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벨’ 점주들 명의로 고급차 들여와…“내가 성품 착해 사람들에게 차량 좀 많이 빌려줘”
5월 3일 MBN에서는 송 씨가 판매한 슈퍼카가 사고차였고 현실은 빈털터리 아니냐는 의혹을 ‘SNS 재벌의 수상한 슈퍼카 판매…알고 보니 빈털터리?’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그런 송 씨를 두고 또 다른 의혹이 일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 명의를 대여해 수십 대의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송진영 씨가 점주들에게 받았다는 ‘사실 확인서’. 내용은 본인 명의로 차를 빌렸고 돈은 더 라벨 본사에서 납부해 줘 금전적 피해를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더 라벨은 선팅숍 특성상 주차장과 세차장까지 갖추려면 가게 부지가 넓어야 했다. 가게 하나 차리는 데 1억 원 이상 들었다. 송 씨는 별다른 홍보 없이 그의 유명세를 활용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맹점을 모았다.
이 사업에는 20대, 30대 초반 젊은 사람들이 다수 지원했다. 20대는 특성상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2명이서 동업하기로 하고 지원한 이들이 많았다. 이렇게 차린 가게는 약 7~8개로 알려져 있다.
2018년 4월 이렇게 모인 약 10여 명의 사장들에게 송진영 씨는 ‘곧 사장님이 되는 건데 폼 안 나게 국산차 타지 말고 수입차 타라. 명의만 빌려주면 차량 보증금은 안 내도 된다. 명의를 빌려주면 초기 할부금은 3개월 무료로도 해준다’고 했다. 차량 보증금은 중고차를 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초기에 거액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없어도 된다는 건 솔깃한 얘기였다. 그는 ‘앞으로 프랜차이즈를 통해 월 1000만 원은 벌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고 한다.
송진영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송 씨는 “그 차들은 본인들이 차량을 쓰면서 더 라벨 지점장으로서 더 라벨 오픈 이벤트 중 하나인 ‘더 라벨에서 선팅하고 벤츠, BMW 타자 이벤트’ 및 숍 홍보용으로 산 차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더 라벨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그 이벤트는 제대로 시행된 적도 없으며 정식 ‘허’ 렌터카가 아닌 개인차를 상업용으로 빌려주는 행위는 불법 이벤트 요소가 있어 우려됐지만 송진영 대표가 무리하게 이벤트를 진행했다”며 “이벤트로 사용하다 사고가 나면 본인 명의의 차도 아니기 때문에 사고시 모든 피해는 이벤트로 차를 빌려준 가맹주만 떠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송 씨는 이렇게 명의를 빌려 점주들이 각자 원하는 고급차를 중고차 대출로 가져 온다. 과정은 조금 복잡했다. 자기 명의로 자기가 탈 차를 가져오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명의를 내주고 받은 차는 또 다른 사람에게 간다. 자신이 원해 갖고 온 차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빌린 차였다. 차량업계 관계자는 “각자 원하는 차량만큼 신용이 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좋은 차를 원하는데 신용이 좋지 못한 경우, 신용은 좋은데 국산차 정도를 원하는 경우에 서로 차를 바꿔 가지면 둘 다 원하는 차를 갖게 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쓴 듯하다”고 조언했다.
명의가 뒤바뀌어 있기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자신 명의 차를 모는 사람이 하이패스 요금을 납부하지 않고 톨게이트를 지나가거나 과속, 주차 위반으로 발생한 벌금이 차를 타지도 않는 명의대여자에게 날아왔다. 때로는 가지도 않은 대전이나 부산에서도 과속이나 주차 위반 벌금이 날아왔다.
점주들이 선택한 차는 국산 고급 세단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우디 R8, BMW X6 등 수입 고급차였다. 어린 나이 때문에 신용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아 쓸 수 있는 대출은 한도가 있었다. 따라서 브랜드나 차종은 최고급이었지만 연식은 2009년식 등 오래된 차가 많았다.
또 다른 점주 B 씨는 “송 씨가 자신 있게 월에 1000만 원씩 번다고 했고 선팅숍 차리면 다 잘될 것도 같았다. 또한 송 씨가 워낙 말을 잘해 홀린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연식이 오래된 차지만 그 나이대에서는 타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차였기 때문에 어린 사장들은 욕심이 났다고도 밝힌다.
