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사진=나폴레옹 갤러리 홈페이지
하림은 김홍국 회장이 지난 2월 27일 하림식품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고 12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공동대표를 맡아왔던 이강수 대표가 단독으로 하림식품을 이끌게 됐다.
하림식품은 육류가공업과 축산물 관련 연구개발 등을 담당하는 회사다. 김홍국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지난달 27일은 하림푸드콤플렉스 착공일이었다. 하림푸드콤플렉스는 전북 익산 12만 709㎡ 부지에 가정간편식, 천연 소스와 조미료, 즉석밥 등을 생산할 3개의 공장을 짓는 사업으로, 총 4000억 원 규모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림 측은 “푸드콤플렉스 착공을 시작해 이 부회장이 독립적으로 경영에 나서도 무리가 없다 판단했다”며 “현재 김홍국 회장이 추가로 계열사 대표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김홍국 회장의 퇴진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적인 조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림은 지난해 7월부터 일감몰아주기, 담합, 거래상 지위남용 등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엔 9개월 동안 현장조사만 7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하림그룹의 부당 지원행위를 포착했다. 김 회장이 6년 전 아들 김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올품은 10조 원 이상 자산을 가진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다. 아들 김 씨는 100억 원대 증여세만 내고 이 회사를 인수,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확보했는데, 이 과정에서 편법 증여와 일감몰아주기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이밖에도 하림은 생닭 출하 가격 담합, 위탁농가 병아리 소유권과 관련한 불공정 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단시간에 공정위의 집중 현장조사를 받는 것은 업계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김홍국 회장이 계열사 이사직을 지나치게 많이 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회장은 하림홀딩스와 하림, 제일사료, 엔에스쇼핑, 팬오션 등 12곳은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아 왔다.
이에 국민연금이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사내이사 ‘과다 겸직’을 이유로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