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 카톡 증거만으로 처벌 불가, 피해 여성 진술까지 있어야…“4년 전 영상 남아 있겠나”
하지만 이는 엄연히 따지면 사건의 본류가 아니었다. ‘별건’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승리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입수한 자료가 아니었다. 별도로 입수된 자료였다. 관련 대화가 이뤄진 카톡창은 공익 제보 형식으로 경찰 손에 들어왔다. 지난주 자료를 입수한 경찰은 사건 처리 방향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SBS에 ‘정준영 게이트’가 보도되는 탓에 수사에 급하게 화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 본격 시작된 정준영 ‘동영상’ 수사
승리의 성접대 알선 등의 혐의가 입증된 카카오톡 대화방을 입수한 경찰. 하지만 정준영의 동영상 유포는 엄연히 다른 경로로 경찰 손에 들어왔다.
정준영이 유포한 동영상은 동료 연예인의 휴대전화에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와 동료 연예인들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방은 동료 연예인이 휴대전화 수리를 맡기면서 사건의 정황이 드러났고, 이 자료를 입수한 공익제보자가 경찰에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 씨가 모든 해외일정을 취소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처벌 확률 100%, 구속 가능성도 높아
처벌 가능성도 높다. 처벌은 100% 가능하고, 구속 가능성도 압도적이다. 일단 경찰은 12일 오후 5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정준영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경찰과 SBS 보도에 따르면 정준영은 지인들과의 카톡방을 통해 몰래 찍은 동영상을 공유했다. 일부 피해 여성은 정준영이 영상을 유포한 사실을 알았지만, 유출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했고 정준영에게 부탁하는 선에서 유출을 최소화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피해 여성은 최소 10여 명. 이 가운데 한 명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가 이뤄지면 처벌을 요구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최근 수사 기관이 ‘엄벌’을 다짐하고 있는 사건이다. 현재 정준영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파문이 커지자 12일 정준영을 이 혐의로 입건했는데, 이미 입증된 자료가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어, 수사는 어렵지 않게 진행될 전망이다.
불법 성관계 몰카 및 유포는 엄벌이 가능하다. 성폭력 처벌법에는 ‘카메라나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불법 촬영한 영상을 배포한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촬영과 유포가 모두 정준영의 손에서 이뤄졌고, 상습적이었던 부분까지 확인이 될 경우 중형에 처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불법 영상물 유포 범죄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지시했는데,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 화장실 몰카 등에 대해서도 엄벌을 하는 분위기인데, 현재 공개된 사안이 모두 입증된다면 징역 7~8년 이상은 나올 수 있다. 귀국 후 첫 소환 때 체포하고 곧바로 구속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미 자료가 다 경찰 손에 들어간 것도 정준영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 정준영이 손쓸 수 있는 조치는 피해자들과 접촉해 “합의 하에 촬영한 것이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받는 게 전부라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 추가 연예인 처벌 가능성은?
만일 정준영이 유포한 영상을 제3자에게 보낸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처벌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이 단순 ‘정준영 몰카 사건’이 아니라, 게이트로 확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정준영 씨가 영상을 유포한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승리 등 연예인을 포함한 다른 지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정준영이 보낸 영상을 보기만 했다면 법적 문제가 없지만, 이를 제3자에게 공유했다면 이들도 처벌 대상이 된다. 이때 대화방에 1명이 들어와 있든 여러 명이 들어와 있든 상관없다. 제3자에게 유포하는 것 자체가 처벌 대상이다. 또 만에 하나 정준영에게 영상 촬영을 지시했거나 부탁했다면, 이 역시도 유죄 처벌이 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파급력이 큰 것은 정상급 연예인들이 동료 여자 연예인이나 일반 여성을 상대로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찍었고 공유하는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점”이라며 “가볍게 제3자 유포라도 이뤄져서 추가로 더 퍼져나갔다면 이 과정에 관여된 모든 사람들을 확인해야 해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때문에 별건이지만 본류가 될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된 가수 승리. 연합뉴스
한편 정준영을 사건 피의자로 입건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가수 승리는 이보다 이틀 앞선 지난 10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정식 피의자가 된 것.
승리가 지인들과 나눈 카톡 대화 내용에는 승리가 성접대를 하려 한 의혹이 가득하다. 공개된 카톡 대화에는 최근 승리의 공동사업자로 알려졌던 배우 박한별의 남편인 유리홀딩스 유 아무개 대표와 직원 김 아무개 씨 등이 함께 했는데, 이들은 ‘창녀’, ‘잘 주는 애’, ‘싼마이’ 등의 단어를 쓰며 성접대에 익숙한 듯 대화를 나눴다.
공개된 카톡에 따르면 승리는 2015년 12월 6일 오후 11시 38분경 채팅방에서 직원 김 씨에게 외국인 투자자 일행을 언급하며 “클럽 아레나에 메인 자리를 마련하고 여자애들을 부르라”고 지시하며 “잘 주는 애들로”라고 언급했다.
김 씨가 “부르고 있는데 주겠나 싶다. 니들이 아닌데 주겠냐. 일단 싼마이 부르는 중”이라고 답하며 성접대를 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에 있는 클럽 아레나를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승리의 성접대 의혹은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평이다. 카톡 증거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카톡 내용처럼 성접대를 하려고 시도를 했는지, 그 시도가 성공해서 성접대가 이뤄졌는지, 피해 여성들의 진술까지 있어야 한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2015년 12월 사건의 영상이 남아 있겠냐. 압수수색은 아레나의 다른 의혹들을 위한 것이고 승리 사건의 경우 다른 입증 증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승리는 앞선 경찰 진술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흐름을 잘 아는 경찰 관계자는 “승리가 주고받은 카톡 내용을 입증하려면 당시 제3자의 적극적인 범죄 혐의 입증 증언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성매매 알선 처벌은 쉽지 않다. 기소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법원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