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추격매수 부담, 조정 활용해 비중 늘려야…숫자 뒷받침 없이 기대감만으로 오른 종목은 경계”

―5월 6일 코스피가 장중 7400선을 돌파했다. 예상했나.
“예상보다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당초 5월 초 숨고르기 이후, 5월 말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계기로 반등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재 흐름이라면 연내 8000포인트(p)를 넘어 9000~1만p 달성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다.”
―코스피 상승폭이 상당히 크다. 이렇게까지 오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5월 6일 코스피 상승폭은 447.57p로 3월 5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결국 숫자가 시장의 우려를 눌렀다. 반도체 기업들이 예상보다 훨씬 좋은 실적(1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삼성전자가 57조 원, SK하이닉스는 38조 원)을 내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300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는데, 최근 증권사에선 최대 8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중동 전쟁 영향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실적 발표를 통해 해소됐다.”

“외국계 펀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 비중이 커지면서 기계적으로 매도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입된 자금은 신규 자금 성격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수급은 결과일 뿐이다. 외국인 수급만으로 시장 방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외국인이 순매도하는 가운데서도 올해 코스피는 60% 넘게 상승했다. 오히려 올해는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더 예의주시해야 한다. 아직은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130조 원에 달해 개인들의 수급 여력은 있다고 본다.”
―올해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메모리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화’에 주목하고 있다. 대만 TSMC는 고객사들과 계약을 1~2년 단위로 체결해 단계적으로 가격을 올린다. TSMC의 영업이익률은 낮을 때가 30%대였고 현재는 55% 정도다. 실적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니 가치도 높게 평가됐다. 반면 메모리는 달랐다. 사이클이 꺾이면 적자가 나고, 계약도 3개월 단위라 예측이 어려운 점이 주가 할인 요소였다. 그런데 최근 빅테크와 3~5년 장기 계약이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처럼 70%대를 계속 달성하긴 어려워도, 40~5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물론 한쪽에 쏠리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 다만 반도체 외에도 조선·방산·원자력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국내에선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음식료나 의류 등 업종 주가가 특히 좋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미국 증시 체력도 약하다고 봐야 한다. 미국에서도 ‘매그니피센트7(M7·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메타, 알파벳)’ 기업 주가는 뛰지만 룰루레몬과 나이키 등 소비재 기업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삼전닉스 추격 매수는 부담…여유 가져라”
―코스피 지수가 급등한 만큼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고점 부담도 커졌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더라도 중간중간 조정은 불가피하다. 고점 대비 10% 안팎의 하락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특별한 악재가 없었는데 코스피가 고점에서 8% 정도 하락했다. 오는 6월엔 스페이스X의 미국 증시 상장 영향으로 M7 기업을 중심으로 상승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는 금리 변수도 코스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구글이 유럽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도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가져가면 좋을까.
“주도주를 함부로 팔아서는 안 된다. ‘메가트렌드’인 AI 인프라 산업에 속해 구조적으로 좋아지는 업종은 한동안은 끝까지 주도주의 역할을 한다. 주도주가 잠깐 쉴 때는 로봇주 등 AI에서 크게 재미를 못 본 종목이 일부 상승하지 않을까 싶다. 하반기로 갈수록 현금흐름이 좋은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

“4월만 하더라도 삼전닉스 매수가 늦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5월 들어 급등한 만큼 현 시점에서 추격 매수는 부담이 있다. 향후 조정 구간을 활용해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더 바람직하다.”
―어떤 업종은 경계해야 하나.
“기대감만으로 오른 업종은 피하는 게 좋다.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으로 우주항공 테마가 급등했고, 중동 전쟁 재건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건설주가 상승했다. 미국 개인투자자 유입 기대에 증권주가 며칠 사이에 크게 올랐지만, 아직 이익이 얼마나 날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숫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벤트가 끝난 후 다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삼천스닥(코스닥 3000)’ 기대가 무색하게 12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코스닥의 핵심은 바이오 섹터인데 최근 큰 이벤트가 없었다. 정보공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영향도 있다. 코스닥 활성화와 관련된 정부 정책도 소강상태다. 코스피 지수가 좀 빠져야 코스닥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
―불장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연출되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5월 6일 장중 한때 64.84까지 올라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하고 싶다. 반드시 조정장은 오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장은 매일 열리고 주식시장은 정년도 없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