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화력에도 외국인 타자 부재에 발목잡혔던 두산, 페르난데스로 ‘유일한 구멍 극복’ 노린다
두산 베어스의 공격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두산에도 약점은 있었다. 바로 ‘외국인 타자의 부재’였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두산 베어스는 강하다. 투·타에서 KBO리그 어떤 팀보다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 바로 두산이다. ‘2018 KBO리그’ 두산은 약점을 찾아보기 힘든 전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두산에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두산의 ‘유일한 구멍’은 외국인 타자였다.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슬라이크는 2018년 두산 타선에서 기대를 한참 밑도는 활약을 펼쳤다. 두 타자의 존재감은 사실상 ‘0’에 가까웠다.
다른 구단의 상황은 두산과 정반대였다. 외국인 타자가 팀 타선의 중심이 됐다. 43홈런을 터뜨린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 호타준족 능력을 선보인 한화 이글스 제러드 호잉, 대체 선수로 합류해 화끈한 타격감을 자랑한 키움 히어로즈 에릭 샌즈가 대표적인 예다. 이 선수들은 팀 공격력 선봉에서 각 구단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했다.
그런 의미에서 두산의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외국인 타자 부재에도 화끈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리그 최강 타선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부재’는 결정적인 순간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바로 한국시리즈에서였다.
두산은 ‘2018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만 못한 화력을 보이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득점이 터지지 않을 때마다 팬들은 ‘외국인 타자 부재’라는 한탄 섞인 한숨을 내뱉어야 했다.
# “페르난데스는 다르다!” 스프링캠프서 높아지는 두산의 기대감
2018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사진=MLB
두산은 2018년 12월 26일 새 외국인 타자 영입을 발표했다. 주인공은 쿠바 출신 내야수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다. 2018년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타율 0.267/ 2홈런/ 11타점을 기록한 타자다.
두산은 페르난데스의 선구안을 높이 평가했다. 두산 관계자는 페르난데스를 “지난 2년간 마이너리그 185경기 775타석에서 삼진이 고작 68개밖에 되지 않는 타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페르난데스는 타격 메커니즘이 좋다. 변화구 공략에 능한 데다 좌타자임에도 좌투수 공략에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는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쿠바 대표팀으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쿠바 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를 아우르며 그라운드에 나서기도 했다. 폭넓은 경험은 페르난데스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두산 스프링캠프에서 페르난데스는 묵묵히 자신의 첫 시즌을 향한 담금질에 열을 올리고 있다. 훈련에서 페르난데스는 경쾌한 타격을 자랑하며 두산 관계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여러 방면에서 페르난데스는 ‘좋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과연 페르난데스가 두산의 ‘한(恨)’이기도 한 외국인 타자 갈증을 풀 열쇠가 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해도 너무해” 두산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 두산 팬들 입장에선 듣기만 해도 서러운 단어다. 바로 ‘외국인 타자 잔혹사’다. 2018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를 영입했다. 파레디스는 팀 동료들과 친화력을 자랑하며 ‘빠른 한국 적응’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파레디스는 끝내 적응하지 못한 채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KBO리그에서 21경기에 출전하며 파레디스가 기록한 타율은 0.138.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0.73이었다. 파레디스에게 중심 타자 역할을 기대했던 두산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파레디스의 타격감은 1군 선발 라인업에 들기에도 한참 부족할 정도였다. 6월 26일 두산은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류현진의 동료’로 야구팬에게 친숙한 스캇 반슬라이크를 영입한 것. 반슬라이크는 메이저리그 통산 29홈런 11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 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두산은 다시 한번 좌절했다. 반슬라이크는 한국 야구 적응에 어려움을 보였다. 그는 고작 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28을 기록했다. 반슬라이크의 이름값에 비하면 처참한 성적이었다. 결국 2018년 9월 20일 반슬라이크는 방출 통보를 받았다. “많은 안타와 볼넷을 생산하는 타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 지 3달이 채 안된 시점이었다. 두산의 2018시즌 외국인 타자 농사는 이렇게 실패로 끝났다. 2014년 KBO리그는 큰 변화를 맞았다. 당시 KBO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동시에 “3명에는 야수와 투수가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자취를 감췄던 외국인 타자 영입을 권장하려는 제도였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늘어난 뒤 가장 재미를 보지 못한 구단은 두산이다. 두산은 2014년부터 외국인 타자 영입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없다. 2014년 야심차게 영입한 메이저리거 출신 호르헤 칸투는 타율 0.309/ 18홈런/ 72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칸투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웠던 활약이었다. 2015년엔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 외국인 타자로 활약한 인물은 닉 에반스였다. 에반스는 2시즌 통산 51홈런 171타점을 기록했다. 준수한 활약이었지만 ‘대박’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에 대한 두산의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만약 외국인 타자까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면, 두산은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짜임새를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