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비핵화 합의는 확실”…그 대가로 대북제재 완화나 종선선언 받을 가능성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닮은꼴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 가능할까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가 나올 것인지다. 전문가들은 상징적인 선언문 도출에 그친 1차 정상회담과는 달리 2차 회담에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표규 단국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는 무조건 구체적인 합의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1차 회담과 같이 상징적인 선언에 그치면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될 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다. 김장흠 대덕대 군사학부 교수도 “북한이 어떤 나라인가. 미국과 미리 조율을 했다. 구체적인 합의가 없다면 김정은이 협상테이블에 앉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비핵화 합의를 어느 정도까지 이뤄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회 외교통일위 간사를 지낸 전여옥 전 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행보를 보면 완전히 아메리카 퍼스트다. 국제사회가 반발하더라도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만 폐기하는 선에서 북한과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안전하면 끝이다. 곧 대선 들어가니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ICBM만 폐기한 후) 최소한의 비용으로 미국 안전을 확보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표규 교수는 “미국이 ICBM만 폐기하는 선에서 합의하면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을 거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존재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면서 북핵 폐기라는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물론 이번 협상에서 북핵 완전 폐기라는 목적이 달성되기는 어렵다. 우선 북한이 핵리스트 신고, 영변 핵시설 철거 및 사찰 등만 합의해도 큰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영변 핵시설은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시설이 집중된 곳이다.
이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게 참 어렵다. 과학자들 머릿속 지식까지 다 끄집어내 없앨 수는 없다. 핵시설을 철거해도 다시 만들 수 있다. 미국에서는 대신 북한 내 핵물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할 것”이라고 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실장도 “북한이 영변핵시설 폐기만 약속해도 이번 회담은 성공이다. 거기에서 플러스 알파가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 북한이 가져갈 선물보따리는
두 번째 관전포인트는 북한이 가져갈 선물보따리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관전 포인트는 대북제재 완화 여부”라고 했다. 협상의 원칙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상대방에게도 원하는 걸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부분 제재 완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까지는 어렵다고 봤다.
이표규 교수는 “당장 경제 제재를 전면적으로 풀진 않을 것이다. 생필품 제공 등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가 원하는 것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다. CVID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에 합의하면 국제사회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보다 유럽이나 일본이 북한 핵에 더 민감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을 때도 유럽정상들은 CVID 원칙만 강조했다. 때문에 미국은 합의문에 제재완화라는 표현을 넣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대북제재 완화는 미국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대신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또 다른 선물보따리는 종전선언이다. 종전선언은 북미 협상 초기부터 북한이 원한 상응조치였다. 이와 관련해 남북미중 4개국이 모여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교수는 “미국으로서는 종전선언이 특별히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동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여옥 전 의원은 주한미군 감축도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봤다. 전 전 의원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내내 주한미군 감축을 이야기해왔다. 이번 회담에서 당장 논의되지는 않겠지만 향후 최종적으로 주한미군 철수까지도 논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전 의원은 “주한미군 감축뿐만 아니라 미군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반입하지 않는다든지 다양한 논의가 오갈 수 있다”면서 “자칫 북미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한국 패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회담 때 우리나라와 협의 없이 한미훈련 연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 1차 회담과 달라지는 점은
이번 정상회담은 두 번째인 만큼 1차 회담과 어떤 점이 달라질지도 관전포인트다. 특히 이번 회담은 1박 2일간 열린다는 점에서 파격적이고 상징적인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백두산 등정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명분보다는 실용을 중시해 평소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베트남 관광지를 함께 방문하는 일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당장 전쟁이라도 할 태세였던 두 나라 정상이 관광지를 방문해 환하게 웃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역사적인 장면이 될 수밖에 없다.
1차 정상회담에 불참했던 퍼스트레이디들이 동참할지도 주목된다. 멜라니아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참석한다면 훨씬 분위기가 부드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마지막 관전포인트는 북미회담의 최종승자는 누가 될 것이냐이다. 협상의 기본원칙은 북미 모두 윈윈(Win-Win) 하는 것이지만 결국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장흠 대덕대 군사학부 교수는 “북미회담의 최종승자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수준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CVID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북제재 완화도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날 것”이라면서 “겉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거처럼 보이지만 내실은 김정은 위원장이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서 이표규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이미 핵기술 개발에 성공한 북한 과학자들 머릿속 지식까지 다 끄집어내 없앨 수는 없다. 따라서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국제사회 검증 사찰까지 허용한다고 해도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 북한으로선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며 제재완화 및 추가 경제지원까지 기대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인 셈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