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스위트 스폿은 한국(?)”…‘블루보틀’ 대박 이어 대형 M&A 가능성도
네슬레 울프 마크 슈나이더 회장이 7월 초 방한한다. 연합뉴스
슈나이더 회장은 2016년 초 네슬레 최고경영자에 오른 뒤 굴지의 글로벌기업인 네슬레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독일 출신의 슈나이더 회장은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인재로 M&A를 통한 사업 다변화로 성과를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네슬레 합류 직전인 프레제니우스 재임 때에도 병원과 제약, 헬스케어 분야 기업들을 인수하며 직원수를 3배, 순수익을 12배나 높이기도 했다.
특히 다국적 식품회사를 거느린 네슬레에서는 커피 사업을 중심으로 슈나이더 회장의 전략적인 행보가 두드러진다. 슈나이더 회장은 새로운 소비자 획득을 위한 전략적인 스위트 스폿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슈나이더 회장은 기존 네스카페와 네스프레소를 바탕으로 지난해 판매권을 인수한 스타벅스, 2017년 프리미엄커피로 유명한 미국의 블루보틀과 카멜레온 콜드브루를 모두 인수하면서 대중과 중산층, 최고급 커피 브랜드까지 다양한 종류의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커피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업계에서 슈나이더 회장이 한국을 커피제국 완성을 위한 글로벌 스위트 스폿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 지적이다. 2400조 원가량의 커피시장에서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반면 한국과 일본, 중국 시장은 여전히 상승세다.
중국은 지난 5년간 26.5%의 성장세로 10조 원 이상 규모 시장을, 일본은 유럽연합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커피 소비국이다. 한국도 세계 7위 커피 소비국인 동시에 2017년 11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3년 전에 비해 7.1% 성장한 수치다.
중국의 경우 상승세가 계속될 전망이지만 수익보다는 점유율 우선전략과 국가주의를 강조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다양한 소비층으로 세분화되면서도 성장세가 꾸준하다. 한국시장이 슈나이더 회장의 전략과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수년 전부터 국내 기업들은 네슬레에 대한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다. 칸타타로 국내 커피시장에서 고전하던 롯데가 네슬레와 합작회사를 차린 것도 이런 흐름의 하나다. 당시 롯데 신동빈 회장은 네슬레 본사가 있는 스위스로 직접 날아가 롯데네슬레코리아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2014년 당시 네슬레 회장의 한국 방문이 이뤄지기도 했다.
네슬레 캡슐커피. 연합뉴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롯데는 인스턴트커피와 커피음료시장 외에도 네슬레와 커피사업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롯데가 가진 유통과 식품사업에 제약과 케미칼 관련 사업 협력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는 캡슐커피와 인스턴트커피 강화는 물론 블루보틀 등 프리미엄 커피 체인 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나이더 회장도 제약과 유통 사업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번 슈나이더 회장 방문에서 롯데와의 깜짝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높다.
풀무원 역시 슈나이더 회장 방문을 통해 네슬레와 합작회사(지분 50 대 50)인 풀무원샘물에 대한 사업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적으로 생산설비 투자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풀무원의 목적은 다른 데 있어 보인다. 5월 13일 풀무원 이효율 총괄CEO는 비상장사인 자회사들의 지분 100%(합자회사 제외)를 보유함으로써 지배구조가 투명한 네슬레, 다논과 같은 선진국형 글로벌기준의 지주회사 체제 확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네슬레와 풀무원샘물에 대한 추가계약을 앞두고 네슬레 지분 매입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국네슬레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풀무원의 네슬레 지분 인수가 이번 만남에서 이뤄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국내 생수시장 업계 2위인 롯데도 풀무원샘물 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슈나이더 회장의 이번 방문은 커피뿐만이 아니라 국내 물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네슬레 주주총회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 M&A업계와 사모펀드업계 역시 슈나이더 회장의 방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슈나이더 회장 본인이 M&A 전문가이자 해외 방문시 깜짝 M&A 등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방한이 국내기업에 대한 M&A나 자사 지분 및 회사 매각을 단행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슈나이더 회장의 방한일정은 7월 초로 36시간 정도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자세한 일정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36시간을 쟁취하기 위한 롯데와 풀무원 등 국내 기업들의 신경전은 치열할 전망이다.
영국 브랜드 평가사인 브랜드 파이낸스는 지난해 말 글로벌 식·음료 업계에서 최고 가치를 보유한 브랜드로 네슬레와 코카콜라를 꼽았다. 네슬레는 식품 분야에서 1등을 차지했는데 브랜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193억 7019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슈나이더 회장의 36시간을 주목하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커피 시장과 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슈나이더 회장 방한 신경 쓰이네’ CJ그룹은 왜? 국내 기업들이 슈나이더 회장의 방한을 다 반기는 것은 아니다. CJ의 경우 슈나이더 회장의 방한을 오히려 경계하는 눈치다. CJ제일제당은 1년 넘는 노력 끝에 식품 연구개발(R&D) 부문 총괄 수장으로 첫 외국인 전문가인 코테탄 네슬레 싱가포르 R&D센터장을 영입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강조한 미래 식품 시장 선도를 위한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인재 영입결과라고 강조했다. 코테탄 식품연구소장은 네슬레에서 20년 넘게 일한 글로벌 식품 전문가다. 또 CJ는 북미 대형 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총액 1조 8800억 원으로 인수하면서 네슬레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슈완스 컴퍼니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냉동식품 전문업체로 냉동피자, 파이 등에서 네슬레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식에서 “우리의 경쟁상대는 네슬레(식품), DHL(물류), 디즈니(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글로벌 1등 업체”라며 네슬레의 심기를 건드렸다. CJ 역시 롯데 등과 마찬가지로 식품과 유통, 제약 등 사업전반에 걸친 다국적 협력이 필요한 만큼 슈나이더 회장 방한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네슬레가 국내 기업과 손을 잡고 CJ를 견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CJ그룹은 슈나이더 회장의 방한 일정을 두고 다각도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동철 기자 |