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두산·키움, 2019 시즌 3강…공부하는 선수 나와야”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개막에 앞서 야구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 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프로야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개막한다.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는 오는 23일 팀당 144경기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37년 프로야구 역사 대부분을 중계석과 더그아웃 등 현장에서 지킨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올해도 마이크를 잡는다. 2019 시즌을 앞두고 잠시 외도(?)를 펼친 그를 만났다.
# “프로야구 37년 역사, 정립 필요하다”
허구연 해설위원과 지상파 방송사 MBC의 인연은 각별하다. 프로야구 역사와 함께 시작한 그의 방송활동을 MBC에서만 했다.
하지만 최근 바깥생활을 했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제작하는 야구 다큐멘터리 제작에 함께했다. 그는 “친정(MBC)에 양해를 구했다. 여기(히스토리 채널) 본사는 해외에 있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과감히 외도를 결정한 이유는 ‘역사의 정립’이었다. 그는 “그간 전체 프로야구 역사에 대해서 정립이 안 돼 있었다. 순간순간 명승부, 명장면 등에 대해서는 재조명이 됐다. 하지만 이번엔 전체 흐름을 정리하는 기회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률이 중요하니까(웃음). 재미있고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50대 이상 올드팬들이라면 공감하는 이야기다. 선수단에 라면 국물 붓고도 하고 버스도 불태운 이야기들. 또 젊은 세대들은 선동열, 최동원은 알지만 유두열, 장효조는 잘 모른다. 이런 부분들을 되짚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들며 국내 역사 정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은 우리나라 스포츠가 아쉬운 점이 역사를 이어주는 부분이 약하다. 미국인 언제나 베이브 루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현대인들도 베이브 루스를 좋아한다. 끊임없이 재조명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물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구단 관계자, 해설자, 미디어 등이 몇 십 년을 근속한다. 내가 1984년에 미국에서 20대 초반의 LA 다저스 담당 기자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아직도 일한다. 구단 단장, 사장, 감독 다 통한다. 우리는 그런 토대가 마련되지 못해 아쉽다. 농구 쪽을 예를 들면 전설적인 선수 신동파를 지금은 잘 모르지 않나.”
허구연 해설위원은 올 시즌 프로야구 3강으로 SK, 두산, 키움을 꼽았다. 고성준 기자
해설위원 등 전문가로부터 시즌 전 리그 판도 예측을 들어보는 것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재미요소다. 허 위원은 “옛날에는 예측을 많이 하고 맞히기도 했는데 지금은 하면 안 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현재 프로야구가 예측을 하는 데 있어서 변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인 선수가 40%, 부상 등 사건사고가 10%, 나머지 50%가 국내선수 전력이다”라며 “계산할 수 있는 부분이 50%밖에 없다. 모든 팀 1, 2선발과 주요 타자가 외국인 선수다. 감을 잡기가 어렵다. 미국에서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여기서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외국인이 비슷한 수준이라 가정하면 3팀이 앞서가는 것 아닌가”라며 예상을 내놨다. 그는 올 시즌 3강으로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SK에 대해 “김광현의 존재감이 크다”면서 “올해는 훨씬 더 잘 던질 것으로 본다. SK는 1, 2, 3선발이 가장 강한 팀”이라고 말했다.
정규리그를 우승했던 두산 또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에 외국인 투수 2명이 워낙 잘했는데 재계약을 했다. 타선은 두산 야수진이 워낙 좋지 않나”라면서 다만 양의지 공백에 대해서는 “타선에서 공백을 메울 수 있기에 144경기 페넌트 레이스에서는 3강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단기전에서는 포수 능력이 중요하기에 아쉬울 수 있다”고 했다.
3강 중 마지막 팀으로는 키움을 꼽았다.
“로스터가 굉장히 강력하다. 그런 자신감이 있기에 김민성을 잡지 않았다(사인 앤 트레이드로 LG 이적). 작년 사고가 있었던 조상우, 박동원도 돌아온다. 키움은 올해나 내년이 정점이 될 것이다. 최대 2년 뒤까지가 우승을 할 기회다. 그 이후엔 나이를 먹은 박병호의 기량을 장담 할 수 없다.”
