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1심 재판 진행에 금감원 압박에 부담 느낀 듯
함영주 하나은행장. 사진=KEB하나은행 제공
임추위는 당초 이날 함 행장과 지 부행장을 차기 KEB하나은행장 복수 후보로 확정하고 이런 내용을 KEB하나은행 행장추천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함 행장은 이날 임추위에서 3연임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임추위는 지 부행장을 단수 후보로 확정했다. 임추위는 이를 하나은행 이사회에 전달하면 이사회는 내부 절차를 거쳐 지성규 하나은행장 후보를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 최종 후보 선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변이 없는 한 지성규 후보가 차기 하나은행장이 된다.
함 행장이 3연임을 포기한 데에는 채용비리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다 금융감독원이 자신의 3연임을 반대한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함 행장은 2015년부터 2016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사청탁을 받아 9명을 부당채용한 혐의와 함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 남녀 비율을 4 대 1에 맞춰 차별 채용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올해 1월 함 행장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을 면담해 함영주 행장의 3연임에 대한 사실상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하나은행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추천한다. 임추위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인 윤성복 이사회 의장, 차은영 사외이사, 백태승 사외이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금감원은 은행담당 부원장보 등 간부급들이 김정태 회장을 제외한 윤성복, 차은영, 백태승 사외이사를 면담했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함 행장이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하나은행의 경영 안정성과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민간은행장 선임에 임추위원들을 만나 연임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관치금융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금감원은 27일 해명자료에서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면담은 민간은행 인사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주주와 고객을 대신해 금융회사 경영을 견제하는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 것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