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파문 잦아들자 새 차 판매 골몰…환경부는 이행 기간 연장해줘
환경부에 따르면 AVK가 배출가스를 조작해 수입·판매한 차량은 모두 15개 차종 12만 5515대로 지난 12월 17일 기준 리콜을 완료한 차량은 전체의 65.3%인 8만 2011대에 불과했다. AVK는 환경부가 소프트웨어·배출가스·성능·연비 등 리콜 계획 검증을 차종에 따라 달리 진행해 리콜 승인이 1·2·3차로 분리된 영향이라고 설명하지만, 각 차수별 리콜 이행률은 최대 7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월 리콜 1차 승인을 받은 티구안 2.0 등 3개 차종 2만 7010대 중 지난 17일 기준 리콜을 완료한 차량은 1만 8962대(70.2%)에 그쳤다.
폭스바겐 서비스센터 앞에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리콜 대상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특히 AVK가 기록한 1차 리콜 이행률 70.2%는 환경부가 리콜 이행률 목표로 제시한 85%에 15%포인트 가까이 미달한 수준이다. 앞서 환경부는 1차 리콜을 승인하며 AVK에 18개월 내 미국과 같은 85% 리콜 이행률 달성을 요구했고 AVK는 이를 약속했다. AVK는 리콜 계획을 승인해주면 픽업·배달서비스, 교통비 제공, 콜센터 운영 등을 제공해 리콜 이행률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리콜 이행 기간이 끝났을 때 AVK의 1차 리콜 승인분에 대한 리콜 이행률은 60%에 그쳤다. 이후 반 년간 리콜 이행률은 10%포인트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환경부가 AVK의 리콜 이행률 미달 상황을 오히려 용인해주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환경부는 지난 9월 1차 리콜 승인분에 대한 리콜 이행률이 18개월 넘게 70%에도 못 미치자 리콜 이행 기간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규정에 없는 자의적인 벌금 부과는 행정권 남용 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하지만, 지난해 8월 2차 리콜 승인을 발표하며 밝힌 제작사 책임 명문화 등의 제도 개선은 진행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내년 2월 끝나는 AVK 2차 리콜 승인분에 대해서도 리콜 이행 기간 연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각각 승인한 2·3차 리콜 승인분에 대한 리콜 이행률은 현재 1차 리콜 승인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경부가 A4 2.0 TDI 등 9개 차종 8만 2290대에 대해 승인한 2차 리콜은 지난 12월 17일 기준 이행률 64.9%(5만 3448대)를 기록했다. 환경부가 2차 리콜에도 1차와 동일한 85% 이행률 기준을 적용한 만큼 AVK는 내년 2월까지 리콜 이행률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VK 관계자는 “교통비에 콜센터 운영까지 하면 됐지 뭘 더 해야 하나라는 인식이 (내부에)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판매 재개에 나선 AVK가 아우디 A6 35 TDI를 판매하며 400만 원 넘는 할인을 적용, 판매량 증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AVK는 또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GT에 잔가 보장형 할부 및 1년간 신차 교환 프로그램 등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현금 할인까지 진행했다. 이에 힘입어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지난 4월 각각 수입차 시장 판매량에서 3위와 9위를 기록했으며 지난 9월 수입차 판매량에선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AVK가 리콜 이행은 뒤로 미루고 판매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AVK가 리콜 이행을 뒷전으로 미루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리콜 승인 조건으로 환경부와 맺은 18개월 내 85% 리콜 이행률에 미달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아우디폭스바겐에 리콜 명령 후 18개월 내 85% 이행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미달치 1%당 95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승인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아우디폭스바겐은 6개월 만에 리콜 이행률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AVK가) 리콜 이행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AVK의 리콜 이행률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졌다. 고객들을 중심으로 리콜 후 차량 연비와 출력이 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폭스바겐 제타 2.0 TDI를 소유한 민신순 씨(36)는 “리콜 후 오히려 연비가 ℓ당 2~3㎞ 떨어졌고 출력도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며 “미국처럼 확실한 보상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주변에 리콜을 만류하고 있다”고 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올해 리콜 규모 사상 최고치…‘미리 시정’보단 ‘적발’ 대부분 국내 자동차 시장 리콜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BMW 연쇄 화재와 함께 피아트와 BMW 미니의 배기가스 조작, 불법 부품 교체가 적발되면서 수입차 리콜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리콜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리콜 규모는 271만 5070대로 지난해 241만 3446대보다 이미 30만 대 넘게 증가했다. 리콜은 제작사가 차량 제작 판매 후 발견한 안전상 문제를 미리 시정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때문에 순수한 의미에서 리콜 규모가 증가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 리콜은 대부분 적발 때문에 조치됐다는 게 문제다. BMW 연쇄 화재가 발생할 당시 BMW는 화재 원인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이번 달에만 지프와 피아트, BMW 미니쿠퍼 등이 몰래 부품을 교체해 당국에 적발됐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안전을 담당하는 인원이 늘었고 국민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데 따라 리콜 적발이 늘어난 영향이 있다”면서 “앞으로 더욱 늘 것”이라고 말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