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사법내란’ 총공세·범보수 연대 움직임도…민주 ‘지선 이후’로 후퇴, 또 헛발질 땐 박빙지역 위험

4월 30일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 수사·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검찰 조작 기소 특검법)’을 제출했다. 특검 대상은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위원장 서영교)’ 조사 대상이던 7개 사건보다 5개가 추가된 12개 사건이다. 모두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들이다.
수사 대상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금품 수수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부동산 등 통계 조작 의혹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을 의도한 허위 보도 의혹(김만배·신학림 녹취 관련) △성남 FC 광고·후원 관련 제3자 뇌물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증인 김진성 씨에 대한 위증교사 의혹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 관련 배임·금품수수·부정행위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관련 배임 의혹 등이다.
제출 직후 진보 진영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은 5월 1일 성명에서 “윤석열 정권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수사 대상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 법은 해당 사건들의 공소유지 권한을 특검에 부여해 사실상 공소취소의 길을 열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본인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을 지니는 특검을 본인이 임명하는 꼴이다.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절차”라며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중대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특검 직무 범위와 권한이 담긴 제6조에는 특검이 관련 수사·공소제기·공소유지 및 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검이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성남 FC 후원금 문제, 경기도 법인카드 관련 배임 의혹 등 중단돼 있는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공소취소를 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범보수 선거연대 움직임도 시작됐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는 5월 3일 특검법을 ‘국가적 사법내란 사태’로 규정했고, 범야권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긴급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5월 4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유정복 인천시장·양향자 경기지사 후보, 개혁신당 김정철 서울시장·조응천 경기지사 후보 등이 참석한 연석회의가 열렸다. 조응천 후보는 “이재명-민주당 정권이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협공도 이뤄졌다. 5월 5일에는 양향자 후보가 “민주당 정권은 남들을 내란 세력이니, 헌법과 법치주의 유린 정당이라고 몰아붙이더니, 이제 스스로 내란 세력이 되어가고 있다”며 “이 사태의 원흉은 추미애 전 법사위원장”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후보도 “얼마나 위헌적 요소로 가득한 법안인지 잘 알고 있을 텐데 당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 하나 없다는 사실에 민주당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재가 터졌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험지인 영남권 출마 후보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5월 3일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대구시장 필승 전진대회에서 “여러분들이 정국 전체를 보기 때문에 쉽게 던지는 말 한마디, 여러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 하나, 여기서 이 고생하면서 뛰고 있는 동지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특검법 처리에) 신중해달라고 요청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 단체 채팅방에서 “특검법 논의는 영남 선거뿐 아니라 수도권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검법 처리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가능성이 보이던 영남권 험지가 힘들어졌다. 무당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도대체 원내지도부가 무슨 생각으로 법안을 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진보 진영은 물론 당 내부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나오자 이재명 대통령은 5월 4일 더불어민주당에 “(시기와 절차를) 숙의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초 민주당은 5월 7일 본회의에 상정, 지방선거 이전 처리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당내 숙의를 거친 뒤 처리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5월 6일 한병도 원내대표는 “처리 시기, 절차, 내용과 관련 지방선거 이후 국민과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 절차를 충분히 거쳐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애초에 특검법은 대통령 방탄용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그런데 또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법안 처리를 미룬다면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느냐. 당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고 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TK(대구·경북) 지역 한 민주당 관계자는 “보수 결집 트리거까지는 아니더라도 결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경남권 기초의회선거에 출마한 한 관계자는 “아직 현장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선거에 영향을 줄 것 같다. 뉴스에 계속 나오면 정쟁으로 보인다. 중도층에 큰 영향을 못 미칠 것 같지만, 보수층에는 다시 지지하러 나올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보수 결집 때문에 막판에 진 경험이 저희가 제법 많다”고 했다.
5월 6일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이철우 경북지사·박완수 경남지사·박형준 부산시장·김두겸 울산시장 후보 등이 특검법을 비판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경호 후보는 이날 SNS에서 김부겸 후보를 향해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추 후보는 “(입장 요구는) 대구 시민 모두의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특검법 추진이 보수 후보들의 공격 소재가 된 셈이다.
#실책 계속되면 판세 몰라
특검법 논란 이후 조사된 영남권 여론조사는 그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경남신문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5월 5일 발표한 경남지사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박완수 후보가 44.1%로 김경수 민주당 후보(41.9%)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무선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4월 14~16일 무선전화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반대되는 결과였다. 당시 김 후보는 37%, 박 후보는 27%였다.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5월 2~3일 실시해 4일 발표한 ‘대구시장 적합도’ 조사에선 김부겸 민주당 후보 45.9%,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42.4%였다. 부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5월 1~2일 실시해 4일 발표한 ‘부산시장 적합도’에선 전재수 민주당 후보 46.9%,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40.7%였다. 두곳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이전 조사에 비해 격차가 줄어들었다(무선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은 이용 전 의원(경기 하남갑),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대구 달성군) 등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 옹호 발언을 한 인물들을 공천했다. 비상계엄 당시 비서실장으로 있었던 정진석 전 실장도 출마를 공식화하며 논란을 키웠다. ‘절윤(윤석열과의 단절)’ 선언이 무색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민주당의 ‘내란청산’ 구도를 강화하는 꼴이 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헛발질이 계속될 경우 판세는 요동칠 수 있다. 특히 격전이 예상되는 곳에선 더욱 뼈아픈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 민주당은 ‘정동영 노인 폄훼 발언’ ‘이해찬 부산 초라하다는 발언’ ‘유시민 180석 발언’ 등으로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최근 정청래 대표는 ‘오빠 발언’으로 구설수에 휩싸였다. 5월 3일 부산 구포시장을 찾은 정 대표는 초등학생 여자아이에게 하정우 수석에게 ‘오빠’라고 부르라 했고, 하 수석은 이를 말리지 않아 문제가 됐다. 두 사람은 사과했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는 5월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견제 심리가 한 번 퍼지면 일주일 만에 무너진다. 2024년 총선 때 최인호 후보가 거의 10% 이상 앞서다가 180석 설인가 나오고, 어떤 분(문재인 전 대통령)이 막 돌아다니고, 이런 게 증폭됐다”고 했다. 송 후보는 “지도부는 자기를 홍보하러 다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방심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런 실책이 계속되면 박빙 지역 탈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특검법이)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줬다. 영남에서는 이제 원래 여당이 생각했던 것 같은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공소취소는 국민의힘의 이재명 독재론과 연결되고, 오빠 발언은 비호감하고 연결이 되는 것”이라며 “보수적인 곳에서 (오빠) 발언 자체는 문제적이라고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하정우 손 털기부터 쌓여가는 것들이 있다. 비호감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 보수 유권자들은 미워할 만한 거리를 찾고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