그런데 계약을 하고 나서 깨달은 건 차 상태가 말도 못하게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의 A 점주는 “내가 받은 차는 지속적인 시동 꺼짐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엔진 팬벨트가 풀려 그대로 서 버려 차량을 더라벨 본사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가 좋지 못해서 타던 차를 보낸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로 차를 반납한 경우도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라벨 점주들이 도저히 차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 라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대체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더 라벨 전 관계자는 “더 라벨 본사도 현재 영업을 접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본사도 문을 닫았다. 본사뿐만 아니라 다른 가맹점들도 흑자를 보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렇게 차를 반납했지만 자신 명의의 차는 다른 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신 차를 반납한 점주들에게는 송 씨가 자기 돈으로 차량 할부금을 내줬다. 하지만 혹시라도 계약을 제대로 끝내주지 않으면 이 많은 할부금을 어떻게 갚을까 걱정이 되는 점주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명의를 빌려준 건 분명히 본인이고 계약자도 본인으로 된 할부금이 매달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은 60개월. 그 시간 동안은 꼼짝없이 송진영 씨에게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자신에게 잡힌 할부금이 그들이 받은 차 값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다. C 점주는 “유명차지만 10년된 차들도 많아 차 값은 3000만~4000만 원 수준인데도 명의를 빌려주고 내 앞으로 잡힌 할부금액이 7000만 원, 8000만 원에 달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나머지 돈은 어떻게 됐는지, 4000만 원짜리 차로 8000만 원을 대출 잡았는데 4000만 원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한 점주가 빌렸다는 2009년식 아우디 R8.
B 점주는 “그나마 나는 다른 점주들보다는 적은 금액인데도 부담스럽다. 내 차가 어딨는지도 모르는데 수천만 원이 내 앞으로 잡혀 있다. 다른 점주들은 보통 7000만 원, 8000만 원까지 잡혀 있다. 서른 살도 먹지 않은 나이에 최대 8000만 원이란 너무 큰 돈이어서 걱정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
송진영 씨는 “해당 차들의 차량 할부금 및 세금 등 기타 비용에 관하여는 더 라벨 본사에서 모두 납부해줬다”며 “대표로서 내가 진행한 이벤트였는데,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점주들에게 다 내라고 그러면 내겠나”고 반문했다.
하지만 명의 대여로 인해 송진영 씨는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송 씨가 점유한 차들의 등록 명의자들이 실제로는 변제 능력을 상실한 상태 정도로 평가된다면 대출금 채무 전액이 송 씨의 배임액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피해자는 채권자인 캐피탈 회사가 된다. 캐피탈 회사는 차량등록 명의자의 신용을 보고서 차량을 할부로 매도한 것이지, 송 씨가 해당 차량을 점유하길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주들의 걱정이 커지면서 명의 대여를 중단하고 싶다는 의사가 타진됐다. 하지만 명의 대여를 끝낸 가맹점주는 많지 않다. 2018년 7월 A 씨는 가맹점 계약을 하지 않고 중간에 그만뒀다. A 씨는 더 라벨 가맹점 계획을 접었기 때문에 명의 대여도 끝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A 씨는 약 6개월간 가족까지 달라 붙어 해지해달라고 사정해 겨우 해지를 받아냈다. A 씨는 자신의 차 계약서를 1년 뒤에야 떼어 봤는데 무려 16.8% 고금리 대출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고 한다.
점주 일부는 ‘송 씨가 계약을 1년만 유지해 달라’고 했다며 1년 뒤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 1년이 되는 달이 2019년 4월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회된 바에 의하면 대부분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 점주는 “더 라벨 사업은 이미 포기했고 차량 명의 대여가 해결돼야 더 라벨 사업을 확실히 정리할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송진영 씨는 명의를 빌렸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돈을 모두 내주고 있고 명의를 억지로 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회사 이벤트를 위해 자발적으로 빌렸다’고 주장한다. 또한 점주들이 작성했다며 ‘점주들은 피해를 받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도 공개했다.
반면 최지혁 변호사는 “송진영 씨가 받아뒀다고 말하는 ‘사실확인서’는 사실 아무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송진영 씨는 ‘차량등록 명의자로서의 위험부담’이 재산상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분명히 명의 대여자들은 명의자로서의 위험부담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접촉해 본 점주들도 자신의 명의로 차가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했다. 계약기간이 무려 60개월에 달했고, 현재 약 12개월 정도 지난 상태다. 무려 48개월 남은 상황이다.
최지혁 변호사는 “송진영 씨가 무슨 경위로 할부금 채무를 대납하고 있는지 그 과정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며 “송진영 씨가 다른 사람 명의 차량을 불법으로 대여하여 운행하게 함으로써 벌어들이는 수익이 있고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 중의 일부로 차량 할부금을 대납한 후, 나머지 금원을 자신의 부당이득으로 챙긴다면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진영 씨는 “다른 사람에게 차를 빌려준 사실은 있다. 다만 돈을 받거나 기타 금전적인 거래는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차 타고 가’, ‘한 번 써’라면서 빌려준 적이 있다. 내가 성품이 워낙 착해 좀 많이 빌려줬을 뿐이다”라면서 “현실적으로 차량을 정리해주려면 취등록세, 할부금, 중도 상환료 등을 납부해야 한다. 현재 천천히 정리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