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임원 교체, 신사옥 입주 등 눈에 띄는 행보 눈길…하림 “소규모 동물병원일 뿐”
(주)하림의 사업보고서에는 하림애니멀클리닉의 주요업종을 동물병원으로 소개한다. 하림애니멀클리닉 역시 대규모집단현황공시에서 영위업종을 ‘수의업’이라고 표기했다. 지난해 1~3분기 하림애니멀클리닉의 매출은 923만 원이었고, 3분기 말 기준 자산은 6691만 원이었다. 하림애니멀클리닉의 2016년 종업원 수는 1명이었지만 2017년에는 종업원 수를 표기하지 않았다. 서류상으로 살펴보면 규모가 크지 않은 동물병원으로 보인다.
하림애니멀클리닉은 전라북도 익산시 어양동에 사무실을 뒀다가 올해 1월 익산시 마동에 건립된 하림지주 신사옥으로 옮겼다. 부동산등기부에는 하림애니멀클리닉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어양동 건물 2층에 전세로 입주한 기록이 있다.
‘일요신문’은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자 지난 19일 익산시 어양동을 찾았다. 하림애니멀클리닉이 있었던 건물 2층에는 현재 하림그룹과 관계없는 발레학원이 입주해 있었다. 주변 상가 관계자들은 해당 건물에서 동물을 치료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 상가 관계자는 “해당 건물 2층에는 동물병원이 아닌 동물 관련 연구를 했던 것으로 아는데 간판도 없어서 정확히 어떤 연구를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볼때 하림애니멀클리닉은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려동물 치료 병원과는 다른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시골에서는 가축병원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소, 돼지 등이 아프면 왕진다니면서 치료해주는 개념”이라며 “하림의 축산업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하림애니멀클리닉이 있었던 어양동 건물. 사진=박형민 기자
하림 측 설명대로라면 재계서열 30위권 그룹이 왕진을 다니는 소규모 동물병원을 운영한 것이다. 하림그룹은 2017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지만 하림애니멀클리닉이 설립된 2010년에도 이미 수조 원의 매출을 거두는 기업이었다. 매출도 크지 않아 회사나 오너 일가에게 큰 이익이 되는 곳도 아니었다.
하림애니멀클리닉의 과거 모기업이었던 올품이 동물약품 제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 연관성은 찾을 수 있다. 실제 2017년까지 하림애니멀클리닉 매출의 대부분은 하림그룹 계열사인 하림썸벧, 올품 등과 맺은 수의자문 계약에서 발생했다.
그렇지만 (주)하림이 인수한 후 하림애니멀클리닉은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임원을 교체하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림애니멀클리닉은 지난해 3월 하림그룹 계열사인 HBC 출신 권 아무개 씨와 정 아무개 씨를 각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임명했다.
하림애니멀클리닉의 사업목적은 동물병원업, 생명공학연구, 동물약품 도·소매업 등이었지만 지난해 10월 애완동물 장묘 및 보호 서비스업, 사료 도매업 등을 추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하림그룹은 계열사 제일사료와 하림펫푸드 등을 통해 사료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림애니멀클리닉의 구체적인 사업 실적이나 연구내용 등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도 수의자문 계약을 제외하면 특별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하림그룹 측은 “작은 동물병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유상증자, 신사옥 입주, 사업목적 추가 등 적극적 행보를 둘러싼 궁금증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익산=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하림그룹, 익산시 마동에 하림지주 신사옥 완공한 사연 올해 1월, 전라북도 익산시 마동에 5층 규모 하림지주 신사옥이 완공됐다. 하림그룹은 신사옥 건설 소식을 세간에 알리지 않아 마동 신사옥 관련 언론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림그룹 지주사 하림지주의 본사 소재지는 익산시다. 하림지주 홈페이지에도 본사를 익산, 논현동 하림사옥은 서울사무소로 표현한다. 마동 신사옥 완공 후인 지난 1월 30일, 하림지주는 “익산시 영등동에서 익산시 마동으로 본점소재지를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하림애니멀클리닉도 마동 신사옥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최근 완공된 익산시 마동 하림지주 신사옥. 사진=박형민 기자 그렇지만 아직까지 마동 신사옥에 입주한 계열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이 지난 19일 마동 신사옥을 방문해보니 비어있는 사무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림지주 직원 65명(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는 마동 신사옥 사무실을 채우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주)하림의 경우 본사는 익산시 망성면 어량리에 있으며 해당 건물은 자사 소유다. 따라서 (주)하림은 건물을 처분하거나 세입자를 구하기 전에는 마동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 계열사들이 입주할 예정”이라며 “어떤 계열사가 들어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