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사망후 지분 및 경영권 둘러싼 송사로 ‘시끌’...법원, 장남 손 들어줬지만 ‘여진’ 남아
하지만 옥타곤 내부에서는 수년 째 시끄러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아레나가 L 호텔에 임대 형식으로 들어가 있는 것과 달리 옥타곤은 N 호텔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N 호텔 운영법인 S 사가 옥타곤 운영법인 ‘클럽옥타곤’의 지분 98.9%를 가지면서 지배하고 있다.
클럽 옥타곤 입구. 사진=최준필 기자
S 사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였던 최 아무개 씨는 2010년 사망했다. 이후 최 씨의 유언에 따라 장남인 A 씨가 최 씨의 지분을 물려받았고, 현재 S 사 대표로 활동 중이다. 이에 최 씨의 차남인 B 씨가 유언이 무효라며 지분 인도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대신 B 씨는 옥타곤의 대표이사와 경영을 맡았다. 그런데 B 씨는 2015년 7월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구체적인 해임 사유는 확인되지 않지만 대주주인 A 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옥타곤 대표는 A 씨의 아들이 맡고 있다. 옥타곤 측에 대표이사 해임 이유에 대해 질의했지만 “(임원이 아닌) 직원이라서 관련 내용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후 2018년 6월, B 씨는 옥타곤 수익 일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옥타곤에 소송을 제기했다. 옥타곤은 클럽 안에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 담배부스를 설치해 운영했는데 B 씨는 옥타곤 대표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옥타곤다이닝앤바샆’이라는 사업자를 등록해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와 담배부스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2014년 기준)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가 옥타곤에 연간 7억 4000만 원을 지급하고 옥타곤 고객 수가 분기별 최소 8만 명, 연간 최소 32만 명일 경우 분기별로 인센티브 1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또 옥타곤다이닝앤바샆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로부터 받는 돈의 30%를 마케팅비용으로 옥타곤에 지급한다는 별도 약정서를 작성했다.
B 씨 측은 “개인 자격으로 담배부스 임대계약을 체결했기에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로부터의 수익은 B 씨에게 귀속돼야 한다”며 “B 씨 수익에서 2013년 1월~2014년 12월까지 옥타곤 직원 4명의 급여, 퇴직금, 영업비 등 합계 3억 8398만 원을 옥타곤 대신 지급했으므로 반환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옥타곤다이닝앤바샆을 통해 B 씨에게 가야 할 수익 일부가 옥타곤 직원들에게 갔다는 주장이다.
클럽 옥타곤이 위치한 N 호텔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옥타곤의 손을 들어줬다. 담배부스 수익은 규모나 지급조건 등으로 미루어 보아 옥타곤 운영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법원은 △담배부스 임대를 통한 옥타곤다이닝앤바샆의 수익 및 지출에 A 씨 측이 최종결재를 하는 등 옥타곤이 직접 담배부스에 관여했던 점 △담배부스 설치로 인한 수익을 A 씨 친동생인 B 씨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업계 관행이나 수익금 규모 등에 비춰 매우 이례적인 점 △부친 사망 후 유언 무효 소송 등이 기각된 후에야 해당 소송을 제기한 것은 B 씨가 옥타곤을 위해 소속 직원들의 급여를 대신 지급해 왔다고 인식하지 못함을 보인 점 등을 주요 판결 요지로 설명했다.
법원은 “담배부스 임대를 통한 수익금은 B 씨 개인이 아닌 옥타곤에 귀속시켜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약정이 있었고, 이에 따라 실제로는 옥타곤 소속이지만 장부상 옥타곤다이닝앤바샆 소속 직원들에 대한 급여로 지출됐다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며 “담배부스 임대 수익금이 옥타곤이 아닌 B 씨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B 씨 측은 지난 3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지난 4월 12일 돌연 항소를 취하했다. 다만 이외에도 B 씨는 A 씨와 옥타곤 등을 상대로 가수금(최대주주 또는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차입한 돈) 청구 등 다른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옥타곤 경영에서 사실상 쫓겨났을 뿐 아니라 옥타곤 모회사인 S 사 사내이사에서도 2014년 9월 퇴임했으며 갖고 있는 지분도 없다. 반면 경영을 총괄하는 A 씨는 자신의 아들을 S 사 사내이사와 옥타곤 대표이사에 취임시키는 등 후계구도까지 그리고 있다. 연이은 소송에서 알 수 있듯 B 씨는 여전히 옥타곤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소송에서 패소해 옥타곤 경영에 복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클럽 옥타곤은 어떤 곳?…최대 규모 클럽이지만 ‘마약 문제’ 자유롭지 못해 2011년 말 오픈한 클럽 옥타곤은 유명 DJ와 셰프를 섭외해 순식간에 강남에서 유명세를 탔다. 또 동시 수용 인원이 3000명이나 되는 국내 최대 규모 클럽이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옥타곤은 각종 연예계 행사 장소로도 인기를 얻었다. 제일모직과 YG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설립한 네추럴나인이 2014년 패션 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할 때 론칭 행사가 열린 곳도 옥타곤이었다. 당시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를 비롯해 그룹 빅뱅, 2NE1 등 인기 가수들도 참석했다. 노나곤 론칭 행사에 참석했던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는 귀갓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 승리의 음주운전 의혹이 있었지만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옥타곤은 강남 최고 클럽 중 하나로 꼽히지만 아레나나 버닝썬처럼 마약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위 이 아무개 씨도 과거 아레나와 옥타곤에서 마약 거래를 한 바 있다. 이처럼 클럽 내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법무부는 “최근 강남 유명 클럽 등에서 발생한 마약 유통·투약 사건 등으로 마약 범죄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마약·음주운전 범죄를 엄단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