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실명 거론된 연예인만 5명...“다 같이 만나서 XX하자” 등 자극적인 메시지도 공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있는 전 빅뱅 맴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시작은 ‘승츠비’의 ‘성접대’에서
‘승리 게이트’는 지난달 26일 터져 나왔다. 투자회사 유리홀딩스의 설립을 준비하고 있던 2015년 12월 경, 승리가 해외 VIP 투자자를 위해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한 대화가 ‘승리팸’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언급됐다.
2015년 12월 6일 이 채팅방에는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34), 직원인 김 아무개 씨와 가수 C 씨가 있었다. 당시 채팅방에서 승리는 “잘 대주는 여자들을 준비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대만에서 왔다는 ‘손님’을 위해서였다.
당초 승리와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카카오톡 메시지의 조작을 주장하며 강경 대응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문제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실제 존재했고, 대화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3월 10일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정식 입건된 승리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승리는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도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개된 또 다른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승리는 2014년 8월 경 사업가 A 씨에게 “1명 당 1000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여성들을 소개했다. 여성들에게 숫자를 붙여가며 ‘초이스’를 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승리는 “A 씨에게 투자한 20억 원이 묶여 있는 상황이어서 적당히 허풍을 떨며 분위기를 맞춰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승리팸’의 성접대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채팅방을 조사하던 중 한 연예인이 불법 촬영한 영상을 지속적으로 유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건의 초점이 승리에서 가수 정준영(30)으로 옮겨지는 순간이었다.
#“여성을 성 도구처럼” 정준영, 불법 영상 촬영부터 유포까지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정준영의 성범죄는 2015년 12월 초부터 시작됐다. 문제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관련한 언급이 이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시점 특정 역시 이에 맞춰진 것이다. 한편으로는 공개되지 않은 성범죄가 2015년 이전과 2017년 이후로도 있었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성관계 동영상 촬영 및 유포로 논란이 되고있는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2015년 12월 1일 정준영은 친구 김 아무개 씨와의 카카오톡 채팅에서 한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고 자랑했다. 이에 김 씨가 “영상이 있느냐”고 묻자, 정준영은 자신이 촬영한 것으로 파악되는 3초짜리 성관계 영상을 보냈다. 당시 사건의 피해 여성은 정준영이 김 씨에게 영상을 보낸 사실을 알았으나 또 다른 유출을 두려워해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준영은 이듬해인 2016년 1월 1일에는 친한 연예인들이 함께 한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을) 온라인(게임에서) 다 같이 만나서 XX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채팅방에 함께 있던 친구 박 아무개 씨는 이 메시지를 두고 “우리 이거 영화야. 살인만 안 했지 구속감 XX 많아”라며 자신들의 범죄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정준영은 ‘승리팸’ 또는 ‘정준영팸’으로 분류되는 단체 채팅방과, 자신의 지인들과의 1대 1 채팅을 통해 불법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 등을 지속적으로 공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정준영의 불법 촬영 피해자는 10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마저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토대로 파악한 것일 뿐, 그 이전이나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카카오톡 메시지가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 분량에 그쳤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 따라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도, 그리고 연예인을 포함해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의 범위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유착’ 최종훈, 그리고 ‘방관자’ 용준형·이종현
FT아일랜드의 최종훈(29)은 ‘승리 게이트’에서 경찰 유착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앞서 승리의 성접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등장했던 ‘가수 C씨’이며, 정준영의 “강간하자”는 대화가 이뤄졌던 채팅방에서도 그와 함께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종훈은 경찰에 음주운전사고 무마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SBS 제공
2016년 3월 최종훈은 ‘승리팸’ 단체 채팅방에서 모 가수의 음주운전 적발 기사를 올리고 “저는 다행히 XX형 은혜 덕에 살았다”라고 말했다. 앞서 2016년 2월 서울 이태원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다 경찰에게 적발됐던 최종훈이 ‘승리팸’의 멤버 덕에 사건을 무마했다는 것이다.
이 멤버는 유리홀딩스의 유인석 대표로 지목되고 있다. 승리도 이 채팅방에서 “다음 음주운전은 막아줄 거란 생각 말아라. XX형(유인석)이 자기 돈 써서 입 막아줬더니”라며 경찰에 돈을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뉘앙스로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승리팸’의 단체 채팅방에서는 이외에도 “경찰총장(경찰청장 또는 검찰총장의 오타로 파악)이 우리(유리홀딩스)의 뒷배를 봐주고 있다”는 등의 언급이 있어 경찰 유착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 외에 채팅방에 참여는 하되 ‘방관자’로만 거론된 연예인들도 있다. 보이그룹 하이라이트의 용준형(30), CNBLUE의 이종현(29)이 대표적이다. 용준형은 정준영으로부터 1대 1 채팅을 통해 불법 촬영 영상을 공유 받았음을 인정했다.
이종현 역시 정준영으로부터 불법 영상을 공유 받고, “가지고 놀기 좋은 어리고 예쁜 X을 넘겨 달라”는 여성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앞서 정준영, 최종훈, 용준형 등이 그룹에서 탈퇴된 뒤 계약 해지에 이른 것과 달리 이종현의 경우는 자숙 의사만을 밝혀 대중들에게 더 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사건 터지면 “모르쇠” 염불외던 소속사, ‘승리 게이트’로 직격타 마약 사건 외에 젊은 남성 연예인들이 줄줄이 엮여 들어간 사건은 이번 ‘승리 게이트’가 최초다. 입대 전까지 한참 활동해야 할 연예인들의 범죄에 해당 소속사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적막감 가득한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진=이종현 기자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승리의 소속사는 교과서적인 대응을 보여줬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27일까지만 해도 ‘승리 보호’에 앞장섰다. 모든 카카오톡 메시지는 조작이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들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게 그들의 초반 입장이었다. 그러나 성접대는 물론, 성범죄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결국 YG는 승리와의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다만 이 해지는 ‘승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YG는 소속 연예인의 물의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승리 게이트’에 연루된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소속 연예인 중 둘(최종훈, 이종현)이나 엮인 FNC엔터테인먼트는 “멤버들에게 확인한 결과 (승리, 정준영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뿐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이후 이들의 실명이 공개되자 그때서야 이들의 논란을 인정하고 최종훈은 그룹 탈퇴 및 연예계 은퇴, 이종현에 대해서는 자숙 방침을 알렸다. 보이그룹 하이라이트의 용준형 역시 보도 초반 ‘가수 용 아무개 씨’로 언급됐을 때 용준형 본인과 소속사 어라운드어스엔터테인먼트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용준형이 직접 불법 촬영 영상의 공유와 방관을 인정하면서 소속사 역시 용준형의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나마 가장 신속하게 대처한 곳은 정준영의 소속사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였다. 메이크어스 측은 사건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지난 13일 정준영과의 계약 해지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1월 정준영과 계약한 메이크어스는 이 사건으로 약 3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