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식스 “현대산업개발 상대로 권리 되찾을 것” vs 현대산업개발 “가처분신청 2차례 기각… 대법원 판결 기다린다”
현대산업개발. 사진=일요신문DB
[일요신문] ‘구로 뉴스테이 사업’을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분쟁의 주체는 현대산업개발(HDC)과 엔터식스다. 하지만 상황은 중소기업 엔터식스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양상이다.
분쟁의 내막은 이렇다. 엔터식스는 ‘구로 뉴스테이 상가 입점권’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현대산업개발의 신사업에 동참했다. ‘구로 뉴스테이 사업’은 서울 구로구 남부교정시설 10만 5,000㎡ 부지에 주택 2214가구와 상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1조 3000억 원 규모다.
이 사업에서 민간건설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려면 상가 임차인이 필요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건 공모지침서에 ‘판매시설 면적 50% 이상에 대한 상가 임차인 입점확약서 제출’을 참가 조건으로 내건 까닭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엔터식스에 손을 내밀었다. 두 기업이 ‘입점확약서’에 합의하면서 엔터식스는 상가 임차인 권리를 획득했다. 2016년 9월 현대산업개발은 ‘구로 뉴스테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8년 2월부터 현대산업개발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사업 진행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던 시점이었다.
엔터식스 관계자 A 씨는 “현대산업개발이 어느 순간부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더니 ‘사업에서 빠져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현대산업개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고위 경영진 회의에서 사업 방향이 바뀐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결국 엔터식스는 ‘구로 뉴스테이 사업’에서 제외됐다.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4월 ‘구로 뉴스테이 사업’ 제안서를 수정 제출하면서 엔터식스의 상가 임차인 권리 관련 내용을 제외했다. A 씨는 “눈 뜨고 코를 베인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우리가 계획하던 핵심 사업이 무산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엔터식스는 두 차례에 걸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엔터식스가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구로 뉴스테이 사업’에서 배제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승소였다. 엔터식스가 현대산업개발 측과 합의한 ‘입점확약서’는 계약서와 달리 법적 효력을 가지지 않은 문서였다.
엔터식스는 ‘법적 사각지대’에서 사업권을 통째로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엔터식스 관계자는 “엔터식스 내부에서 ‘현대산업개발의 갑질에 엔터식스의 사업이 무산됐다’는 한탄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기업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 ‘공모 조건 내린 LH, 자금 출자 담당 HUG’ 두 공기업에도 책임 있다?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구로 뉴스테이’. 사진=LH
엔터식스는 ‘구로 뉴스테이’를 서울 서·남부 지역을 공략하려는 거점으로 삼으려 했다. 7000평에 달하는 ‘구로 뉴스테이’ 상가 면적은 엔터식스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은 주상복합시설 입점을 꺼리는 편이다. 엔터식스는 주상복합시설 쇼핑 운영 경험이 적지 않다. 구로 뉴스테이 상가 내부에 기둥이 많다는 점 역시 엔터식스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엔터식스는 출범 초기부터 건물 내부 기둥을 ‘유럽식 인테리어’로 활용하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엔터식스는 현대산업개발의 상가 임차인 자격으로 구로 뉴스테이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기업 내부 관계자들이 사활을 걸고 준비한 구로 뉴스테이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에 엔터식스는 ‘우리가 얻어낸 권리를 되찾자’는 취지로 결사항전에 나섰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서 엔터식스 내부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
엔터식스 관계자는 “법조계 관계자들은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이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엔터식스의 목표는 손해배상을 받는 게 아니다. 정당하게 얻어낸 사업 권리를 빼앗겼으니, 이를 되찾자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상가 부지 7000평 중 3000평을 사용하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에 응하지 않은 것도 우리의 온전한 권리를 되찾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가처분신청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희미해지고 있다”는 엔터식스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A 씨는 “LH와 HUG 등 ‘구로 뉴스테이 사업’을 관리하는 공기업에도 이번 분쟁의 책임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이 사업 제안서를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정안의 부당함을 검토하는 건 HUG의 몫이었다. HUG는 LH가 내린 공모지침에 따라 엔터식스의 사업권을 보장했어야 마땅했다”고 주장했다.
A 씨 말처럼 구로 뉴스테이 사업의 공모 지침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 출자 및 기금 투자 심의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담당했다. 두 기업 모두 공기업이다.
공기업과 대기업을 상대로 엔터식스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A 씨는 “향후 법정 공방에서도 우리가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LH와 HUG, 현대산업개발은 같은 로펌 변호사를 고용해 공동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이 불리하지만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엔터식스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 측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란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 고위 관계자는 “엔터식스와의 소송전이 2심까지 끝났다. 결과는 ‘가처분신청 기각’이었다. 곧 3심 대법원판결이 날 것”이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사업계획에서 ‘엔터식스를 제외한 이유는 엔터식스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LH에서 명시한 공모지침에 어긋나지 않는 상가 임차인 변경 사유”라고 덧붙였다.
구로 뉴스테이 사업과 관련한 분쟁의 무게추는 분명 현대산업개발 쪽에 더 실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대기업을 향해 ‘갑질 의혹’을 제기한 중소기업 엔터식스가 이 분쟁을 반전할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