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판단의 차이일 뿐, 2심은 해볼 만” 자신감 일부선 “전후사정 잘 살핀 판결” 평가도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외부적으로는 “판결문을 분석하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판사가 결과를 미리 내놓고 재판을 한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검찰에선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판단의 차이’ 아니냐. 2심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성준 기자
# 검찰 기소 판단 배경과 자신감은?
검찰이 이 지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이다. ▼지난해 열린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성남시 분당 대장동 개발 관련 업적을 과장하고 ▼2002년 시민운동을 하면서 검사를 사칭한 전력이 있는데도 선거방송에서 이를 부인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다. ▼특히 고발로 이어진 주된 의혹 중 하나인 2012년 4~8월 친형 재선 씨(2017년 작고)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기 위해 성남시장의 자격으로 보건소장 등에게 강압적인 지시를 한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선거방송 등에서 친형에 대한 강제 입원 지시 사실을 부인한 혐의(선거법 위반)도 포함됐다.
지난달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 세 가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600만 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의 구형량은 두 혐의 각각 모두 지사직을 상실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검찰은 자신만만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1심 선고 전 “두 혐의 모두 유죄가 나오지 않겠냐. 구형을 높게 하지 않았지만 둘 다 상실형이 나올 것 같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 있었던 부분은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한 부분이다. 당시 이 지사의 지시를 받은 전직 분당구보건소장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재판에서 “이 지사로부터 강제입원을 지시받았다”며 “사표를 내라”는 압박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특히 그는 “(2012년 당시) 이 지사가 브라질 출장 전날 ‘(친형인 고 이재선 씨의) 정신병원 입원절차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며 “브라질에서도 이 지사가 격앙된 채 3차례 전화해 ‘지시한 것 검토했나’ ‘이 양반아, 당신 보건소장 맞나’고 독촉해 황당하고 불안했다. 하도 화가 나서 3번째 통화는 녹음하려 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달랐던 법원의 판단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창훈)는 16일 선고공판에서 2012년 성남시장 시절 이 지사가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키려고 보건소장 등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은 옛 정신보건법 25조 절차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친형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며 “강제 입원 절차를 다소 무리하게 진행한 것은 사회적 비난을 받을 소지는 있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 친형이 당시 폭력적 언행을 반복하고 성남시청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증세가 상당했기 때문에 ‘기초단체장(이재명 지사)이 진단을 받도록 한 것은 옛 정신보건법을 따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연스레 지난해 6월 경기도지사 후보자 TV토론에서 이 지사가 친형 강제 입원 의혹을 부인했다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판단됐다. 강제 입원이 아니라는 판단이 먼저 이뤄졌기 때문인데, 재판부는 “답변 내용에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들어 있지 않아 허위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거공보물 등의 대장동 개발이익 과장 혐의에 대해서는 “성남시가 결과적으로 5503억 원의 이익을 얻게 될 상황이 만들어졌다. 피고인이 허위라는 인식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TV토론 당시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둘러싸고 ‘검사 사칭 판결이 억울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평가성 발언에 가깝고 구체적 사실관계를 표현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을 찾은 이재명지사 지지자들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이재명을 연호하며 재판결과를 환영했다. 이종현 기자
# “주민 신고 아닌, 이 지사 지시로 이뤄진 결정” 반발
검찰은 1심 법원의 무죄 판결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상식적으로 무죄 판결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항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지청 관계자는 “이 지사 측 증인들의 진술이 일부 엇갈렸다고는 하지만, 지시를 받은 보건소장 등 당사자의 얘기가 분명하게 있는데 말이 되느냐”며 “미리 재판 결과를 정해놓고 판단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2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선 성남지청 관계자는 “우리는 수사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고, 그를 토대로 적법하게 기소했다”며 “법원에서도 ‘지시는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무죄를 하지 않았냐. 2심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이 전후사정을 고려해 균형있는 판단을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지사의 가족관계를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이 지사 집안문제로만 한정시켜 본다면 그를 이해할 만한 충분한 사연들이 있다. 이런 부분을 빼고 사실관계에만 얽매여 법률적 판단을 한다면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에겐 공감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형제간의 갈등보다는 갈등의 원인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다. 이런 부분이 충분히 다뤄진다면 설사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선거범 우선 처리’ 대법 가도 6개월 내 판가름 1심에서 ‘전부 무죄’ 판단을 받으며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하지만 2·3심이 아직 남아 있어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 검찰은 즉각 항소 계획을 밝힌 상황. 특히 선거 사건은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하는 강제 규정이 있어 6개월 안에 선고가 날 것으로 보인다. 고성준 기사 검찰 관계자는 “이미 ‘이 지사가 강제 입원 지시를 했다거나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말을 했다’는 기본 사실 관계는 다 입증이 됐고, 결국 그게 강압적이었고 직권남용에 해당하느냐, 선거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얘기한 게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느냐는 법적 판단만 남았기 때문에 2심이 오래 걸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1심과 달리, 증인 요청도 제한할 것이기 때문에 금방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은 오는 11월 즈음, 늦어도 내년 초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이유다. 서울 지역의 한 법원장도 “3개월 안에 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훈시적 규정”이라면서도 “취지를 알기 때문에 빨리 선고를 하려고 노력을 한다. 이 지사 사건을 맡게 될 2심 재판부도 이를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