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퇴출설에 우리은행 인수설까지…케이뱅크 “신규 주주사와 협의 중”
케이뱅크 측은 “전환신주 증자가 결정된 만큼 지난 1월부터 추진하고 있던 기존 유상증자는 잠정 중단한다”며 “추후 신규 주주사 영입 상황에 따라 새로 이사회를 열어 규모와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증자로 케이뱅크의 자본은 늘어나지만 올해 1월 케이뱅크가 결의한 유상증자 규모 5900억 원에 비하면 7%도 안 되는 금액이다. 당초 결의한 규모는 케이뱅크를 주도하는 KT가 지분율을 현재 10%에서 34%로 늘릴 것을 염두에 두고 정했다. 올해 1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KT가 지분율을 늘릴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금융위)는 KT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어서 지난달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잠정 중단했다.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은 2015년부터 행정안정부(행안부) 국가정보통신망 등 공공사업에서 총 18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법상 KT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케이뱅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케이뱅크는 전체 주식의 25%까지 전환주를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증자가 완료되면 그 한도가 모두 채워진다. 따라서 공정위의 KT 조사가 무죄로 판명나지 않으면 당분간 케이뱅크에 대한 KT의 증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15일, 케이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412억 원 규모의 전환신주 823만 5000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사진은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사진=케이뱅크
그렇지 않아도 케이뱅크는 일부 대출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등 부족한 자본력이 문제로 꼽혀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자본총액은 2800억 원 수준으로 제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자본총액 1조 1400억 원과 큰 차이가 난다.
케이뱅크 지분 10%를 가진 NH투자증권 역시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시중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넘게 가질 수 없고,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는 제도다.
케이뱅크 지분 13.79%를 보유한 우리은행이 증자에 나서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행법상 은행이 계열사 지분 15% 이상을 가지게 되면 지주사 자회사로 편입시켜야 한다. 또 금융지주사는 자회사 지분 50% 이상을 보유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시켜야만 하는데 이는 우리금융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우리은행과 케이뱅크가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악화가 예상되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때문에라도 증자는 필요하고, 결국 우리은행과 케이뱅크가 합병하는 게 현실성 있어 보인다”며 “다만 이 경우에는 KT가 케이뱅크를 지배할 수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BIS 자기자본비율이란 BIS가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이 비율이 10.5%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의 관리 조치 대상에 오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0.71%로 위험한 수준이었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난해 말 BIS 자기자본비율을 16.53%까지 끌어올렸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앞날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케이뱅크를 만들어 놓고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른 옵션이 없다면 우리은행이 케이뱅크를 키울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금융당국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인터넷전문은행인데 은행 조직에 들어가면 그 취지에 맞지 않아 아직은 우리은행이 섣부르게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특별한 계획이 정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물론 향후 증자에서 케이뱅크의 모든 주주사가 지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면 KT의 지분이 10%가 넘지 않고 케이뱅크의 자본금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케이뱅크 지분 5.92%를 가진 KG이니시스, 다날 등을 비롯한 다른 소액주주들은 자본이 부족해 증자에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케이뱅크가 올해 초 밝힌 대로 5900억 원의 증자를 지분율대로 진행한다면 KG이니시스와 다날 등은 약 350억 원을 케이뱅크에 투입해야 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주식발행초과금이나 이익잉여금 등을 제외한 KG이니시스의 순수 자본금은 140억 원, 다날은 272억 원이다.
KT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KT가 케이뱅크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고성준 기자
KT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KT가 케이뱅크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본력 있는 IT 업체가 KT의 케이뱅크 지분을 인수하고 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돼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자본력 있는 IT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고, 찾더라도 카카오뱅크에 비해 부진한 케이뱅크에 투자할지는 미지수다.
앞의 금융권 관계자는 “한동안 금융당국에서 KT가 케이뱅크에서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흘렸다고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은행 증자 등 주요 경영사항은 은행 경영진이 주주와 협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케이뱅크나 그 주주에게 향후 증자 등과 관련해 특정한 의견을 전달하거나 압박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KT 관계자도 “케이뱅크와 관련한 의사는 결정된 게 없다”며 “KT에 대한 일련의 소문은 다 추측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도저도 아니면 케이뱅크가 언급했듯 새로운 주주사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6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한 반면 케이뱅크는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또 머지않아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예정이기에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늘어나는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KT의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보류되면서 향후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며 “현재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협의 중인 신규 주주사도 몇 군데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