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사-포스코 뒷돈…불투명한 하청관계 수면 위로
포스코 하청업체 대표와 임원이 구속되며 검찰 수사가 포스코까지 확대돼 이목이 집중된다. 이종현 기자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이름난 N 사는 지난 4월 돌연 대표이사 교체를 발표했다. 2019년 코스닥 상장을 노릴 만큼 성장세가 좋은 기업이었기에 주주들의 충격이 상당했다. N 사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이사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현재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2심을 준비 중이며 이로 인해 대표이사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장외주식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변경에 당황스러움을 내비쳤다. 하 아무개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은 배경이나 향후 거취에 대해 구체적인 사측의 방향이 제시되지 않아 의문만 커졌다. 주주 커뮤니티에서는 ‘투명한 공개가 없다’ ‘회사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 등의 불만이 불거졌다.
N 사는 기계·설비·자동차 업종 기업으로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외 제철플랜트 설계제작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기업진단을 거쳐 N 사에 시설자금용도로 20억 원, 운전자금용도로 6억 원을 지원했다. 포스코로부터 연이어 일감을 따내며 N 사는 크게 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하 대표는 2017년 11월 특별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으로 1년 6월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방검찰청은 하 대표의 계좌를 추적하던 중 단서를 확보해 내사에 착수했고 2018년 12월까지 1년여간 N 사 상무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여 2019년 1월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N 사 상무는 다른 하청업체 5개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 또 2012년 포스코 투자엔지니어링실 A 아무개 상무 계좌로 1900만 원을, 2015년 10월 포스코 투자엔지니어링실 B 아무개 부장에게 2500만 원을 송금했다. 매년 설과 추석 등 명절마다는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백만 원 상당의 상품권도 제공했다. N 사 상무는 지난 1월 배임수재죄로 구속됐다.
문제가 된 투자엔지니어링실은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설계나 설비를 발주 및 구매하는 부서다. 포스코에 따르면 문제가 된 직원은 자체 감사에서 적발돼 중징계를 받았다. 한 명은 퇴사하고 나머지 한 명은 징계를 받은 뒤 원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자체 감찰을 통해 문제 직원을 발견하고 중징계를 했다”며 “직원의 일탈을 상시감시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개인의 비리를 근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지검은 N 사가 청탁을 목적으로 포스코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배임증재 부분도 수사하고 있다. 계좌와 상품권 추적 등을 통해 부정한 금품을 챙긴 포스코 직원들까지 수사가 확대됐다. 해당 사건은 N 사와 분리돼 계속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 사 대표는 “순전히 기술력으로 일감을 수주해 왔고, 문제가 된 부분은 회사 직원 개인의 일탈로 도리어 내가 고발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모든 임직원의 일탈을 일일이 감시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윤리경영방침을 20여년 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