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도요타 등 전기차·수소차 생산 집중키로…세계 5위 현대차 친환경차 판매 20위
이같이 된 데는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 흐름을 이끌어온 유럽연합(EU)은 금세기 하반기 이후 기후 중립적인 운송을 가능하게 하자는 데 합의하고 현행 130g/㎞인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오는 2021년에는 95g/㎞를 초과하지 않도록 정했다. 세계 1·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 역시 유사한 규제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미국은 오는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113g 수준까지 낮추도록 권고했고, 중국은 친환경차 판매 비중 강화를 내놨다.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 서울 방향 도로에 설치된 노후경유차 단속 폐쇄회로(CC)TV. 연합뉴스
각국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에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전동화’로 변혁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1년까지 디젤 승용차 생산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2040년부터는 전기차에만 집중하고 내연기관차는 아예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디젤차로 환경규제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전기차로 변경한 것이다. 도요타는 일본 업체로는 처음으로 탈 디젤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디젤 모델의 판매를 중단하고 향후 신차에서도 디젤엔진을 제외한다고 했다. 2025년부터는 모든 차종에 전기구동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의 전동화 선언은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로 옮겨가고 있다. 폭스바겐과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 업체인 르노-닛산은 수소연료전지차(FCEV) 개발 계획은 중단했지만, 수요가 급증하는 전기차에 집중할 것임을 알렸다. 세계 4위 제너럴모터스(GM)가 시행 중인 대규모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내연기관차 생산 규모를 줄이는 대신 전기차로 전환이 자리잡고 있다. 독일 다임러는 전기차 개발·생산에 100억 유로(한화 약 1조 2800억 원)를 투자해 2025년까지 25종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또 독일 BMW는 2025년까지 전기차 25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탈 내연기관 선언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PA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가 대부분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치 ‘1㎞당 95g’을 준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 PA컨설팅은 독일 내 모든 완성차업체가 전동화 전환에 실패하면 기준치 미달에 따른 벌금을 지불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완성차업체들의 ‘변혁’은 필수인 셈이다.
그러나 세계 5위 완성차업체인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흐름에 적극 동참하지 못한 채 답보하고 있다. 선언을 통한 방향 제시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개발과 관련해 향후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8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4종, 전기차 5종, 수소전기차 1종, 총 18종의 친환경차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도 차세대 동력전달장치인 ‘스마트스트림’을 2022년 디젤엔진 10종, 가솔린엔진 6종, 변속기 6종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주요 업체들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판매량 5위에 들 만큼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성장한 것은 맞지만, 신기술이나 정책을 선도해 시장 흐름을 이끌어가는 업체라기보다 시장 흐름에 맞춰 대응하는 자세를 가진 곳”이라며 “2025년 도요타의 내연기관 종식, 2040년 폭스바겐의 내연기관 생산 중단에 따른 내연기관차 시장의 빈 자리를 가져오겠다는 복안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대차그룹 스스로 미래에 대해 공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과 전기차, FCEV까지 모두 준비해 시장 흐름이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FCEV인 ix35 Fuel Cell 양산을 세계 최초로 이룩하고도 일본 도요타의 전략 변화를 지켜본 게 대표적인 예다. 박소영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독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연구위원은 “2025년을 목표로 독일 등 유럽이 전기차 시대 이후의 자동차로 수소차를 지목하면서 현대차가 뒤늦게 자사 FCEV를 선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기준 독일 내 FCEV 판매량 400대는 현대차가 아니라 도요타였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동차산업 변혁기 이후 현대차그룹 역할이 더욱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판매량 기준 20위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는 벌써 FCEV 기술 추격을 시작했다. 혼다와 GM은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 생산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세웠고, 도요타와 BMW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전기차 플랫폼의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수소충전소가 확대하는 2030년부터 FCEV 양산 판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산업 변혁기에서 현대차그룹이 취해온 패스트팔로어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이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 2%대를 유지하며 내연기관·전기차·FCEV를 모두 붙잡고 있는 동안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는 평균 5%, 폭스바겐은 7%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으며 시장 변화를 선언 주도권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