5위까지 포스트시즌에 동참할 수 있는 현 체제에서 3강의 뒤로 나머지 두 자리를 두고 싸울 팀으로는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스를 거론했다. 특히 삼성의 ‘유턴파’ 내야수 이학주 효과, 강민호 컨디션 회복, 김동엽 영입 등을 짚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체육계, ‘운동만 잘하는 기계’는 이제 그만”
허 위원은 지난해 프로야구를 얼룩지게 한 각종 사건사고들의 원인으로 ‘교육’을 들었다. 그는 “오직 운동만 잘하는 선수, 운동만 하는 기계 양산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 선수들에 대해 “요즘 세대는 프로 리그가 창설돼 자리를 잡은 시기에 태어난 이들이다. 과거 모교를 위해 뛰다 잘하면 실업팀 정도에 들어가던 세대와 다르다”라며 “부모의 방침도 그렇고 오직 프로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절 능력이라든지 일반적 상식 등이 갖춰져 있지 않다. 성인이 돼서 주입한다고 달라지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7년부터 C학점 미만 학생은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C제로룰’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허 위원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안한 애를 대학 강의실에 밀어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혼란스러운 현장의 상황도 전했다. 규정이 존재하지만 일부에선 운동과 성적만을 원한다. “대학 선수들에게 ‘수업 다 듣고 운동하라’는 감독을 학부모들이 갈아치워 버린다. ‘공부는 필요 없고 프로선수가 돼야한다’는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 같은 어린 선수들의 공부와 운동 사이에서의 문제에 대해 “대한체육회, 각 종목단체 차원에서 개선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예사로 생각하고 있지만 교육부나 정치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결국 또 반복적인 결론”이라고 웃으며 ‘인프라’를 이야기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공부하는 선수’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프란츠 베켄바워를 보고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2006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 맡았던 프란츠 베켄바워. 연합뉴스
교육 관련 이야기를 하며 약속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그간 당장의 성과에만 집착해왔다”면서 “결국 운동과 교육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건강 아닌가. 내가 항상 정치인들을 만나면 하는 말이다. 점점 학교에서 운동장이 없어지고, 체육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메달 수나 챔피언 수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미국 30세와 한국 30세의 체력을 비교한다면 우리가 부족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걸그룹 멤버가 시구 나와서 패대기치는 게 그 친구들 잘못이 아니다. 학교 다니면서 공을 던져본 적이 없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허 위원은 40년 가까이 프로야구 현장을 쉼 없이 지켜왔다. 수많은 명선수, 명승부를 목격한 그는 향후 ‘한국의 프란츠 베켄바워’를 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축구 황제’는 펠레지만 나는 베켄바워가 나오는 환경이 부럽다. 펠레 또한 전설적인 선수였지만 베켄바워는 2006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맡아 그런 큰 대회를 진두지휘했다. 뛰어난 선수, 감독이자 행정능력까지 갖췄다. 우리도 역대 그런 사람이 없었다. 언젠가 우리도 그런 인물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허구연의 남자’ 구자욱·이정후에게 거는 기대 허구연 해설위원은 특정 선수에 대한 애정을 이따금씩 표현하며 ‘허구연의 남자 리스트’로도 유명하다. 때로는 허 해설위원의 아들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이다. 이 리스트에는 정수빈, 박민우, 구자욱 등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그는 이들 중 일부 선수들의 올 시즌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구자욱, 이정후를 거론하며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고성준 기자 허 위원이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하는 ‘아들’ 중 한명은 삼성 외야수 구자욱이었다. 그는 “‘허구연의 아들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웃음) 생각만큼 성장하지는 못한 것 같다. 허리 부상도 있었고”라며 “스프링 캠프에서 봤는데 올해는 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 같아서는 3할 치고 30개 홈런, 100타점 노려봤으면 한다.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해가 되길 바란다. 현재는 국가대표 외야에서도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넥센 외야수 이정후였다. “정말 기대하는 선수”라며 “2년 전에 일본 야구 관계자가 한 얘기가 있다. 같은 나이 때 이치로보다 낫다더라. 지금도 잘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선수가 됐으면 한다”는 애정 어린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이정후가 이치로처럼 되지 말란 법 있나”며 웃기도 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