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삼성전자 등 현지공장 방문설에 관계자들 치열한 정보전쟁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너무 앞서나가는 관측일 수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예측이기도 하다.
한국기업들이 북미정상회담 등 ‘김정은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다. 2차 정상회담은 2월 27일 만찬과 28일 본회담이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이보다 2~3일 먼저 베트남을 방문한다. 베트남 산업단지 등을 먼저 둘러보고 북한 경제의 청사진을 그릴 전망인데 김 위원장이 베트남 현지 한국기업을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베트남 경제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데다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남북경협을 긴밀하게 추진해 지원사격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기업들의 이른바 김정은 위원장 모시기 프로젝트의 물밑 작업이 치열해졌다. 마치 ‘007첩보’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2월 17일 김 위원장의 경호를 총괄하는 김철규 북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1차 정상회담에서도 경호총괄을 맡았던 김 부사령관의 방문은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동선을 미리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특이한 점은 김 부사령관이 베트남 산업단지가 위치한 박닌과 타이응우옌성, 할롱베이 등을 다녀간 것이다. 이에 다수의 국내외 언론은 김 위원장 등 북한 고위층의 한국기업 방문 가능성을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박닌과 타이응우옌성 등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전 세계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가량(1억 6000만 대)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20%가 넘는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전 삼성전자 베트남 현지 공장을 깜짝 방문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쏟아졌다. 삼성전자 측은 “아직 정부 등을 통해 김 위원장 등 북한 관계자들의 베트남 현지 공장 방문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LG전자와 한화 등 베트남 현지에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 역시 북측 관계자의 방문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화 등 대부분의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정부 등을 통해 관련 사안을 전달받은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A 기업 관계자는 “김 위원장 등의 방문이 확정되지 않아 전달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방문 가능성 등을 전달받았더라도 보안과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알고도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깜짝 방문의 경우도 수일 전에 가능성을 타진해 소통하지만 당일에도 관련 정보를 함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밝혔다. 전 세계 이목이 쏠리는 김 위원장 등의 방문일정과 관련된 정보는 극비로 이뤄지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베트남 한국기업 방문설이 퍼지자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수의 기업들은 김 위원장의 동선과 일정에 대한 정보 수집 관련 수소문에 분주해졌다. 이를 현지 광고물이나 상품패키지에 대한 기획 반영을 고려하는 기업까지 있다. B 기업의 대관 관계자는 “정상회담 일정 등에 맞춰 광고나 홍보물 수정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린 것은 사실“이라며 ”경쟁사들이 북미 정상회담 이슈로 부각되자, 사실확인과 참고사항 파악 등을 위해 여기저기 문의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극비 사항이라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분주한 움직임에 비해 반영 및 성과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문재인 대통령, 구광모 LG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연합뉴스
자연스레 기업 관계자들은 정보습득을 위해 북한이나 해외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C 국회의원 비서관은 “최근 부쩍 우리 정부의 북미 정상회담 관련 정보에 대한 문의나 공유 관련 부탁이 늘었다”면서 “연락을 해온 기업 관계자들은 대부분 베트남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C 국회의원은 통일부 등 북한 관련 정보통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베트남 국영기업 등 현지 합병 및 합작회사를 운영하는 SK와 CJ 등은 베트남 정부 고위관계자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소개되는 방법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한화 등의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 등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고위인사들에게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상회담 관련 정보(특히 김 위원장의 경협 관련)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서 김 위원장의 현지기업 방문이 성사될 경우 김 위원장의 한국방문 시 일정 포함, 남북경협의 선정 및 지원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한국 기업을 호명하거나 먼 발치서라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 미치는 광고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김정은 모시기’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