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혐의 검찰 고발 검토…하림 측 “국세청서 이미 ‘문제 없다’ 확인”
2016년 열린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좌담회에서 ‘차별규제 없애야 기업생태계 살아난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김홍국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하림 측에 발송했다. 김 회장에 적용된 혐의는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등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공정위는 김홍국 회장이 6년 전 아들 김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부당지원 등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영 씨는 스무살이던 2012년 김 회장에게 올품 지분 100%를 물려받았다. 이후 김 씨는 유상감자 등을 통해 증여세 100억 원을 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하림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특히 이 시기에 올품과 한국썸벧의 매출은 연 700억∼800억 원대에서 3000억∼4000억 원대로 급성장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일감을 몰아줬고, 이러한 사익편취 행위에 김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하림지주의 최대주주인 김 회장의 지분은 22.64%다. 그러나 준영 씨가 장악한 2대 주주 한국인베스트먼트와 3대 주주 올품의 지분을 합치면 24.28%로 아버지를 넘어섰다. 증여세 100억 원만으로 10조 원 자산의 하림그룹을 물려받을 기초를 다진 것이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하림에 대한 고발·제재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림은 김상조 위원장 체제에서 직권조사에 착수한 첫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7월부터 현장조사만 7번을 진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은 과거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재벌개혁 의지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하림에 대한 생각은 쉽게 물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하림과 관련해 한 차례 체면을 구긴 것도 물러설 수 없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하림계열 사료업체들이 수년간 다른 업체들과 사료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142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하림 측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 명령취소’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12월 패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측은 “비상장사 주식 증여와 관련해 이미 국세청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정해진 법 절차를 지켰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실제 2012년 자산규모 3조 원 수준으로 재계순위 5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하림은 팬오션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해 자산 10조 원을 돌파, 지난해 5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처음 지정됐다. 하림은 현재 재계 순위 32위에 올라 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하림 측의 소명이 담긴 의견서를 받은 뒤 9인 위원이 참석하는 전원회의를 열어 하림에 대한 고발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 제재안을 최종결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과 관련해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내년 초에는 전원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하림 관계자는 “공정위에 여러 차례 소명을 했으며 회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사를 받는 것은 불확실성을 주기에 공정위에 빨리 결론을 내달라는 의견을 냈다“며 ”이제 마무리 단계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인수합병 귀재답게’ 팬오션 쾌속 순항 현대상선이 계속된 적자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해운사인 팬오션은 하림그룹에 인수된 뒤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고 있다. STX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벌크선사 팬오션은 2013년 6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림은 2015년 6월 팬오션을 1조 원에 인수,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시켰다. 팬오션은 지난 3분기에 매출액 7715억 원, 영업이익 57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2%, 10.2% 증가한 수치로서 19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연결기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조 158억 원, 영업이익은 1516억 원을 달성했다. 일부에서는 팬오션의 양호한 실적이 그룹 내 주요 사업인 축산업에 필요한 곡물 사료 원료를 실어 나르면서 안정적으로 내부 일감 확보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내부 일감이 많지 않다고 설명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팬오션의 주요 운송 품목은 철광석, 석탄 등“이라며 ”실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철강·발전 기업들과 26척의 장기운송 계약을 체결한 것 등이 힘이 됐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