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노노 리스크에 모바일사업 부진도 심화…사측 “사안 심각하게 인식, 임금 협상 타결 위해 노력”

지난 5월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B 시티그룹은 지난 4월 30일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32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전격 하향 조정했다. 메모리 수요 급증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과 연이은 주가 상승 속 찾아보기 힘든 목표 주가 하향 리포트다.
시티그룹은 에이전틱 AI(Agentic AI) 확산으로 토큰 사용량이 급증하며 2027년까지 구조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등 업황 펀더멘털이 견조하다고 봤다. 그러나 단기 실적의 발목을 ‘노조 파업’이 붙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티그룹은 “노조 파업 격화에 따른 성과급 충당금 반영이 단기 실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0%, 11% 낮춰 잡았다. 올해 1분기 실적에 성과급 충당금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파업 현실화, 또는 SK하이닉스와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 협상 시 실적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평가다.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억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와중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못 미치는 성과급을 제시할 시 노조 반발이 극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DS부문 한 과장급 직원은 “SK하이닉스로 이직하는 직원들이 갈수록 늘고 있으나 오랜 1위 의식에 젖은 임원들은 젊은 직원들의 박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사만 보여 사기가 바닥”이라며 “임원들의 현실감 없는 소리를 들으며 ‘2등 기업’에 이직한 동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마다 근로 의지가 사라진다”고 전했다.
재계는 삼성그룹 특유의 ‘무노조 경영’ 기조는 무너졌지만, 경영진 기저에 깔린 강경한 반(反)노조 정서가 지워지지 않은 만큼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첨예한 갈등 속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강성 노조와 파업 리스크는 외국인 투자자, 특히 미국계 자본이 밸류에이션을 디스카운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과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인의 무감각함과 달리 북한의 무력 도발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과 흡사하다”며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한국 노동 시장의 경직성에 더해 파업이 더해질 시 외인 투자자들은 공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며 ‘대안’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향할 것”이라고 했다.
#‘원 삼성’의 그림자, 극에 달한 내부 갈등
노사 갈등만큼 심각한 것은 내부의 노노(勞勞) 갈등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사실상 3개의 거대 기업이 한 지붕 아래 묶여 있는 구조다. 성과급 협상을 두고 3개 부문의 직원 간 입장 차이가 갈리며 사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전체 조합원 약 80%가 DS 부문 직원이다. 노조는 사측에 DS 부문에 대해 ‘영업이익의 15% 상한 없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모바일과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별도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4월 23일 평택사업장 앞 투쟁 결의대회 이후 5월 2일까지 열흘 만에 2500여 명의 조합원이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가 DX 부문 소속 노조원으로 초기업노조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의 이해관계만 앞세우고 있다는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DX 부문의 불만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메모리 사업부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당시 스마트폰(모바일)이 전사 실적을 지탱했던 점을 잊었냐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DS 부문에는 축복이지만 완제품을 만드는 DX 부문에는 원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DX 부문은 반도체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연간 기준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갈등은 DS 부문 내부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번 돈으로 왜 만년 적자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까지 동일한 성과급을 받아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비 반도체는 물론 사업부 내에서도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각 사업부를 ‘따로국밥’으로 본다. 시티그룹은 현 삼성전자 사업부별 EV/EBITDA(기업 시장가치를 세전 영업익으로 나눈 값) 배수를 메모리 5.1배, 파운드리 4.8배, 모바일 4.2배, 가전 2.0배 등으로 철저히 파편화해 평가하기도 했다.
#모바일 판매량 초유의 비공개…짠돌이 리더십 우려
노조 압박 속 올 하반기부터 불거질 수 있는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도 부담이다. 신규 팹(Fab) 리드타임 제약으로 당장 3~4분기부터는 물리적인 생산능력 증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HBM 양산 승인마저 지연될 경우 범용 D램의 수익성 하락을 방어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메모리 및 파운드리 투자로 가격 압박을 가해오는 상황에서 100% 장밋빛 미래만 담보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리더십 부재와 재무 라인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도 우려 사항이다. 정현호 부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말 박학규 사업지원실장(사장)이 그룹 ‘2인자’에 올랐으나 사내에서는 박 사장 역시 정 부회장과 같은 철저한 ‘재무통’으로 이렇다 할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류다.
삼성전자 재무 관련 부서 차장급 인사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 큰 투자보다는 당장의 비용 통제와 수익성 방어에 극도로 민감한 기조가 여전하다”며 “공격적인 투자와 유연한 성과 보상이 필수적인 반도체 메가사이클 국면에서 ‘짠돌이 리더십’이 자칫 전사적 사기 저하와 핵심 인재 유출을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빠르게 임금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