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메시지 총괄 김무성 보좌진 출신…“무대와 인연 없는 당내 인사 몇이나 되나” 반박도
한 한국당 인사는 “친박인 황 대표가 취임하면 비박 세력이 확 꺾일 것이라고 봤는데 김무성 사람이 계속 등용되니 그런(김무성 막후 실세설)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무성 의원이 의원총회장 앞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지난 전당대회 기간 이미 황교안-김무성 교감설이 파다했다. 황교안 후보 캠프 대변인은 김무성 대표 시절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상근 부대변인을 지낸 인사가 맡았다. 본인도 자신이 김 의원 측 인사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내년 총선 공천권이 달린 전당대회에서 평소 결속력을 자랑했던 복당파 의원들은 같은 복당파인 오세훈 후보를 돕지 않았다. 김 의원 뜻이 반영됐다는 뒷말이 나왔다.
당시 오세훈 후보 측 인사는 “(전당대회 기간) 사실 김무성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다.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 ‘생각해보자’ 이런 식이었다”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김무성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황 대표와 연대설이 불거진 것에 대해 사석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가 취임한 뒤 교감설은 김무성 막후 실세설로 진화 중이다.
전당대회 기간 당내에선 “황교안 후보 얼굴을 가리고 들으면 김무성 의원 메시지인지 황 후보 메시지인지 헷갈릴 정도로 유사하다”는 말이 나왔다. 김 의원 보좌진 출신이 황 대표 메시지를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제야 퍼즐이 풀렸다는 반응이다.
황 대표 메시지를 총괄하고 있는 A 씨는 익명보도를 요구하며 자신은 김 의원 사람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 씨는 “저는 김 아무개 의원실에서 8년, 김무성 의원실에서 4년, 박근혜 청와대에서 5년 있었다. 가장 오래 있었던 것으로 따지면 김 아무개 의원 사람이고, 가장 최근에 근무했던 것으로 따지면 박근혜 사람이다. 청와대에 간 후 김무성 의원과 딱 2번 연락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제가 한국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부서가 원래 당 대표 메시지를 만드는 곳이다. 저는 황 대표가 취임하기 전부터 이 부서에서 근무했다. 전당대회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A 씨는 “김무성 막후 실세설을 당내에 흘리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이 된다. 김무성 의원 측근들이다. (총선 불출마 선언 등으로) 요즘 김무성 의원 영향력이 없어지니까 측근들도 힘이 빠졌다. 측근들이 자기 영향력 유지하려고 막후 실세설을 흘리는 거다. 김 의원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한국당 인사는 “김무성 의원 별명이 왜 무대(무성 대장)인 줄 아나. 사람 관리를 잘해서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간다. 김 의원이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지 않았나. A 씨가 김 의원 몫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말도 있다”면서 “A 씨 자리가 당 대표 메시지 만드는 부서는 맞다. A 씨 설명대로라면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메시지나 황 대표 메시지가 비슷해야 하는데 차이가 있다. A 씨가 황 대표 메시지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황 대표 취임 후 당내 최고 실세로 떠오른 인물은 추경호 의원이다. 추 의원은 황 대표 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당내에선 추 의원이 최고 실세로 떠오르는 과정에도 김 의원 입김이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추 의원 측근으로 알려진 B 씨가 한때 김무성 책사로까지 불렸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황 대표와 함께 일했던 인사는 당내 얼마든지 있다. 그중 유독 추 의원이 실세로 떠오르는 데 B 씨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B 씨는 “내가 김 의원, 추 의원과 모두 가까운 것은 맞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평가는 과하다”고 했다. 김무성 책사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나는 정진석 한국당 의원과도 친하다. 김 의원이 아직 바른정당에 있을 때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보수대통합을 위해 ‘열린토론, 미래’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김무성 책사라는 소문이 난 것 같다. 최근에는 김 의원과 전혀 연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김 의원이 6선을 했다. 우리 당에서 김 의원과 일해 본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 사람들을 다 김무성 사람이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 “김 의원이 원래 당 지도부를 존중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그래서 황 대표 취임 후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비박인 김 의원이 황 대표와 대립할 줄 알았는데 협조하니 연대설 같은 이야기가 도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한 한국당 전직 당협위원장은 김무성 막후 실세설은 실체가 있다고 했다. 전직 당협위원장은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모 의원이 당내 주요보직을 연속해서 맡고 있다. 인지도도 낮고,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김무성 입김으로 주요보직을 연속해서 맡는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 의원이 황 대표가 취임한 뒤에도 주요보직을 맡았다. 김무성 의원이 황 대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직 당협위원장은 “황 대표로서는 안정적인 당 운영이나 차기 대선을 생각하면 김 의원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인물로 친박 진영과는 껄끄러운 관계다. 누가 뭐래도 황 대표 지지기반은 친박이다. 김 의원이 대놓고 나서면 황 대표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니 김 의원이 뒤에서 움직이는 거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국당 인사는 “김무성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정계은퇴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뭔가 복안이 있다는 거다”라며 “마침 황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개헌을 통해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당내에선 김 의원이 대선에서 황 대표를 돕고 승리하면 총리를 맡는 시나리오도 회자된다”고 말했다.
막후 실세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 의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라는 짧은 답변만을 보내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