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 엄중함 인식 못하고 거짓해명 급급…서울지방국세청, YG 전격 세무조사
유명 연예인이 얽힌 각종 불법 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대중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이들이 속한 엔터테인먼트사들의 행보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흐른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사실 무근” “법적 대응”을 운운하면서 선 긋기에 급급한 모습. 이후 관련 혐의가 하나둘씩 드러나면 그제서야 “전속계약 종료” “연예계 은퇴” 카드를 꺼내며 꼬리 자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케이팝을 통해 급격히 성장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허술하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서울 마포구 YG 사옥 건물 전경. 고성준 기자
2006년 그룹 빅뱅으로 데뷔한 승리는 3월 13일, 14년간 몸담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전속계약을 끝냈다. 앞서 “연예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힌 직후 YG가 전속계약 종료를 발표했다. 사실상 퇴출인 셈이다.
사실 버닝썬 사태가 불거진 직후부터 승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YG는 3월 20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전격 세무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세무조사에 나선 곳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 흔히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곳이다. 세무당국이 주목하는 내용은 승리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YG 양현석 대표가 소유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마포구 서교동 클럽 러브시그널의 세금 탈루 의혹이다. 유흥업소로 운영하면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개별소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가 YG를 넘어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사들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YG는 승리와 버닝썬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직후 “승리가 버닝썬 이사 직책을 내려놨다”고 밝힌 뒤 각종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줄곧 보였다. 하지만 버닝썬에서 마약투약 및 거래가 이뤄졌고 성범죄까지 자행됐다는 증언이 속속 등장하면서 사태는 급변했다. 승리가 문제의 카톡 대화방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까지 드러나 상황은 악화됐는데도 YG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엔터테인먼트사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승리뿐 아니라 정준영의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에 연루된 연예인들과 그 소속사도 마찬가지다. 용준형과 최종훈, 이종현 등 소속사는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지자 ‘공식입장’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거짓해명을 전달,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 사안의 엄중함조차 파악하지 못한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의 안일한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보다 연예인의 ‘입’만 바라보는 매니지먼트사의 행태도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가 총액 1조 원 시대를 연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적나라한 ‘현주소’이기도 하다.
YG엔터테인먼트 사옥 벽면에 팬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낙서. 이종현 기자
# 엔터주 6000억 원 증발…로이터 등 외신 집중보도
승리의 버닝썬 사태가 촉발되고 2주 만에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가 6000억 원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승리의 전 소속사 YG를 비롯해 JYP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최종훈과 이종혁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의 시총은 2월 26일 이후 3월 17일까지 5870억원(17.52%) 감소했다. 이들 5대 엔터테인먼트사는 케이팝 인기를 주도하는 엔터 우량주로 통했다. 승리와 버닝썬 사태가 본격 불거지기 전인 2월 25일 3조 3510억원이던 5개사의 시총은 경찰 내사 착수 소식이 알려진 3월 15일 2조 7631억 원으로 줄었다. 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소속 연예인의 리스크에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다. 때문에 주식 관련 게시판들에는 이들 회사의 소속 연예인을 상대로 주가 하락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케이팝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주요 대중문화 콘텐츠로 인정받아온 과정에서 터진 ‘빅 스캔들’에 관심을 쏟고 있다. 외신 대부분은 케이팝 스타들의 스캔들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 로이터통신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섹스 스캔들로 흔들리는 케이팝 세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승리 등 스타들의 혐의를 집중 보도했다. 그러면서 “인기곡과 안무는 그들이 도덕교육을 받을 시간을 희생해 탄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도 “이번 사태는 ‘케이팝 아이돌이 실제로는 얼마나 깨끗한가’라는 질문을 야기했다”고 짚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