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녹취록 “김학의 차장 진급 A 수석에 청탁”…당시 수석 11명 중 누가 김학의에 날개 달아줬을까
‘TV조선’에 따르면 2013년 윤중천 씨는 경찰 간부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김학의 전 차관을 진급시켰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청와대의 한 수석에게 전화해 인사 발표 전날까지 차장 검사가 되지 못한 김 전 차관을 차장급으로 만들었다는 식이었다. 녹취록에는 “학의 형 진급시킬 때도 제가 진급시켜 줬어요. 차장 검사 안 됐어요. 그 전날까지도. 그런 걸 내가 그 당시에 A 수석 전화해서”라고 나온다.
김학의 전 차관이 검찰에서 차장급 인사가 된 건 공안기획관 임명 때와 차장 검사 임명 때 등 총 2번이다. 공안기획관은 검찰 내부에서는 차장급으로 대우해 준다고 알려졌다. 법무부는 2005년 4월 김학의 당시 통영지청장을 공안기획관으로 임명했고 2006년 2월에는 다시 인천지방검찰청 1차장 검사로 정했다.
검찰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수석은 청와대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수석이라 불리는 지위를 가진 사람 가운데 검찰의 인사에 입김을 넣을 수 있는 건 청와대뿐”이라고 했다. 윤중천 씨의 발언에 대한 신빙성에 무게를 둔다면 2005년 4월에서 2006년 2월 사이에 청와대에 근무하던 수석이 김 전 차관의 진급 청탁을 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학의 전 차관이 차장급으로 진급하던 시기인 2005년 4월에서 2006년 2월 사이 청와대에서 수석직은 6석에서 8석 정도였다. 2003년 2월 수석 5인으로 시작된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2월 인사수석을 추가하며 6수석 제도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이어 2005년 4월 8일 혁신관리수석 추가해 7수석 체계, 2006년 1월 안보정책수석을 추가해 8수석 체계가 됐다. 이 시기에는 수석직의 인사도 잦았는데 정리해 보면 청와대에서 이 시기에 수석이라고 불린 인물은 총 11명으로 압축된다.
당시 수석직에 있었던 11명 가운데에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도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시기에 민정수석이었다. 김용익 당시 사회정책수석은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다. 서주석 당시 안보정책수석은 국방부 차관직을 맡고 있다. 이백만 당시 홍보수석은 교황청 내 한국대사관 수장이다. 선출직이지만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역시 노무현 정부 때 혁신관리수석 출신이다.
윤중천 씨의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1차 청탁의 대상이 어떤 수석이었든 문재인 대통령 심기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대 사정기관인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청와대 담당 부서는 민정수석실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김학의 전 차관의 고공 비행에 주춧돌이 된 건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차장급 진급이었다. 정상적 인사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윤 씨의 청탁을 통한 결과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학의 전 차관의 차관 발탁 문제에 있어 불똥은 이제껏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야당 인사에게 튀어 왔다. 김 전 차관이 임명되던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검증보고서를 올렸으나 청와대 본관 쪽에서 ‘본인이 아니라는데 왜 자꾸 없는 사실로 사람을 무고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까지 말하며 포문을 연 까닭이다.
이에 대해 황교안 대표와 곽상도 의원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대표는 “인사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 하지만 임명 이후 성 접대 의혹이 제기돼 본인이 사퇴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곽상도 의원은 “인사검증 때 수사 받는 상황이 없다고 공식 회신을 받아 차관으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와 안민석 의원 등 여당 중진 의원은 이 문제를 물고 야당을 집중 공격해 왔다.
하지만 김학의 사건의 불똥이 노무현 정부로까지 항하며 여야 모두에 비상이 걸렸다. 잘못의 경중이 명확하고 이번 사태의 본질과도 관련이 없지만 현 정권의 기조가 적폐청산이다 보니 여야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처했다. 일각에서 여야 가리지 말고 카르텔 뿌리 전체를 도려내야 한다는 여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유명 가수와 중견기업에도 윤중천 불똥이… 유명 가수 P 씨와 중견기업 S 그룹도 노심초사한 상태다. 윤중천 씨와 얽히고설킨 관계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까닭이다. ‘비즈한국’에 따르면 윤중천 씨는 2009년 7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뒤 이듬해인 2010년 6월과 8월 세 차례에 걸쳐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에 위치한 별장 5채를 매입했다. 서류상으로 별장 5채의 소유자는 각기 다르지만 실소유주는 윤 씨로 압축된다. 별장 5채를 건축했던 건설사가 2006년 윤 씨를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윤 씨에게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었다. 윤중천 씨는 별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동산 담보로 몇몇 개인에게 거액을 꿨다. 윤 씨에게 돈을 꿔준 사람 가운데 한 명은 유명 가수 P 씨의 장인인 Y 씨였다. 2007년 6월 Y 씨는 별장 한 곳 및 별장 부지를 담보로 잡고 윤 씨에게 채권최고액 5억 4000만 원을 설정한 금액을 건넸다. 또 다른 인물은 중견기업 S 그룹의 L 회장이었다. L 회장도 윤중천 씨에게 부동산을 담보 잡고 거액을 빌려줬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2010년 6월 L 회장은 채권최고액 2억 50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윤 씨에게 빌려줬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