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투자금 2000만원 때문에?…공교롭게도 거액 현금 생기는 날에…수상한 사후 행적과 미궁속 살해 동기
이 씨 사건은 현재 미궁 속에 빠졌다. 가장 중요한 ‘범행 동기’가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건은 한 달 전 발생했고 공범 3명이 중국으로 출국해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 수사는 검거된 김 씨 한 명에 의존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세 가지 미스터리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이희진 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 아무개 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초기 이 사건은 이희진 씨 피해자가 벌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희진 씨는 동생인 이희문 미래투자파트너스 대표와 동생 친구 박 아무개 프라임투자파트너스 대표와 함께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2018년 4월 이 씨는 1심에서 징역 5년, 벌금 200억 원, 추징금 약 130억 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 씨 동생에게도 같은 혐의로 징역 2년 6월, 벌금 100억 원(선고유예)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당시 고소한 피해자는 총 200명이 넘었고 고소하지 않은 피해자를 합치면 피해자 모임 추산 약 1000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피살된 어머니 황 아무개 씨도 이 사기행각에 일정 부분 참여했다.
황 씨는 이희진 씨가 장외주식을 판매하는 업체로 만든 케이론인베스트먼트의 대표를 맡았다. 황 씨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명의를 올리고 있었고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 주범인 김 씨는 이희진 씨 피해자가 아니었다.
3월 18일 경찰에 붙잡힌 범인 김 씨는 과거 미국에서 요트판매대행 사업체를 운영했지만 사업에 실패한 뒤 귀국했고 이후 마땅한 직업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김 씨는 미국 경험을 살려 요트 임대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2018년 2월 김 씨와 이 씨 아버지는 요트 판매대행을 계기로 알게 됐다. 김 씨는 이희진 씨 아버지에게 2000만 원을 투자금조로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후 김 씨는 이 씨 아버지가 ‘2000만 원으로는 사업은 힘들고 주식투자를 권유’했지만 투자성과가 여의치 않아 돈을 돌려달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첫 번째 미스터리는 투자금 2000만 원이다. 세간의 반응은 ‘2000만 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2000만 원 때문에 사람을 3명이나 동원해 엽기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냐’는 것이다. 이희진 씨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겁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작 얼마면 영화처럼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밝혀졌는데 괜히 나서다 나도 죽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범행 9일 전인 2월 초 김 씨는 월 3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를 조건으로 개인 경호팀 구인 광고 글을 구인업체 게시판에 올렸다. 불법체류자 지원 가능이라는 조건도 있었다. 중국으로 달아난 3명의 공범은 이 글을 보고 연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모집된 인력과 함께 김 씨는 2월 25일 오후 4시경 이희진 씨 부모가 사는 집에 몰래 들어가 숨었다. 이 씨 부모가 집에 오기 15분 전이었다. 이 씨 부모가 집에 들어오자 살해한 뒤 집에 있는 금품을 챙겼다. 공범인 3명은 곧장 원래 살던 인천 간석동으로 가 월세 계약을 해지한 뒤 곧바로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칭다오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너무나 공교로운 시간이다. 이들은 이 씨 부모가 집에 오기 15분 전에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또한 그날은 마침 이희진 씨 동생이 약 20억 원에 달하는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모델을 판매하고 대금을 받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차를 인수한 차량 업체 관계자는 ‘이 씨가 급하게 부가티를 판매해달라고 했고 20억 원을 불러 급매라고 해도 좋은 조건이라 넘겨 받고 돈을 줬다’며 ‘이 씨가 15억 원은 회사 계좌로 5억 원은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 차는 슈퍼카 업계에서도 최소 20억 원은 받을 것으로 추정된 차다.
