총리까지 지낸 분이다.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쌓아온 콘텐츠로 승부할 것이다. 황 전 총리야말로 문재인 정부 실정을 바로 잡고, 위기에 빠진 자유한국당을 건져 낼 적임자”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