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기본소득 공론화 축제…“기본소득 및 지역화폐 개념 이해·확산 필요성 공감의 장”
세계 최초의 기본소득 공론화 축제의 장인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기본소득, 대동세상(大同世上)의 문을 열다”를 주제로 4월 29일과 30일 양일 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경기도 주최로 개최됐다. 사진은 개막식 모습(위)과 박람회 전시장 모습(아래). 사진제공=경기도
[일요신문] 복지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열어가기 위한 세계 최초의 기본소득 공론화 축제의 장인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4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기본소득, 대동세상(大同世上)의 문을 열다”를 주제로,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연구원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기본소득네트워크(BIKN)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석학과 전문가 등 외국인을 비롯해 어린이, 청년, 노인, 농민, 지역상인 등 각계각층 3만여 명이 참가해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개념을 이해하고, 확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기회의 장이 됐다.
이번 박람회는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와 ‘지역화폐 전시관’ 등 크게 2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이 가운데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토론하고 확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공감대 형성의 장’으로 펼쳐졌으며, ‘지역화폐 전시관’은 지역화폐에 관한 모든 것을 체험하고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즐기는 ‘전시 및 체험의 장’으로 마련됐다.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애니밀러 영국시민소득트러스트 의장 등 국내외 기본소득 전문가 및 석학들이 참여해 보다 심층적인 주제를 놓고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는 개별세션 형태로 진행됐다. 1개 세션당 2개 트랙씩 총 6번의 발표 및 토론으로 구성된 개별세션에서 국내외 전문가 및 석학들은 ▲청년기본소득의 정책효과 ▲4차산업혁명시대의 공유부와 기본소득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시민의 물질적 기반으로서의 기본소득 ▲기본소득의 확장과 재원 ▲기본소득:법제, 사회적 가치 등 기본소득에 관한 보다 심층적이고 실제적인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현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을 불평등으로 정의하고, 기본소득이야말로 불평등 해소를 통해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여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청년기본소득의 정책효과,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기본소득의 확장과 재원 등을 주제로 진행된 발표 및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지역화폐가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참가자들은 한국이 고령화지수 1위, 자살률 1위, 출산율 최저, 청년고용률 42%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경제 및 골목상권 활성화를 통한 ‘마을공동체 회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으며, 마을공동체 회복에 있어 지역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현 제도하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평등이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더욱 극심해질 수 있는 만큼 대안 마련이 시급하며, 기본소득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연설을 통해 “기본소득은 자본주의의 근본 문제인 독점을 해소해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국제컴퍼런스에서 이재명 지사가 연설하는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기본소득, 독점 해소해 자본주의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게 할 아주 중요한 장치”
이 자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연설을 통해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아주 중요한 장치”라고 지적했다. 연설에서 이재명 도지사는 자신의 정치철학인 ‘억강부약’을 언급하며,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독점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에 대해 분배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아주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한다”라며 “특정 소수의 독점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자원들을 순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자,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남시에서 250억 원 정도를 지역화폐로 지급했는데 동네 전통시장이나 골목들이 살아났다”며 “자본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보완하는 기본소득 정책이 최저한의 삶을 보장하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국가 통합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책이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람회 개막식에서 이재명 지사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기본소득이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공정한 세상 실현을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개막식 개회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정치를 하는 이유, 함께 살면서 추구하는 가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공정하게 경쟁하고 모두에게 공정한 가치가 부여되고, 각자 기여한 만큼의 몫이 보장되는 사회여야만 그 구성원 모두가 열정을 다할 수 있고, 효율이 발휘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생산량은 충분히 늘어났는데 기회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 생산량 증가로 생겨난 이익이 공평하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소수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생산량은 늘었는데 사람들의 삶은 상대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금까지의 복지정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우리가 만들어놨던 제도와 시스템을 이제는 다시 되돌아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에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영국 시민소득트러스트 의장은 “기본소득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좋을지 지역마다 다를 것이며, 엄청난 변화가 수반되는 것인 만큼 천천히 해야 한다”라며 “배당 형태의 지급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수 있으며, 특히 젊은이들에게 제공하는 건 좋은 시작일 수 있다”라며 경기도가 추진 중인 청년기본소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인류는 기후변화, 세계화, 금융위기 그밖에 많은 전 지구적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것이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기본소득은 바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줌으로써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기조 발표자로 나선 강남훈 교수는 ‘공동부(Common Wealth)’라는 개념을 들어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서의 기본소득을 소개했다. 강남훈 교수는 “시장의 불평등이 확대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동부가 사유화되고 있는 것으로, 공동부가 사유화된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를 하면 할수록 불평등이 확대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라며 “공동부의 소유자에게 개별적으로 보편적으로 무조건적으로 균등하게 소득을 지급하는 공동부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1월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27명이 탄소세를 부과하자는 성명서를 월스트리트에 광고했다”며 “이 성명서에는 탄소세를 부과해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면 정치적 가능성이 생긴다는 내용이 명시됐는데 이는 기본소득을 공동부 정책에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에서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사진은 국제컨퍼런스에서 기본소득 전문가들과 세계 석학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본소득의 확장과 재원’에 대한 발표 및 토론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해법”
이재명 지사의 연설과 두 명 석학의 기조연설 후에는 경기도가 추진 중인 청년기본소득 사례를 비롯해 핀란드 실험 사례, 인도 시킴 주 사례, 스페인 사례 등에 대한 소개와 함께 요세프 마리아 콜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문제센터 선임연구위원, 사라트 다발라 BIEN 부의장, 시그네 야우히아이넨 핀란드 사회보험국 선임경제학자, 샘매닝 Y컴비네이터 연구위원 등이 진행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와 함께 이번 박람회의 또 하나의 주제부문인 ‘지역화폐 전시관’에는 경기도내 30개 시군을 비롯해 공주, 속초, 보성, 진도, 고창, 영동, 보은, 고성, 나주 등의 지자체가 설치한 40여 개의 체험 부스가 마련돼 관람객들에게 전국 곳곳에서 유통되는 지역화폐를 알고, 지역화폐로 직접 지역의 특산물도 구입해 보는 체험기회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제1회 전국솥뚜껑 팽이배틀 챔피언십 ▲남북국제평화철도 체험 ▲어린이 에어바운스 ▲뽀로로 공연 ▲가상증강 현실체험관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마련돼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한편, 이번 박람회에서는 기본소득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이끌어 나갈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와 농업·농촌·농민의 지속가능성을 돕기 위한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추진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