차량 업체 관계자 말처럼 이 씨는 5억 원을 따로 챙겨 부모에게 넘겨줬다. 만일 이 돈을 노렸다면 김 씨는 차량이 판매되는 날과 이 씨 동생이 돈을 부모에게 건넬지를 어떻게 알았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21일에 김 씨 어머니가 경찰서를 찾아 5억 원 중 2억 5000만 원을 돌려줬다. 김 씨 어머니는 김 씨가 가져온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변호사의 설득에 자진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이 돈을 김 씨가 갖고 있던 게 사실로 드러나면서 단순히 투자금 2000만 원 때문이 아닌 돈을 노린 범행이 아니냐는 의심이 더 강해지고 있다.
김 씨는 이 씨 부모를 살해한 뒤 아버지의 시신은 냉장고에, 어머니 시신은 옷장에 숨겼다. 김 씨는 시신 담긴 냉장고를 다음날 오전 이삿짐센터 사다리차와 트럭을 동원해 평택 한 창고로 옮겼다. 누군가 냉장고를 열어보기라도 하면 발각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대범하게 행동했다. 계획대로 범죄를 저지른 김 씨가 왜 중국동포 3인조와 함께 한국을 떠나지 않았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후 김 씨의 친구의 지인 2명이 사건 현장을 찾았다는 게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사건 발생일 오후 10시께 친구의 지인인 한국인 2명을 불렀다. 이들은 참고인 조사에서 “친구가 김 씨가 싸움이 나서 중재해달라”고 해서 방문했다며 공모를 부인했다. 이들은 “현장에 도착해보니 단순 싸움이 아니라는 판단에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유하고 20분 만에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가 친구의 지인을 굳이 살인 현장에 왜 불렀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만약 김 씨의 주장대로 “위협을 가하려고 불렀던 중국 동포 3명이 이 씨 부모를 죽인 것”이라면, 현장을 찾은 지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지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 씨가 사망했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가 살인 현장에서 지인 2명과 무엇을 했는지 역시 미스터리다.
범행 이후 이희진 씨 동생은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느끼고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은 ‘CCTV를 살펴 김 씨 행적을 추적해 잡았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2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20일이나 걸린 이유는 김 씨가 이 씨 어머니 휴대전화로 어머니인 척하고 문자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문자로만 대화하고 전화는 받지 않았다. 김 씨는 살해한 뒤에 이 씨 동생을 만나기까지 했다. 김 씨는 부모 행세를 하면서 이 씨 동생에게 ‘성공한 사업가다. 한 번 만나보라’고 권했고 둘은 한 식당에서 만나 사업 얘기까지 나눴다고 한다. 이 씨 동생은 어느 순간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 불안한 마음에 직접 부모 집에 찾아갔지만,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이에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세 번째 미스터리는 범행 이후 김 씨의 행적이다. 이삿짐센터를 동원해 시신을 옮길 정도로 대범한 김 씨는 이 씨 부모 집 옷장 속 이 씨 어머니 시신도 그대로 뒀다. 이 씨 동생이 신고하자 곧바로 수사가 시작된 이유였다. 또한 자신 명의로 미리 빌려둔 창고에 이 씨 아버지 시신도 그대로 뒀다. 이 씨 동생을 직접 만나는 대범한 모습과 달랐다.
이 씨 동생을 만나 사업 이야기를 한 배경은 부가티 차량을 팔고 현금으로 받은 5억 원 외에 나머지 15억 원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머지 15억 원도 이 씨 어머니 행세를 하거나 투자를 빌미로 받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혹은 이 씨 동생이 타깃이라는 추측도 있다. 워낙 사건이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보니 배후설도 돌고 있다. 특히 김 씨의 동기가 워낙 약하다보니 이 씨 형제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 측에서 벌인 일 아니냐는 의심이다.
올 초 이 씨 형제와 친분이 있었지만 지난 설 명절쯤 비극적인 선택을 한 이 아무개 씨가 관련 있지 않냐는 얘기가 계속 된다. 이 아무개 씨는 폭력조직과 관련 있다는 의혹을 산 인물이다. 어쨌거나 미스터리 투성이인 이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돼야 조금씩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