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이나 은퇴 고려” 커제에게 패한 후 발언…“실망감서 나온 말…은퇴는 안 할 것” 관측
다시 만난 알파고의 남자들. 승자는 커제 9단(왼쪽)이다.
이세돌은 현재 한국랭킹이 12위에 올라있다. 10위권 밖으로 나간 지 이미 5개월이 넘었다. 사실 이세돌 최고 전성기는 10년 전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약 3년 동안은 평균 승률 75% 이상을 유지하며 타이틀도 4~6개 정도 손에 쥐고 ‘지지 않는 이세돌 제국’을 구축했다. 이후 휴직사태를 겪었고, 복직해서도 성적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미 “만약 승부사로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시점이 오면 그만두겠다”라는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었다. 실제 2013년 초에는 은퇴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서른 살이었던 이세돌은 “뒷방 늙은이로 스러져 가지는 않겠다. 내 의지대로 승부할 수 없다면 더는 승부사가 아니다. 화려할 때 떠나겠다”라면서 3년 내 해외(미국) 진출계획을 밝혔었다.
복기하는 이세돌 9단.
이날 이세돌은 시상식을 마치곤 바로 돌아가 김광식 7단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광파고TV’에 출연했다. 방송에서 이세돌은 기존 발언에 추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벌써 이게 2년이 넘은 생각이고, 내가 지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휴직해서 바둑을 편안히 보고, 1년 정도 재충전해서 더 길게 가라는 조언도 지인에게 들었다. 꼭 AI 등장 때문은 아니다. 바둑수는 무궁무진하고 어떤 수를 새로 찾아가면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늘 지면서 승부에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 사실 대국 전에도 ‘올해로 끝이다. 휴직 후 돌아와도 힘들겠지?’ 등 여러 생각으로 잠을 좀 설쳤다. 말을 꺼낸 순간부턴 하는 거니까 공식발표 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휴직이든 은퇴든 어떤 결정이 있어도 계속 유튜브도 할 테고, 바둑인으로선 활동하겠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박주성 객원기자
[승부처 돋보기] ‘응수타진’이 먼저였는데 블러드랜드배 이세돌 vs 커제 특별대국 2019.03.05. ●이세돌 9단 ○커제 9단 156수 백불계승 [장면도] 5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10개월 만에 만난 커제 9단에게 156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초반 좌하 정석 진행에선 흑이 약간 당했다. 이후 우상귀에선 백1(실전 58수)이 실수로 흑2와 교환되면서 다시 형세가 팽팽해졌다. 이세돌은 국후 인터뷰에서 “착각해서 중반전에 들어가기 전에 승부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특히 장면도 흑4부터 10까지 수순을 후회했다. [참고도] 복기에서 이세돌은 ‘장면도 백5가 날카로웠기에 흑은 참고도처럼 흑2로 먼저 붙여 응수를 물어본 후에 흑4를 뒀다면 아직 가능성이 있는 바둑이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우하귀에서 우세를 잡은 커제는 완벽한 마무리로 이세돌에게 항서를 받아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대국’은 블러드랜드가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했다. 승자 상금은 6000만 원, 패자 상금은 2000만 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